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칼럼] 리더에겐 좋은 판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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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어떤 의사결정은 판단하기보다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떤 좋은 의사결정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
1597년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대파하고 만다. 당시 삼군수군통제사인 원균은 선조의 어명에 따른 부산 공격은 실패하고 만 것이다. 아무리 판단해도 질 수 밖에 없는 무모한 싸움이지만 원균은 왕의 지엄한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후 그보다 훨씬 열악한 전투를 해 내야만 하는 전투가 생겼다. 고작 13척의 배로 천이 넘는 적의 배를 막아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 당시 일본은 좌,우군으로 편성 전라도를 공략하고, 권율이 이끄는 전주성조차 함락당하기 일보직전에 권율은 이순신에게 수군 천여명의 육군편재를 요청하지만 거부당한다. 수로에서 적의 서진을 막는게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권율은 이런 이순신의 무모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남서해의 제해권을 다시 장악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결정한다. 그리고 무모해도 반드시 해야하는 결정, 만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 결정을 되돌리지 않는다. 지키지 않으면 그 전보다 더 큰 수모와 고통스런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선조의 어명에도 따르지 않고 지켜낸다. 영의정 류승룡마저 고개를 젖고 기대할 수 없어 왕의 명에 동의했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지켜낸다.
실제로 부하들마저 죽기로 싸우는 것 밖에 없는 이 전투엔 설사 이순신이라고 하더라도 회의를 표현했었다. 100대 1의 싸움의 결과는 세살 어린아이도 아는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전사상 최고의 전투인 명량의 전투가 시작된다. 순류와 역류가 뒤섞인 울돌목의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순신은 수 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적군의 정보와 아군의 정보를 모으고 또 모아 본다. 그리고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 사지가 될 수도 있는 울돌목 전투를 준비한다. 아군의 목숨은 담보로 할 수 밖에 없는 전투였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승산있는 전략을 짜 낸다.
울돌목은 남해에서 서해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하지만 겨우 3척만 통과할 수 밖에 없는 협소한 길목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물길의 정보를 파악하고, 가장 유리한 시간대를 선택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물살이 바뀌는 두시진을 역류에서 버틴다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장수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훈련에 돌입한다. 화포 장착시간을 단축하는 훈련도 한다. 버텨내기만 하면 이길 수도 있는 전투의 가느다란 희망이였지만 장수와 수군들은 오직 이순신만을 믿고 따른다.
무모한 전투지만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전투..
아무리 살펴봐도 질 수 밖에 없는 전투를 이겨낸 건 무엇때문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 승리 뒤편에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의 명예와 임금의 명에 복정하는 장수도 있지만 백의로 종군하면서도 백성들의 아픔을 저버리지 않고, 오직 백성들을 위해 왕의 명령조차 거부했던 장수도 있다. 그리고 집중된 사람들은 힘은 '울돌목'이란 최고의 장소를 선택했고, 그 역류를 버텨내게 만들었다.
<불멸의 이순신>이란 걸출한 드라마에선 이순신은 군사들을 모아놓고 말한다.
''조선수군은 패배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전멸할 것이며 명량의 바다는 조선수군의 무덤이 될 것이다. 적이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군들도 패배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지난 6년간 수 많은 전쟁에 부하들을 세워왔고, 단 한번도 진바 없다. 그는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 전장으로 부하들을 이끈바 없기 때문이다. 허나 이번에는 나 조차 아무것도 자신 할 수 없다. 수십배에 달하는 적과 싸우기에는 우리가 가진 병력이 너무 미천하고, 또한 우리 수군이 싸워야 할 울돌목의 저 험준한 역류는 와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 되어 우리 앞을 가로 막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악조건을 모두 안고서라도 나는 그대들과 더불어 전장에 나갈 것을 희망한다. 승리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단 한명의 전사자도 없이 현장을 벗어나리라고 장담 할 수도 없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은 내가 조선 수군의 최전선을 지키는 전위군이 되겠다는 것. 그것 뿐이다. 대장선이 제일 먼저 적군으로 진격할 것이며, 적을 섬멸하지 않는한 결코 이 바다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실고자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하면 살 것이니 목숨과 바꿔서라도 이 조국을 지키고 싶은 자는 나를 따르라.''
사람의 말엔 힘이 있다. 진심을 담은 말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그 말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그게 반드시 필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우리의 이유가 담겨 있으며, 상대를 아끼는 마음이 존재한다. 그런 말은 상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따르는 힘이 된다. 그걸 모른다면 아무리 좋은 판단도 실패할 수 있고, 아무리 나쁜 판단이리도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명량에서 이룬 13척의 신화는 뛰어난 전략, 전술, 군사를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리더십, 훈련에 최선을 다했던 군사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장수들의 결합된 시너지가 모여 만든 막강한 전투력이 승리요인이었다.
