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금겹살 될까"…밥상물가 고공 행진에 '한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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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수요 증가에 몸값 뛴 돼지고기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악재…추석 앞두고 추가 상승 우려
사과·배·고춧고루 가격 모두 '껑충'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악재…추석 앞두고 추가 상승 우려
사과·배·고춧고루 가격 모두 '껑충'
9일 서울 마포구 소재 한 대형마트. 계산대를 나서던 회사원 김모 씨(34)는 "남편이 삼겹살을 좋아하는데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양을 줄여 구입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최근 강원도 고성의 돼지농장에서 ASF가 발생하며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집밥 수요가 늘며 돼지고기를 비롯한 밥상 물가가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ASF로 인한 공급감소까지 겹치게 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소매가격 정보에 따르면 9일 기준 국산 냉장 삼겹살 평균가격은 100g(중품 기준)당 2593원으로 1년 전(2390원)보다 8.5% 올랐다. 이는 평년(2198원)보다는 18% 높은 수준이다. 최근 1주일 간 2.7% 올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목살 역시 100g(중품 기준)당 2454원으로 평년(2194원)보다 11.9% 높은 수준이다. 1년 전 가격(2308원)과 비교하면 6.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갈비 역시 1141원에서 1207원으로 5.8% 올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도 껑충 뛰었다. 수입 냉동 삼겹살 가격은 1365원으로 1년 전(1050원)과 평년 가격(1045원)보다 모두 30% 급등한 상태다.
소고기와 닭고기 가격 역시 전년 대비 가격이 오른 상태다. 한우 등심(1+등급·100g)은 1만2838원으로 전년(1만2023원) 대비 6.8%, 안심은 1만6187원으로 1만4884원에서 8.8% 올랐다. 닭고기(1kg)는 5626원으로 전년 동기(4983원)에서 12.9% 가격이 인상됐다.
육류 수요는 통상 여름 휴가철을 맞아 늘어나곤 한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외식수요가 줄고 야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하락했다. 올해는 집밥 수요에 휴가·캠핑 등을 통한 소비가 늘면서 다시 가격이 뛰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SF 재확산할 경우 돼지고기와 돼지고기의 대체재인 소고기 및 닭고기까지 연쇄적인 가격 상승도 예측되고 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시작된 질병인 ASF는 전염되기 쉬운 데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100%에 이르러 '돼지 흑사병'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ASF 발생으로 돼지고기 수급에 당장 차질은 빚어지지 않지만, 추가 확산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국민 88%를 대상으로하는 5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소비가 촉진돼 육류소비가 늘게 되면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5월 소비자 패널 8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농식품 구입과 외식 등 먹거리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했다는 답변은 59.9%에 달했다. 돼지고기 구입이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44.6%, 한우는 34.4%로 나타났다. 이미 계란, 과일, 채소 등을 포함해 식재료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모두 오른 상태라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년 대비 품목별 가격 인상률은 계란 57.0%, 사과 60.7%, 배 52.9%, 포도 14.1%, 수박 8.7%로 나타났다. 마늘(45.9%), 고춧가루(34.4%), 부추(12.2%), 미나리(11.7%)를 비롯한 양념류 및 채소의 가격 역시 껑충 뛴 것으로 집계됐다.
계란 매대 앞에서 만난 50대 공무원 박모 씨는 "과일, 채소, 계란 같은 신선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가공식품 가격도 다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