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냐 투쟁이냐…MZ세대 사무직 노조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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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노조와 차별화 나섰지만
LG 교섭단체 분리신청 기각 후
다른 기업 사무직 노조들도
세력 확장 답보상태에 빠져
"힘 잃을까" 우려한 사무직 노조
기존 노조처럼 강경책 동원하기도
LG 교섭단체 분리신청 기각 후
다른 기업 사무직 노조들도
세력 확장 답보상태에 빠져
"힘 잃을까" 우려한 사무직 노조
기존 노조처럼 강경책 동원하기도
기존 강성 노조와 차별화된 ‘합리적 노조’를 표방하며 붐을 일으켰던 대기업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무직 노조들이 대화와 투쟁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사측의 무관심 등으로 조합원 기대에 부합하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조합 내부에서부터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사무직 노조는 최근 고용당국에 “회사를 특별근로감독해 달라”는 청원을 하는 등 강경책까지 동원하며 내부 조합원 단속에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기득권 노조에 염증을 느낀 MZ세대를 중심으로 결성된 이 사무직 노조는 출범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조합원 가입도 줄이어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말 조합원 수가 3500명을 넘어섰다.
LG전자를 벤치마킹해 현대자동차, 금호타이어, 카카오뱅크, 한글과컴퓨터 등에서도 MZ세대가 중심이 된 사무직 노조가 들어섰다. 이후 존재감 없던 타회사 기존 사무직 노조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새로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LG전자 사무직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지난달 2일 최종 기각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기존 생산직 노조와 별도로 회사와 교섭하겠다는 시도였다. 이 신청이 인정됐다면 대기업 사무직 노조가 생산직 노조의 그늘을 벗어나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었지만, 기각 결정이 나면서 전체 사무직 노조 운동에 힘이 빠지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급기야 지난 2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청원서를 제출했다. LG전자가 노사협의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회사를 상대로 한 근로감독 청원은 기존 노조가 자주 활용해온 투쟁 방식이다.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 노조와의 ‘차별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른 대기업 사무직 노조에서도 조합 활동 방향을 놓고 내부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에서도 최근 대화 중심의 노조 활동을 요구하는 조합원과 강경 투쟁 방식으로의 노선 전환을 요구하는 조합원의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이 블라인드나 커뮤니티를 통해 관측된다.
기존 노조의 견제도 문제다. 한 생산직 노조 조직화 담당자는 “대기업 사무직 노조가 가지는 노동귀족적 요소를 제거하는 게 노동운동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노조 활동가는 “강력한 투쟁 본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조는 존속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존 산별 노조에 가입하는 등 투쟁적 노동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무직 노조 고유의 색을 흐리면서까지 기존 노조의 강경 투쟁 방식을 답습할 수 없는 것도 사무직 노조가 직면한 딜레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강경 투쟁 방식을 따를 경우 기존 노조에 염증을 느껴 사무직 노조에 가입한 MZ세대 조합원의 탈출 러시가 잇따를 수 있다”며 “합리적 노조 프레임이 양날의 검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사측의 무관심 등으로 조합원 기대에 부합하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조합 내부에서부터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사무직 노조는 최근 고용당국에 “회사를 특별근로감독해 달라”는 청원을 하는 등 강경책까지 동원하며 내부 조합원 단속에 나섰다.
한풀 꺾인 사무직 노조 성장세
올해 대기업 사무직 노조 결성의 시초가 된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은 지난 2월 타기업에 비해 성과급·임금이 적다는 사무직군의 불만을 결집해 조직됐다. 생산직 노조 위주의 노사 협상에 대한 불만도 원동력이었다.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기득권 노조에 염증을 느낀 MZ세대를 중심으로 결성된 이 사무직 노조는 출범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조합원 가입도 줄이어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말 조합원 수가 3500명을 넘어섰다.
LG전자를 벤치마킹해 현대자동차, 금호타이어, 카카오뱅크, 한글과컴퓨터 등에서도 MZ세대가 중심이 된 사무직 노조가 들어섰다. 이후 존재감 없던 타회사 기존 사무직 노조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새로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LG전자 사무직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지난달 2일 최종 기각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기존 생산직 노조와 별도로 회사와 교섭하겠다는 시도였다. 이 신청이 인정됐다면 대기업 사무직 노조가 생산직 노조의 그늘을 벗어나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었지만, 기각 결정이 나면서 전체 사무직 노조 운동에 힘이 빠지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급기야 지난 2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청원서를 제출했다. LG전자가 노사협의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회사를 상대로 한 근로감독 청원은 기존 노조가 자주 활용해온 투쟁 방식이다.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 노조와의 ‘차별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른 대기업 사무직 노조에서도 조합 활동 방향을 놓고 내부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에서도 최근 대화 중심의 노조 활동을 요구하는 조합원과 강경 투쟁 방식으로의 노선 전환을 요구하는 조합원의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이 블라인드나 커뮤니티를 통해 관측된다.
‘양날의 검’이 된 차별화 노선
전문가들은 대기업 사무직 노조의 한계와 관련해 △투쟁 수단이 마땅치 않은 사무직군의 특성 △강한 개성과 독립성을 가진 MZ세대 조합원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활동 등을 주원인으로 뽑고 있다. 기업이 이들을 ‘여러 노조 중 하나’처럼 다룬 것도 노조원이 느끼는 좌절감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6일엔 LG전자, 현대차, 한국MSD, 코레일네트웍스사무직 노조가 모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간담회를 열었지만 큰 파급력은 없었다.기존 노조의 견제도 문제다. 한 생산직 노조 조직화 담당자는 “대기업 사무직 노조가 가지는 노동귀족적 요소를 제거하는 게 노동운동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노조 활동가는 “강력한 투쟁 본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조는 존속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존 산별 노조에 가입하는 등 투쟁적 노동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무직 노조 고유의 색을 흐리면서까지 기존 노조의 강경 투쟁 방식을 답습할 수 없는 것도 사무직 노조가 직면한 딜레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강경 투쟁 방식을 따를 경우 기존 노조에 염증을 느껴 사무직 노조에 가입한 MZ세대 조합원의 탈출 러시가 잇따를 수 있다”며 “합리적 노조 프레임이 양날의 검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