좋은 판단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복잡계는 그런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좋은 판단보다 더 중요한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웅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1597년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대파하고 만다. 당시 삼군수군통제사인 원균은 선조의 어명에 따른 부산 공격은 실패하고 만 것이다. 아무리 판단해도 질 수 밖에 없는 무모한 싸움이지만 원균은 왕의 지엄한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후 그보다 훨씬 열악한 전투를 해 내야만 하는 전투가 생겼다. 고작 13척의 배로 천이 넘는 적의 배를 막아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 당시 일본은 좌,우군으로 편성 전라도를 공략하고, 권율이 이끄는 전주성조차 함락당하기 일보직전에 권율은 이순신에게 수군 천여명의 육군편재를 요청하지만 거부당한다. 수로에서 적의 서진을 막는게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권율은 이런 이순신의 무모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남서해의 제해권을 다시 장악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결정한다. 그리고 무모해도 반드시 해야하는 결정, 만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 결정을 되돌리지 않는다. 지키지 않으면 그 전보다 더 큰 수모와 고통스런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선조의 어명에도 따르지 않고 지켜낸다. 영의정 류승룡마저 고개를 젖고 기대할 수 없어 왕의 명에 동의했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지켜낸다.
실제로 부하들마저 죽기로 싸우는 것 밖에 없는 이 전투엔 설사 이순신이라고 하더라도 회의를 표현했었다. 100대 1의 싸움의 결과는 세살 어린아이도 아는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전사상 최고의 전투인 명량의 전투가 시작된다. 순류와 역류가 뒤섞인 울돌목의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순신은 수 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적군의 정보와 아군의 정보를 모으고 또 모아 본다. 그리고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 사지가 될 수도 있는 울돌목 전투를 준비한다. 아군의 목숨은 담보로 할 수 밖에 없는 전투였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승산있는 전략을 짜 낸다.
울돌목은 남해에서 서해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하지만 겨우 3척만 통과할 수 밖에 없는 협소한 길목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물길의 정보를 파악하고, 가장 유리한 시간대를 선택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물살이 바뀌는 두시진을 역류에서 버틴다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장수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훈련에 돌입한다. 화포 장착시간을 단축하는 훈련도 한다. 버텨내기만 하면 이길 수도 있는 전투의 가느다란 희망이였지만 장수와 수군들은 오직 이순신만을 믿고 따른다.
무모한 전투지만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전투..
아무리 살펴봐도 질 수 밖에 없는 전투를 이겨낸 건 무엇때문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 승리 뒤편에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의 명예와 임금의 명에 복정하는 장수도 있지만 백의로 종군하면서도 백성들의 아픔을 저버리지 않고, 오직 백성들을 위해 왕의 명령조차 거부했던 장수도 있다. 그리고 집중된 사람들은 힘은 '울돌목'이란 최고의 장소를 선택했고, 그 역류를 버텨내게 만들었다.
<불멸의 이순신>이란 걸출한 드라마에선 이순신은 군사들을 모아놓고 말한다.
''조선수군은 패배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전멸할 것이며 명량의 바다는 조선수군의 무덤이 될 것이다. 적이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군들도 패배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지난 6년간 수 많은 전쟁에 부하들을 세워왔고, 단 한번도 진바 없다. 그는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 전장으로 부하들을 이끈바 없기 때문이다. 허나 이번에는 나 조차 아무것도 자신 할 수 없다. 수십배에 달하는 적과 싸우기에는 우리가 가진 병력이 너무 미천하고, 또한 우리 수군이 싸워야 할 울돌목의 저 험준한 역류는 와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 되어 우리 앞을 가로 막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악조건을 모두 안고서라도 나는 그대들과 더불어 전장에 나갈 것을 희망한다. 승리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단 한명의 전사자도 없이 현장을 벗어나리라고 장담 할 수도 없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은 내가 조선 수군의 최전선을 지키는 전위군이 되겠다는 것. 그것 뿐이다. 대장선이 제일 먼저 적군으로 진격할 것이며, 적을 섬멸하지 않는한 결코 이 바다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실고자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하면 살 것이니 목숨과 바꿔서라도 이 조국을 지키고 싶은 자는 나를 따르라.''
사람의 말엔 힘이 있다. 진심을 담은 말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그 말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그게 반드시 필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우리의 이유가 담겨 있으며, 상대를 아끼는 마음이 존재한다. 그런 말은 상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따르는 힘이 된다. 그걸 모른다면 아무리 좋은 판단도 실패할 수 있고, 아무리 나쁜 판단이리도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명량에서 이룬 13척의 신화는 뛰어난 전략, 전술, 군사를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리더십, 훈련에 최선을 다했던 군사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장수들의 결합된 시너지가 모여 만든 막강한 전투력이 승리요인이었다.
좋은 판단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복잡계는 그런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좋은 판단보다 더 중요한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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