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는 9일 기자와 만나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상반기에 이미 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는데, 회수 금액이 이보다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꾸준한 투자와 함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회수 시장에서의 성과로 올해 투자금액과 회수금액이 모두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한국금융지주 소속 벤처캐피털(VC)이다. 1986년 설립 이래 운용자산(AUM)이 3조3000억원 넘는 국내 최대 VC다. 올해부터 사령탑을 맡은 황 대표는 서울대 약대를 나와 유한양행 선임연구원을 거쳐 바이오 전문 심사역으로 변신했다.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티움바이오, 지놈앤컴퍼니와 같은 유망한 바이오 기업들을 키워냈다. 지난해 한국투자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은 뒤 1년 만에 승진에 성공,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황 대표는 바이오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대가'답게 바이오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3500억원 규모 '한국투자 바이오 글로벌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단일 분야 펀드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다만 바이오 분야에만 치중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헬스케어(H), 온라인(O), 언택트(비대면·U), 스마트인프라(S), 이코노미앳홈(재택경제·E) 등으로 대표되는 'HOUSE'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황 대표는 "지금 국내 투자 비중이 55%, 해외 투자 비중이 45% 정도 된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중국, 동남아시아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투자도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최근 시장이 일부 과열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무분별하게 높아지는 밸류(기업가치평가)을 경계했다.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밸류가 낮아질 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밸류가 시간이 갈수록 우상향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항상 높은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며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결국 시장이 꺾일 때 후유증을 어떤 식으로 대비해야 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기하는 습관'을 강조했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자는 말이다. 어떤 회사에 투자해서 실패했는지, 또는 성공했는지를 돌이켜보면서 투자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 게 그의 습관이다. 팬데믹 탓에 투자 규모를 줄인 VC들이 많았던 지난해에도 한국투자파트너스는 56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황 대표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시장은 항상 변동성이 있기 마련"이라며 "오히려 작년 같은 때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성과를 거두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팬데믹 격동기를 지난 후 떠오를 유망 투자 분야로 대체 불가능 토큰(NFT)을 꼽았다. NFT는 블록체인 상에서 유통되는 토큰의 일종으로, 각 토큰 마다 고유 값을 가지고 있어 다른 토큰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소유욕'을 건드리는 요소가 NFT일 것으로 내다봤다.
벤처투자 업계에는 '협업'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은 VC들이 낮은 밸류에 저렴하게 투자하려 한다고 바라보지 말고, 또 VC들도 스타트업들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태도는 스타트업 간, VC 간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끼리도 다른 회사가 큰 투자를 받으면 축하해주고, VC들도 다른 하우스가 수익을 거두면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촌이 땅을 사도 배 아파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꼭 '내'가 아니더라도 훌륭한 투자 표본이 하나 둘씩 쌓이면 업계 전체에 반드시 좋은 영향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황만순 대표는
△1970년 출생
△1996년 유한양행 선임연구원
△2001년 한국바이오기술투자 투자심사팀 팀장
△2004년 켐온 부사장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2020년 한국투자파트너스 CIO
△2021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
김종우/황정환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