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 돈 11조원이 쓰이지 않고 지자체 금고에 잠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의 0.6%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지자체 자본보조사업의 실집행률이 66.3%에 그쳤다고 10일 밝혔다. 자본보조사업은 경기 활성화와 주민 복리 향상 등을 목표로 지자체 회계에 자본 계정으로 잡히는 다양한 시설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다. 주로 체육관이나 박물관 등 시설 건립에 사용된다.

당초 정부는 자본보조사업 집행률이 97.8%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돈을 내려보낸 시점에 집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자체가 시설 건설을 위해 건설사 등 민간업체에 예산을 집행한 비율은 66.3%에 그쳤다. 불용률이 33.7%에 이르면서 11조원이 집행되지 못한 것이다. 이명선 기재부 재정관리총괄과장은 “지자체에서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경기 부양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위축될 우려가 있는 만큼 민간 부문에 적극적으로 재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성과 관리 기준 미비를 들었다. 지자체의 재정 집행을 평가하며 기준을 실집행률이 아니라 집행률로 잡고 있어서다. 지자체들 역시 일단 국고 보조금을 충분히 받아 놓고 천천히 집행하는 관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정부는 실집행률에 따라 지자체에 내려가는 연중 교부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