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이 신흥국의 경제 회복 속도를 늦춰 영구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백신 접종이 늦어진 이들 국가가 강한 봉쇄 조치를 다시 시행하면서 경제 재개에 들어간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9일(현지시간) 공개한 주간 세계 경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뚜렷하게 양분된 두 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처럼 경제활동을 재개한 뒤 회복 국면에 들어선 나라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블랙록은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2분기 정점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회복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인력 수요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가 우상향하고 있어서다. 유럽은 미국을 가파르게 추격하고 있다.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해 4~5월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였지만 유럽은 지난해 말 이후 꾸준히 상승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브라질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이 속한 신흥국은 반대 양상을 보였다. 신흥국 PMI는 50선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성장 정체를 의미한다고 블랙록은 평가했다.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다시 일상활동이 멈췄고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도 신흥국에는 악재로 꼽힌다. 이들 국가 상당수가 중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서다.

격차를 키운 것은 백신 접종률이다. 미국인의 절반을 넘는 50.2%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유럽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52.0%다. 신흥국에 속한 터키는 34.1%, 브라질은 21.5%가 백신을 완전히 맞았다. 러시아는 이 비율이 19%, 베트남은 1%에 불과하다. 브라질·멕시코·러시아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기조로 돌아선 것도 경제 성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블랙록은 팬데믹 후 경제 재개의 훈풍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유럽 투자 비중을 확대한 배경이다. 신흥국 주식 및 채권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채권시장은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