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석 달 만에 최대치인 10조원가량 늘었다. 좀처럼 줄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이 11일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은 1040조2000억원으로 지난 6월 말보다 9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증가폭은 역대 최대인 지난 4월(16조2000억원) 후 석 달 만에 가장 컸다. 올 1~3월 증가폭이 6조~7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난달 증가폭은 두드러진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계대출 중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말 758조4000억원으로 6조1000억원 늘었다. 2월(6조5000억원) 후 최대 증가폭이다. 주택매매와 전세자금 수요가 불어난 결과다. 전세자금 대출만 2조8000억원 늘었는데, 역시 전월(2조2000억원) 증가액을 웃도는 규모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지난달 말 280조8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 증가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매매 관련 개별대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이 고루 늘었다”며 “기타대출에는 생활자금 수요도 있지만 7월 중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과 이달 초 ‘공모주 대어’로 꼽힌 종목 청약에 참여하려는 개인들이 증거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늘렸다. 지난달 8~9일 SD바이오센서(청약증거금 32조원), 26~27일 카카오뱅크(58조원) 등의 공모주 청약이 진행됐다.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향방과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 후보자가 지난 6일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가계부채 관리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만큼 보다 강화된 대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26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주목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