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 법인 물량 팔아 실적 올려…"불법 영업"
'휴대폰 기업특판' 편법영업 기승…사원증 위조까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누구든지 '기업 특판' 가격에 스마트폰을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불법·편법 영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일부 휴대전화 유통점은 전용 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기업체 임직원 특가 정책을 적용해 단말기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기업 특판이란 이동통신사가 제휴를 맺은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에 휴대전화를 납품하는 방식이다.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제휴기업 임직원이 기업 특판 전문 유통점에 구매를 신청하면 유통점이 신청자의 적격 증빙서류를 받아 이통사에 전달한 뒤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제휴기업 사원증이나 재직증명서를 첨부하는 절차를 통과하고자 유통점 차원에서 사원증을 위조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형법상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최신형 스마트폰을 싸게 판다는 온라인 홍보글을 보고 한 안드로이드 앱을 내려받았다.

구매를 신청하자 이 앱을 제작한 유통점은 A씨에게 증명사진 제출을 요구했다.

유통점 측은 "할인받으려면 제휴기업 사원증이 필요한데, 귀하가 재직 중인 회사는 우리와 제휴가 없다"며 "귀하의 증명사진으로 모 대기업 사원증을 제작해 증빙서류를 만들어 진행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어 "통신사로부터 구매처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면 '모 대기업 사내 게시판을 통해 신청했다'고 대답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A씨는 정가 119만9천원인 최신형 스마트폰을 32만9천원에 구입했다.

공시 지원금 45만원에 '복지금액' 명목의 기업특판 할인 42만원을 더해 모두 87만원을 할인받은 셈이다.

일반인들에게 법인 물량을 판매하면 유통점은 판매 실적을 높여 이통사로부터 장려금을 받는 등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행위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전용 할인정책이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정책을 위반한 것은 물론, 사원증 위조는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휴대폰 기업특판' 편법영업 기승…사원증 위조까지
이 때문에 이 같은 불법 영업은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앱을 통해 알음알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의 휴대전화 유통점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나 은행 물량으로 나오는 법인 특판물량을 빼서 일반인 영업을 하는 곳이 있다"면서도 "기업 특판을 일반 판매점이 하는 건 불법인데다 불법 영업을 신고하는 '폰파라치'가 무서워 오프라인에서는 영업할 수 없다"고 했다.

기업 특판을 매출을 올리기 위한 상술로 악용하는 유통점도 있다.

'직장인 대상 휴대전화 복지몰'이라며 앱을 통해 구매 신청을 받는 한 유통점은 "어느 회사에 재직하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기업 특판할인을 적용해준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곳 관계자에게 '대기업 종사자가 아닌데 어떻게 할인이 가능하냐'고 묻자 "사원증만 전송해주면 그 자리에서 기업 특가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코드를 내어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업계에 따르면 제휴되지 않은 회사 직원에게 즉석에서 기업 특판할인을 적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일부 유통점에서 일반 소비자 판매용 상품에 기기값 할인, 프로모션 행사 할인 등을 더한 뒤 '기업 특가'라고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대상 영업담당자들이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라며 "불·편법 영업이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