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역의 가치
업무차 여러 지역을 다니다보면, 저마다 특화된 강점과 특색, 자원 요소를 살려 기업과 산업, 지역이 고루 발전하고 있는 곳을 종종 보게 된다. 울산 하면 자동차산업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삼한시대 지금의 울산 지역이 야철 생산의 심장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독특하다.

사실 콘텐츠 자체로만 따지면 서울과 수도권이 우세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자원, 역사, 개성이 더해지면서 대체 불가한 고유의 콘텐츠로서 힘을 발휘한다. 지역의 특화된 산업은 지역을 지속 가능케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최근 울산의 한 자동차 금형 제조사가 코로나19로 경영애로를 겪던 와중에 우리 공단 지역본부에 경영진단을 신청했다. 현장을 찾아간 진단팀은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에 나섰다. 인근의 대형 금형 테스트 설비를 갖춘 기업과 연구기관도 동참했다. 금형공법을 개선해 공정 수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이익이 늘어 사업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이런 성과는 지역에 흩어져 있는 자원과 인프라를 잘 활용한 덕분에 도출해낸 결과다. 울산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주도하며 지난 60년간 자동차산업을 이끌어왔다. 산업의 발전은 지역의 발전을 불러왔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늘고, 기업체·대학교·연구소 등 인프라가 자연스레 확충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전국 32개 현장 접점에 지원조직이 구축돼 있다. 42년간 축적한 지원 노하우와 데이터도 갖고 있다. 올해 초에는 3만 개의 기업평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성공요인을 나눠 3C(CEO, Customer, Change) 전략과 기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의 인프라와 데이터를 가진 장점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와 혁신 유관기관이 힘을 모은다면 지역특화 산업 발전에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실례가 규제자유특구 사업이다. 규제자유특구란 기업이 자유롭게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에 진출하도록 각종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특별구역이다. 중진공은 지역 특성과 산업이 연계된 특구가 지정되도록 전문가와 정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한다. 지난 7월 충남의 ‘탄소저감 건설소재’ 특구도 이 과정을 거쳐 신규 지정됐다. 또 특구 내 기업을 지자체와 함께 사후적으로 관리하면서 정책 수요를 발굴해 사업화를 위한 연계 지원도 펼치고 있다.

30년 후엔 시·군·구의 46%가 소멸 위험지역에 속한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한동안 가려졌을 뿐, 지역은 그 자체가 훌륭한 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다. 지역 자원과 인프라를 잘 활용하고 유관기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지역은 다시 살아나 더 큰 성공의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지역의 가능성에 눈을 돌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