이영욱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영욱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6월 발생한 광주 건물 붕괴 참사는 무리한 방식으로 철거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한 인재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이영욱)는 지난 6월 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당시 건물 해체 공사 중 도로변으로 붕괴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건물은 해체 작업을 위해 건물 뒤쪽에 쌓아둔 흙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같이 붕괴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이와 같은 부실 해체공사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묵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해체 공사를 맡은 건설사는 건물의 뒤쪽 절반을 먼저 해체했다. 해체계획서에는 ‘건물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면서 구조상 약한 부위부터 철거한다’는 식으로 부실하게 작성돼 있었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3층 높이(10m 이상)로 과도하게 흙쌓기(성토)가 이뤄졌고 계속 살수작업도 이뤄져 흙의 무게가 건물 전면부의 하층에 과부하를 줬다. 결국 1층 바닥판이 부서지면서 지하층으로 내려앉았고, 건물 뒤쪽에 있던 흙이 지하층과 1층의 전면부로 급속히 쏠렸다.건물은 이 흙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조사위는 “당시 건물 해체 공사는 상부에서 하부로 하게 돼 있는 철거 순서를 지키지 않았고, 성토도 과도하게 높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살수작업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지하층 토사 되메우기를 하지 않는 등 성토작업에 따르는 안전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6층 이상 건물을 철거할 때는 건물에 압력을 주지 않는 위치에 성토를 하고 긴 붕대를 갖고 있는 압쇄기를 사용해 해체 공사를 해야 한다.

이외에도 해체계획서의 부실 작성·승인, 공사현장 안전관리 및 감리업무 미비 등도 사고의 간접원인으로 지목됐다.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재하도급사로 공사가 내려가면서 공사비가 원래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원도급자는 현대산업개발, 하도급사는 한솔기업이었는데 한솔기업은 다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줬다. 이 조사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이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 어느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으나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다.

조사위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해체계획서의 수준 제고 △관계자(설계자·시공자·감리자·허가권자)의 책임 강화 △불법 하도급 근절 및 벌칙규정 강화 등의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김흥진 국토도시실장은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해 10일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현장에 적극 반영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