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해무드' 조성 뒤 예고된 연합훈련에 돌변…'대내 결집' 의도도 있는듯 북한이 11일 '엄청난 안보 위기'를 언급하며 남측을 향해 엄포를 놓으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 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담화를 낸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은 이미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맞춰 전날 오후부터 2주 전 복원됐던 남북 연락채널에 무응답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연락채널을 복원하며 밝혔던 '화해 도모'가 더는 유효하지 않고 '대결 구도'로 나아갈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아직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안보 위협'과 '안보 위기'를 경고했다는 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의 대응 성격으로 대규모 화력 훈련 등 무력시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북한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 확장을 위한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무관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단거리'의 경우 미국 및 유엔에서도 추가 제재 등 직접적인 대응은 대체로 자제해왔다.
북한 입장에선 '부담이 덜한' 수단에 해당하는 셈이다.
9·19 군사합의로 중단된 해안포 사격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당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무력 도발로 직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 그래도 내치에 치중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 군사행동 시 추가 대북제재 등 북한 스스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탄도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숙고를 할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 파기 역시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다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수위를 고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역 중단과 그에 따른 식량난 심화를 겪는 데다 최근 함경남도 지역의 수해 피해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연합훈련을 구실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데는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대내 결속 효과를 노리려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연락채널 복원 사실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반면, 남측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대내용 매체를 통해 보도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에선 북한이 애초 2주 전 남북 연락채널 복원에 나선 게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한미연합훈련이 예고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려고 했는데 한미가 연합훈련을 감행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맞대응했다는 논리를 만들려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시적 화해무드 조성 뒤 다시 긴장을 끌어올려 '도발'의 충격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숨어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락채널을 복원한) 7월 27일이면 시점상 이미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수가 없는 시기였다"며 "군사훈련 중단을 안했다는 이유로 긴장 조성하는 것은 그동안 여러 번 반복된 벼랑 끝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