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혈압·당뇨 관리만 잘해도 지원금!
국민 개개인의 자가 건강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 시범사업이 7월 말부터 전국 24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시범 지역에 거주하는 건강보험 가입자 중 건강검진에서 위험요인이 있는 주민들, 그리고 정부가 추진 중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서 등록 관리를 받고 있는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개개인의 건강생활 실천 노력 및 건강 개선 정도를 평가해 연간 5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스스로 건강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자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의 건강관리 역량을 제고해 건강 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여 의료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는 미래에 좋은 건강 결과를 예상하더라도 현재 본인이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이 없다면 금연, 절주, 운동, 영양 등과 같은 건강생활을 선뜻 실천하기 어렵다는 행동경제학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만성질환이 가장 큰 건강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개별화된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를 추진하는 이유다.

특히, 국민 소득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개개인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도 이 제도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이제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이 의료비 보장에 그치지 말고 가입자의 건강생활을 지원하는 데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개인 건강관리가 용이한 고소득 계층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에서 의료비 보장을 하고 있지만 질병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 정도의 차이로 인해 계층 간 의료 접근성에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상황에서 질병 예방 및 건강 증진까지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는 데 대한 비판인 것이다.

한편으론 타당한 지적이다. 만약 인구 집단의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해야 할 정부의 당연한 역할을 폐기하고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를 추진한다면 정말 큰 문제다. 그러나 불평등은 워낙 구조적인 문제라서 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개인의 건강관리에 대한 지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다.

앞으로는 인구 집단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건강 증진 활동과 함께 개개인의 건강관리에 대한 지원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 추진 과정에서 취약한 조건에 있는 분들이 제도를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시범사업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건강관리가 더 필요한 가입자가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제도를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건강생활 실천을 꾸준히 한 분들은 조금만 지원을 해줘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무관심 계층은 훨씬 더 많은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관심과 우려가 교차하는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 시범사업이 가입자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동시에 건강불평등 이슈의 대안도 함께 모색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