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토종 바이오기업인 애드바이오텍은 달걀에서 항체를 채취해 건강기능식품과 동물용 의약품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정홍걸 애드바이오텍 대표(사진)는 9일 기자와 만나 “달걀에서 얻은 항체로 개발한 설사 예방제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항체 사업으로 2025년까지 중국 매출 400억원, 전체 매출 1000억원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신, 치료제 대안으로 사용 가능

달걀서 항체 뽑는 애드바이오텍 "동물 의약품 강자로 도약하겠다"
애드바이오텍은 달걀에서 나오는 특이난황항체(IgY) 생산에 특화된 기업이다. 이 항체 생산 과정은 이렇다. 암탉에 항체 생성을 유도할 병원체를 넣는다. 병원체가 들어온 암탉은 체내에서 면역항체를 생성하게 된다. 이 항체는 이 닭이 낳은 달걀에도 고스란히 축적된다. 이 항체가 IgY다. 그간 항체를 생산하는 데는 쥐 토끼 등을 병원체에 감염시킨 뒤 혈액에 있는 항체를 추출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정 대표는 “IgY는 식용으로 쓰이는 달걀을 이용하므로 안전성이 검증됐을 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도 쉽다”며 “항체 생산수율을 기존 IgY업계 1위인 독일 경쟁사 대비 네 배로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주력 제품은 송아지 설사 예방제다. 가축용 송아지는 여러 감염병이 원인이 돼 생후 1주일 안에 설사를 하는 비율이 60%에 이른다. 이로 인한 폐사율은 20%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백신은 송아지를 낳는 어미소에게 일일이 주사로 간접 투여하는 방식이라 손이 많이 갈 뿐만 아니라 높은 예방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치료제는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기 전에 송아지가 죽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애드바이오텍은 여러 감염병에 대한 항체를 사료 첨가제 형태로 개발해 송아지에게 경구 투여하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국내와 일본에서는 판매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중국은 세계 축산 생산량의 4분의 1이 나오는 최대 시장이다. 지난달 현지 제품 등록을 마쳤다. 중국 송아지 설사 예방제 시장 규모는 16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정 대표는 “연간 4000만 마리 규모인 중국 송아지의 25%에 보급하는 게 목표”라며 “올 10월 중국 판매를 위해 이달 현지 유통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기식, 인체용 차세대 항체도 개발

달걀에는 병아리 면역력을 키워줄 수 있는 여러 항체가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IgY는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항체를 대량 생산하는 데 특화돼 있다. 인체용 의약품 목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품질 균일화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애드바이오텍이 의약품보다 품목 허가 획득이 쉬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체용 사업을 먼저 추진하는 까닭이다.

달걀서 항체 뽑는 애드바이오텍 "동물 의약품 강자로 도약하겠다"
이 회사는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공격하는 항체,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에 관여하는 NCP1L1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항체로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체용 의약품으로는 인간 항체 크기의 10분의 1에 불과한 나노보디 항체를 만들고 있다. 나노보디 항체는 가닥이 둘로 나눠진 인간 항체와 달리 가닥이 하나뿐이어서 복잡한 구조로 만들기가 더 쉽다. 이 항체는 달걀이 아니라 낙타속 동물에서 나온다.

애드바이오텍은 낙타 유전자를 도입해 나노보디 항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존 인간 항체 크기를 소형화한 미니항체(scFv)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2023년엔 강원 춘천 제2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며 “기업공개(IPO)로 확보할 자금 100억여원으로 신공장 설비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 IgY는

특이난황항체. 주로 노른자에서 발견된다. 부화할 병아리가 면역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암탉에 질병을 일으키는 항원을 넣으면 이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IgY 형태로 계란에서 채취할 수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