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정권의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진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탈(脫)원전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력 수요 예상치를 낮췄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脫원전 밀어붙이려 수요 일부러 낮춰 잡았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하계 전력 수요가 연평균 0.9% 증가해 2034년에는 101.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발표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 2029년 111.9GW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것과 대조된다. 7차 계획에선 에너지 전기화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전력 수요 예상치가 터무니없이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9차 계획 수립에 참여한 원자력계 전문가는 “정부가 탈원전·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전력 수요를 일부러 낮춰 잡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에너지의 전기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 등의 요인이 전력 수요 예측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잘못된 수요 예측은 에너지 수급 계획 전반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9차 계획이 수립된 지 2주도 안 된 지난 1월 11일 한파가 몰아치자 최대 전력 수요가 예측치를 뛰어넘었다. 공급 예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7월 27일에는 전력 수요가 96.4GW까지 치솟았다. 이는 정부가 2026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 최대 전력 수요에 해당된다. 9차 전력수급계획의 전력 수요 전망이 “한치 앞을 못 내다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의 소비구조가 바뀌면서 전기 사용량은 현재 정부 예측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4차 산업혁명 등을 감안한 정확한 전력 수요 예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지훈/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