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된다고 해도 그의 발목을 붙잡는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등에 관한 두 건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가석방이 취소된다.

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은 10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불법적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해당 계열사들도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반박했다.

형법 제74조는 ‘가석방 기간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면 가석방 처분은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형기가 끝나는 내년 7월 전에 어느 재판에서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다시 수감된다는 얘기다.

다만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사건의 경우 “이 부회장 형기 내 결론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 재판에서는 두 번째 증인에 대한 신문절차가 진행 중이다. 검찰 측 신청 증인만 250명이 넘는 만큼 연내 1심 재판 선고가 나오기도 힘들뿐더러 검찰과 이 부회장 측 간 공방이 치열해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재판이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후 그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되더라도 재판이 열리는 매주 목요일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그런 만큼 그가 국내외 사업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에선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4~5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