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16일 광복절 연휴 기간 30여 개 시민단체 소속 12만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가 도심 곳곳에서 열릴 것으로 예고됐다. 지난해 광복절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기폭제로 작용했던 만큼 올해 ‘집회발(發)’ 집단감염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14∼16일 예고된 집회 신고는 시민단체 30여 곳으로 352건(8월 5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겸 국민혁명당 대표를 비롯해 한국진보연대, 자유연대 등 여러 진보·보수단체가 집회를 예고했다. 지금까지 신고된 인원은 총 12만여 명이다.

전 목사는 14~16일에 서울역과 시청 주변 등에서 대규모 행진 집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지난 7일 유튜브에서 “1000만 명이 피켓을 들고 2m 간격을 둔 채 서울역, 시청, 동화면세점 등을 한 바퀴 도는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지난해 광복절에도 서울 광화문 주변에서 방역수칙을 어긴 채 집회를 열어 물의를 빚었다. 집회에 1만 명가량 인파가 몰리면서 사랑제일교회 신도 중심으로 확진자가 수백 명 쏟아졌다. 이는 코로나 2차 대유행의 도화선이 됐다. 집회 2주 뒤인 8월 말 코로나 확진자 수가 5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가 각 지역으로 되돌아가 확산세를 키운 영향이다. 지난해 8월 이 집회를 연 이유로 전 목사는 지난 6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경찰은 불법 집회를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과 서울시는 5일 기준 집회 신고된 352건 가운데 289건에 대해 집회 금지 조치를 내렸다.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내려진 수도권은 ‘2인 이상 집회’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불법 집회와 행사를 강행할 경우 경찰력과 차벽, 철제펜스를 배치해 집결 단계부터 차단할 것”이라며 “불시에 집결할 경우 해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경고에도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불법 집회가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방역지침을 위반한 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러 차례 주도한 혐의로 입건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9일 청구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