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도, 내 아들도 아닌 것 같다"…친자 의심이 불러온 '비극'

아내 외도 정황 목격 후 의심→확신…친부, '유전자 검사' 요구
의심 끝 생후 2주 아들 던져 살해…친부 징역 25년·친모 7년형

20대 친부가 생후 2주 아들을 때리고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의 배경에는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는 짙은 의심이 깔려 있었다.

친부가 친모의 복잡한 사생활을 문제 삼으며 슬하에 둔 딸과 아들의 '태생'에 의문을 가진 것이 한 가정의 비극으로 비화한 셈이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친부 A(24)씨와 친모 B(22)씨는 경제적 궁핍으로 여러 차례 불화를 겪었다.

지난해 2월부터 수십 차례 서로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이 와중에 A씨는 혼인 전 B씨의 복잡했던 사생활을 핑계로 대며 한 살배기 딸이 친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드러냈다.

이런 의심은 지난해 6월 A씨가 귀가하던 중 B씨와 한 남성이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A씨는 B씨에게 자녀에 대한 유전자 검사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B씨가 지난 1월 아들을 출산해 주거지로 데려온 이후에도 A씨는 딸에 이어 아들에까지 친자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런 뿌리 깊은 불신은 아들을 향한 학대로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 2월 7일 아직 목도 가누지 못하는 생후 2주 갓난아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후 침대로 던졌다.

아이는 나무 재질의 침대 프레임에 정수리를 부딪쳐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

오른쪽 눈을 뜨지도 못하고 30분간 계속 울다가 손발을 떨며 경기를 일으켰으나 A씨와 B씨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얼굴을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부부는 "육아 스트레스를 풀자"며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B씨는 오히려 남편의 폭력적인 성향을 알면서도 "아이가 힘들게 한다.

좀 혼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으로 초대받은 지인이 아이 상태를 보고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데도 A씨는 "별것 아니다"라며 태연히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셨다.

아이가 입에 거품까지 물자 B씨는 "정인이 사건처럼 죽는 것 아니야?"라고 말했으나 A씨는 그저 범행이 탄로 날까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결국 아이가 숨을 쉬지 않자 119에 신고했고 부부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살인 혐의로 법정에서 선 A씨는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로부터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B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생명이 꺼져가는 피해자 옆에서 친구를 불러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술을 마셨고 B씨는 심지어 담배를 피우기까지 했다"며 "이런 반인륜적이고도 엽기적인 행위들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