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방향에 대한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고용 수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로 연 1.1%대까지 하락했던 금리는 연 1.3% 수준까지 반등했다. 금리 하락세가 멈추면서 주식시장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지주사…실적 추정치 오른 업종 보라"

반등하는 美 국채 금리

최근 들어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 시장에 돈이 몰렸다. 지난 3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1.174% 수준까지 하락했다. 채권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내려간다.

지난주 말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리가 바닥을 찍고 반등한 것은 예상치를 웃도는 미국 고용지표 덕분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94만3000개 늘어났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으로, 전문가들의 전망치(87만 개 증가)를 웃도는 수치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지수, S&P500지수 등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미국 국채 금리도 연 1.305%까지 상승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S&P500 기업의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6월 설비 가동률은 75.4%로 2011년 이후 평균치(76.5%)를 밑돌고 있다”며 “설비 가동률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은 기업의 인력 충원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경기가 더 회복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하나금융투자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코스피지수는 이익 추정치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코스피지수 이익 추정치도 상향 조정될 경우 월간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은 1.6%였던 반면,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경우에는 평균 상승률이 -1.9%였다.

최근 코스피지수 구성 종목의 3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6월 초 39조5000억원, 7월 초 52조1000억원에서 8월 초에는 44조5000억원까지 상향됐다. 금리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한다는 가정 아래 코스피지수도 추가로 상승할 수 있는 국면이라는 의미다.

업종별 수익률도 이익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익 추정치가 높아지는 업종은 수익률이 좋았고, 낮아지는 업종은 수익률이 좋지 못했다.

반면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이익 추정치 변화와 주가 수익률이 오히려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국면인 금리 하락기에는 테슬라처럼 ‘꿈을 가진 주식들’이 더 주목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비전을 가진 주식들이 고공행진했던 배경이다.

실적 추정치 상향 종목에 주목하라

하나금융투자는 금리 상승기에 실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던 업종 중에서 지난달 초와 비교해 한 달간 3분기 순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업종을 선별했다. 증권, 은행, 지주사, 건강관리, 반도체, 화장품·의류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이들 업종 중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종목을 분석했다.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산정한 증권사가 최소 세 곳 이상 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증권 업종에서는 한국금융지주, 은행 업종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지주사 중에서는 삼성물산, 바이오 업종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한 달 전과 비교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가장 큰 폭으로 상향된 종목이었다.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업종에서는 해성디에스, LX세미콘, 한미반도체가 꼽혔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