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악 팬데믹 막으려면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한 달 넘게 최고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됐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의료 전문가들이 우려하듯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3000, 4000명도 나올 분위기다. 확산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문제는 대책이 마땅찮은 현실이다. 수도권은 이미 최고 방역단계 조치를 한 달째 유지 중이다. 낮에는 5인 이상, 오후 6시 이후엔 3인 이상이 모일 수 없도록 만남도 통제하고 있다. 비수도권도 최고단계 바로 아래인 3단계다. 이제 남은 카드는 딱 하나뿐이다. 전국 4단계 조치다. 하지만 이 카드가 제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4차 대유행은 델타 변이와 방역 피로감이 겹친 결과다.

델타 변이에 무너진 방역

틀어막기식 방역 조치가 1년6개월 넘게 계속되다 보니 국민 모두가 지쳐버렸다. 일상의 탈출구를 잃고 지친 국민의 방역의식은 예전같지 않다. 게다가 소상공인 등의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면서 틀어막기식 방역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여기에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최근 전파 양상은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르는 ‘감염경로 불명’ 사례보다는 ‘접촉감염’이 훨씬 더 많다. 가족, 지인, 동료 등을 통해 주로 전파되고 있다는 의미다. 일상활동과 만남을 최소화하면 코로나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부터 방역당국이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할 일은 위중증 환자 관리다. 병상 가동률은 60% 안팎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면 위중증 환자도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에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게 걱정스럽다. 병상과 의료진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백신 수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백신 접종을 서둘러 집단면역을 이루는 게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접종자도 코로나에 걸리는 돌파감염이 속출하고 있지만, 백신을 맞지 않았을 때보다 위중증으로 갈 확률이 훨씬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접종은 필수라는 얘기다.

'위드 코로나' 준비를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백신 도입이 늦었다. 이 때문에 2차까지 마친 접종률은 아직 15%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에 우리 정부의 백신 도입은 갈수록 꼬이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모더나의 잇단 공급 지연으로 접종 일정을 늦추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강도태 보건복지부 차관을 중심으로 한 실무대표단을 모더나 본사에 파견해 “재발 방지 확약을 받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모더나가 계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했으니, 항의하는 시늉을 하겠다고 가는 셈이 됐다.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한가한 일이다.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을 맡은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서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협상력도 발휘해야 한다. 토종 백신은 일러야 내년 상반기쯤 나오니 지금으로선 대안이 될 수 없다.

코로나는 앞으로도 수년은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독감이나 신종플루처럼 인류가 평생 안고 가야 할 감염병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접종률이 70%를 넘은 싱가포르는 다음달부터 방역 조치를 서서히 풀 계획이라고 한다. ‘위드(with) 코로나’ 실험이다. 접종 예약 사이트가 마비되고, 잔여백신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한국은 싱가포르 못지않은 위드 코로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답은 하나뿐이다. 당장 맞을 백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