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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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이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RES프랑스를 1조원에 인수한다. 한화그룹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조(兆) 단위 인수합병(M&A)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감한 베팅을 통해 프랑스·독일 대형 기업을 제쳤다. 풍력과 태양광을 앞세운 글로벌 그린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사진)의 구상이다.

태양광·풍력 유럽시장 동시 진출

한화솔루션은 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RES프랑스 지분 100%를 7억2700만유로(약 9843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한화솔루션은 RES프랑스의 개발·건설관리 부문과 5GW 태양광·풍력발전소 개발 사업권(파이프라인) 인수를 위한 계약 절차를 오는 10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1999년 설립된 RES프랑스는 세계적 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영국 RES그룹의 100% 자회사다. 최근 5년간 프랑스 정부의 프로젝트 수주 물량 기준으로 10위권에 드는 업체다. 한화솔루션이 RES프랑스를 인수한 것은 기존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고, 신규 진출을 추진 중인 풍력발전 역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은 프랑스 내 탄탄한 네트워크와 개발 사업에 특화된 역량을 갖춘 RES프랑스를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큐셀은 전 세계에서 10GW의 재생에너지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RES프랑스 인수가 완료되면 15GW로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돼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모듈을 주력 시장인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S프랑스는 한화큐셀이 태양광에 이어 신규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인 풍력발전에도 강점이 있다. 이번 인수로 태양광 판매처 확보 및 풍력발전으로의 사업영역 확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적극적 베팅으로 佛·獨 기업 제쳐

RES프랑스의 대주주인 영국 RES그룹은 지난 4월 신규 사업자금 확보를 위해 RES프랑스를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당시 유력 인수 후보로 프랑스 최대 에너지기업인 토탈과 대형 건설기업인 빈치, 독일 최대전력회사인 RWE 등을 꼽았다. RES프랑스는 부지를 확보한 뒤 인허가를 거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는 이른바 ‘그린필드’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프랑스는 인허가를 거쳐 발전소를 가동하기까지 개발 기간이 5~7년으로 비교적 길다. 재생에너지 초기 개발 사업에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와 개발 사업 역량을 갖춘 RES프랑스를 노리는 회사가 많았다.

한화솔루션은 프랑스·독일 대형 기업에 비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조원이라는 적극적인 베팅을 통해 인수에 성공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동관 사장은 RES프랑스가 보유한 네트워크와 개발 역량 등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한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위 규모의 M&A를 위한 실탄도 충분했다. 한화솔루션은 올초 유상증자로 1조3500억원을 조달했다. 이어 한화그룹은 지난 5월 산업은행과 향후 5년간 최대 5조원의 자금을 저리로 빌릴 수 있는 ‘그린에너지 육성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협약을 맺었다. 이 자금을 토대로 RES프랑스 인수를 단행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 측은 과감한 투자에도 RES프랑스 인수에 따른 효과가 투입자금 대비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가 다른 유럽국가 대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태양광·풍력발전의 안전성과 수익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일조량이 풍부한 남부는 태양광 발전시간이 하루 5시간에 달한다. 북부는 북해를 접하고 있어 풍력 발전을 위한 최적의 자연 조건을 갖췄다.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