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접종자 '동일 형질' 항체 확산, 변이 '선택압' 작용
공유 항체 클론 형 27개 발견, 2개는 스파이크 '보존 영역' 표적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진, 저널 '셀 리포트'에 논문
신종 코로나는 왜 자꾸 돌연변이를 만들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던 사람이나 백신을 맞은 사람이 공유하는 항체 클론 형(clonotype)이 한꺼번에 수십 개 발견됐다.

이렇게 유전 형질이 같은 항체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돌연변이 '선택압(selective pressure)'이 높아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전염력이 훨씬 더 강해진 인도발 델타 변이도 이런 선택압을 받아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확인된 27개 공유 클론 형 가운데 2개는, 변이가 잘 생기지 않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보존 영역(conserved part)'을 식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보존 영역을 식별하는 항체 클론 형이 발견된 건 처음이다.

클론 형은 유전형질이 서로 유사한 항체 클론을 말한다.

항체가 보전 영역을 식별한다는 건 변이에 강한 백신 개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밴더빌트대 의대의 제임스 크로 2세(James Crowe, Jr.)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는 지난 4일(현지 시각)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코로나 변이를 몰고 오는 유전적 선택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 등장할 코로나 변이에도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과 항체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학 백신 센터 소장이자 논문의 교신저자인 크로 교수는 "코로나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공유하는 항체 클론 형이 그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지만 이는 좋은 신호일 수도 있다"라면서 "고무적인 사실은, mRNA 백신이 그런 항체 클론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는 왜 자꾸 돌연변이를 만들까
우리 몸에서 항체를 생성하는 건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또는 B 림프구)다.

바이러스가 표면에 달라붙으면 B세포는 다수의 동일 세포로 분열해 하나의 클론을 형성한다.

클론은 유전적으로 동일하게 복제된 DNA 조각이나 개체를 말한다.

성숙 과정을 거쳐 형질세포(plasma cell)로 변한 B세포는 수많은 항체를 혈류와 림프계로 방출한다.

이 중 일부는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중화항체가 된다.

이번에 발견된 27개 항체 클론 형은 대부분 신종 코로나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연다.

문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항체의 표적이 되는 부분이 잘 변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몸 안의 순환 항체가 바이러스를 잘 찾지 못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렇게 변이가 잘 생기는 부분을 표적으로 삼는 동일 항체가 많은 사람의 체내에 만들어지면 돌연변이 선택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 말은 백신 접종자와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할수록 변이 코로나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변이가 잘 생기지 않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보존 영역을 식별하는 항체 클론 형의 발견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부분을 표적으로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면 변이 코로나의 회피를 차단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보존 영역은 신종 코로나의 진짜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