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 예산 발표가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전체 예산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짜는 예산안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이 높다. 이번에 짜놓은 예산안으로 내년 5월 출범하는 다음 정부가 7개월간 살림살이를 해야 해서다. 새 정부 초기인 만큼 벌여야 할 사업도 많고 정리해야 할 기존 정부 사업도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는 마지막 예산의 증가폭은 최소화해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 ‘정권 마지막 해의 법칙’으로 불릴 정도로 일반화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 청와대 사이의 논의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같은 법칙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각 부처에서 요구한 593조2000억원 규모의 지출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예산 편성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본예산(558조원) 대비 6.3% 늘어난 수치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예산 규모를 61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차례 추경을 통해 올해 총 지출이 605조원까지 팽창한 만큼 이보다 많은 돈을 내년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년 예산 증가폭은 9.3%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이 같은 계획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9일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 정부 전체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하기 위해 함께 논의하라”고 말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연도별 본예산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로 평균 8.7% 수준이다. 여당 계획이 현실화되면 정권 마지막 해의 법칙은커녕 가장 높은 폭의 예산 증가가 대선을 앞두고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경제가 회복되면서 국세 수입이 증가할 전망인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