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좋은 나라다
‘국가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의 총체적인 능력으로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기업의 경쟁력은 내부적으로는 기업 자체의 생산성에, 외부적으로는 국가의 안보 상황, 정치적 안정, 건전한 경제,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에 달려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 4년간(2017~2020)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유출금액은 신고기준 2645억달러(302조6000억원)였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투자 유입금액은 신고기준 938억달러(107조3000억원)였다. 4년 동안 유출입 금액의 차이는 1707억달러(195조3000억원)이며, 이는 지난해 명목 GDP(1933조1524억원)의 10.1%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한 자국 중심의 주력산업 패권화로 이어질 전망이며, 각국 정부는 제조업의 본국 회귀(리쇼어링) 및 외국인의 투자유치를 위해 노동 및 조세제도의 개정, 공장 이전 비용 지원, 규제 완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이념 편향적인 반시장 정책으로 이념, 지역, 계층 간 갈등이 증폭되고 국론이 분열돼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멈추거나 속도 조절 또는 방향 전환을 해야 할 이슈들을 살펴본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선제적으로 탄소국경세(탄소관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생산에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탄소 배출량이 적으며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 발전의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발전을 줄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조건을 거스르며 태양광, 풍력 발전량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은 전력공급의 불안정과 한전의 적자 누적을 초래해 결국 세금과 전기요금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의 쾌거는 한국이 지난 40년간 사고 없이 원전을 잘 운영해 안전성이 검증된 결과다. 그런데 자국에서는 원전이 위험하다고 탈원전하면서, 그 위험하다는 원전을 다른 나라에 건설하겠다고 하면 원전 수출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원전을 줄이면서 태양광 풍력 발전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하고 부족한 에너지는 러시아, 중국에서 수입하겠다는 정책에 불안을 느껴 기업이 돌아오거나 외국인이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임금은 노동의 한계생산가치와 일치한다. 즉,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는 높은 임금을,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는 낮은 임금을 받는다. 임금의 강제 조정으로 노동의 생산성과 임금이 괴리되고 있다. 나아가 비정규직의 일률적 정규직 전환, 채용 후 구조조정 불가, 실적과 무관한 연봉 인상, 해고 근로자의 노조 가입과 같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기업은 신규 채용을 주저하게 되고 청년들의 취업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징벌적 보유세와 거래세, 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토지거래 허가제, 임대차 3법 등 지난 4년간 26차례에 걸친 편 가르기식의 시장을 역행하는 규제정책은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초래했다. 한국의 최고 법인세율은 25%로 일본, 미국, 영국보다 높으며, 감사위원 분리선임(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 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으로 기업 활동이 제약받고 있다.

전력 공급의 불안정과 가격 상승, 노동시장의 경직, 부동산 가격 상승, 높은 법인세율, 기업규제 3법 등으로 고용과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외국인들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에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다.

기업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조세 수입의 원천이 되는 국력의 기본이며,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 주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이 땅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선공약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