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시장 성장 핵심 '창의성과 혁신'
전통 IT 시장 비교 불가…장난감 같은 가벼움 '장점'
Defi(탈중앙화금융)에 예치된 금액 또한 지난 5월에 하락한 액수를 빠르게 회복하면서 720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스마트컨트랙트 기술을 활용하는 베트남 소재의 회사 Sky Mavis는 '액시인피니티' 게임을 출시한 지 3년 만에 7월 한달 기준 매출액 1000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전통 IT 게임 회사들이 만든 게임들이 출시한 직후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게임을 성공시키기 힘들게 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경이로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 애플리게이션(앱)인 로블록스(Roblox)라는 게 있습니다. 유저들이 게임이나 아바타, 아이템 등을 만들어 판매하여 Robux라는 가상재화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현재 46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메타버스 앱으로 인정받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는 전 세계적에서 2억장 넘게 팔렸고, 이제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서 초등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도구로 학교에서 활용되기도 합니다.
메타버스 앱이 전통적인 게임들과 다른 차이점은 '유저들 스스로가 직접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해주고,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수익화를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는 점입니다. 유저들은 본인의 창의성을 뽐낼 수 있음과 동시에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인기가 많아질수록 경제적인 이익까지 덤으로 생기는 것이죠.
NFT나 Defi 앱을 만드는 창업자나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콘텐츠를 만들어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들의 연령대는 10대~30대가 다수입니다. 어린 편이죠. 최근에 NFT, Defi, 메타버스와 같은 키워드들이 빠른 속도로 사용자들에게 퍼져나가고, 성공 사례들이 나오는 속도가 빠른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필자는 이들 서비스나 앱이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같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수조원을 다루는 서비스나 제품이 언제든 놀고 버릴 수 있는 아이들 장난감 같으니 블록체인, 암호화폐,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식견 있고 경험 많은 어른들이 통제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장난감이 갖는 큰 무기가 바로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혁신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신나게 갖고 놀았고, 지금도 전 세계 아이들이 갖고 노는 레고를 생각해볼까요? 처음에는 레고 제품별로 설명서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서 만들어봅니다. 그리고 몇 개의 제품들을 섞어서 큰 박스에 레고를 보관하고, 섞인 레고블록으로 이제는 설명서 없이 아이들 스스로만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죠. 해적선, 로켓, 성, 로봇 등을 만들어보고 이들끼리 서로 합체도 시켜보다 다른 친구들이 만든 레고를 가지고 와서 같이 놀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기존에 완성해둔 창작물에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창작한 다양한 요소(component)를 추가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들을 만들어나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동안,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부수고 개선해서 다시 만들면 그만이거든요.
NFT, Defi, 메타버스 콘텐츠들의 성공 방식은 아이들이 레고 장난감을 갖고 노는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처음에는 매우 조잡하게 보이는 원시적인(primitive) 형태의 제품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유저들에게 안 좋은 피드백을 받거나 예치된 금액이 빠져나가면서 실패하기도 하지만, 창업자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이를 빠르게 개선해 고쳐나갑니다. 그리고 본인만의 독창적인 방식을 더해 새로운 기능이나 콘텐츠를 유저들에게 제공해 호평을 얻어냅니다. 이 모든 과정은 오픈소스 코드저장소인 '깃헙(GitHub)'에 공유돼 누구나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내가 만든 결과물을 누구나 수정하고 가져다 쓸 수 있게 열어줍니다.
블록체인 위에 구현된 스마트 콘트랙트로 기존에 존재하던 제품을 개선하고 나만의 독창적인 기능을 더해 새롭게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통적인 IT 회사들이 중앙화된 개발방식을 고수해 제품을 만들거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속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된 개선된 제품과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누구에게나 오픈된 소스 코드 저장소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있는 개발자들이 24시간 개발하는 집단과 한국에서 24시간 중 9시간만 돌아가는 하나의 회사가 경쟁하면 누가 이길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속도와 개발 속도 모든 측면에서 중앙화된 회사가 승기를 거머쥐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하루아침에 가격이 0에 수렴할 수도 있는 튤립이고, 어린아이들이 프로그래밍해서 만들어낸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시각은 장난감이 갖는 가벼운 측면만을 부각한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블록체인 업계와 메타버스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은 가벼운 측면 덕에 빠르게 새로운 혁신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스마트 콘트랙트, 암호화폐를 접목한 메타버스 앱이 서비스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시간문제에 불과합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VC로 활동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창업가들이 그 가능성을 증명해주고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는 이미 메타버스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앞으로 5년간 페이스북을 소셜네트워크 회사에서 메타버스 회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NVIDIA의 CEO 젠슨 황 또한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는 키노트 스피치를 통해 NVIDIA가 만드는 메타버스 생태계에 대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만큼 중요한 무게감을 지니려면 복제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이 그 위에서 사용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NFT, Defi, 메타버스 콘텐츠처럼 아이들 장난감 같은 제품과 서비스들은 더욱 탈중앙화되어 기존의 성공 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혁신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망치를 들면 못만 보이듯,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면 나쁜 모습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큰 가능성이 있는 산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기보다는 혁신적인 면을 보고, 후세들이 진취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균태 해시드 공동창업자 겸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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