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론바이오가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박테리오파지의 면역 조절 기능에 주목해 면역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인트론바이오에서 윤경원 대표를 만났다.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윤경원 공동대표는 서울대에서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경영대학원 EMBA 과정을 마쳤다. 2001년에 인트론바이오에 합류했다. 윤경원 대표는 창업주인 윤성준 공동대표의 친동생이다. 윤성준 대표는 개발 및 경영 총괄을 맡고, 윤경원 대표는 외부 투자 등 대외활동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1999년에 설립한 인트론바이오는 2011년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본업인 신약개발과 함께 분자진단사업 및 동물용 항생제 대체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인트로바이오는 매출 454억 원과 영업이익 157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444%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분자진단 매출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코로나19 확산 초반에는 진단키트에 대한 원·부자재를 오상헬스케어에 공급했다. 작년 4월부터는 자체 진단키트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했다.

윤경원 대표는 “생산 역량을 급격히 확대하는 것을 경계했음에도 꽤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현금창출을 위해 분자진단사업을 지속해온 덕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억 원과 1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5.4%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2분기에도 1분기 대비 낮지 않은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항생제 대체재로 주목받는 엔도리신 신약
이 회사가 주력해온 신약개발 분야는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다. 1900년대 초반에 처음 존재가 알려졌지만 1940년대에 페니실린 등 항생제가 개발된 후에는 잠시 연구가 주춤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항생제 내성균 등장으로 인한 문제가 대두되며 다시 박테리오파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장 앞선 단계의 파이프라인은 엔도리신 계열의 치료제인 ‘SAL200’이다. 엔도리신은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죽일 때 작용하는 효소의 일종이다. 기존의 항생제는 세포벽을 만드는 것을 저해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균의 증식을 막는다. 하지만 세균이 반복해서 증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내성이 생긴다.

반면 엔도리신은 세포벽을 이루는 물질인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을 파괴해 세균을 터뜨린다. 증식을 시도하는 세균 자체를 없애기 때문에 내성 발생의 우려가 적다는 설명이다. SAL200은 세균을 인위적으로 증식시키는 계대배양 실험에서도 내성 발생 가능성이 낮음이 확인됐다.

SAL200은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표적에 대한 결합력과 세균을 죽이는 능력을 높인 물질이다. 인트론바이오는 SAL200을 2018년 말 로이반트사이언스에 기술이전했다. 계약금은 1000만 달러(약 115억 원)를 받았다. 상업화 이후 10% 초반대의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를 수령한다.

기술이전 당시 SAL200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상구균(MRSA)에 의한 균혈증’에 대한 국내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었다. 이 임상은 작년에 종료됐다.

SAL200, 하반기 美 임상 2b상 신청
인트로바이오는 2019년 8월에 로이반트와 SAL200에 대한 계약 조건을 변경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정정 계약을 체결했다. 확대된 기술이전 규모는 총 9억9250만 달러(약 1조1415억 원)다.

임상 2b상 진입으로 받는 마일스톤은 없다. 인트론바이오는 임상 2상 마일스톤을 매출 마일스톤으로 변경 지급받기로 했다. 대신 3억2500만 달러(약 3748억 원)의 판매 마일스톤이 추가됐다.

윤경원 대표는 “로이반트가 개발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상용화 이후에 마일스톤을 많이 받는 계약으로 변경했다”며 “그만큼 성공에 대한 자신이 있으며 후속 파이프라인은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반트는 SAL200의 미국 임상 2b상은 기존 균혈증에 신내막염에 대한 적응증을 확장해 진행할 계획이다. 신내막염은 심장 판막이 미생물에 감염돼 생긴 염증을 뜻한다. 올 하반기 임상 2b상 신청을 앞두고 있다.

후속 파이프라인인 GNA200과 BAL200에 대한 기술이전도 추진 중이다. 각각 동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계약상 로이반트가 후속 파이프라인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가지고 있지만 인트론바이오는 다른 기업들과도 협상할 수 있다. 윤 대표는 GNA200의 파이프라인 가치가 SAL200의 2~3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GNA200은 그람음성균의 일종인 녹농균을 표적한다. 이 균에 대한 항생제가 거의 없어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BAL200은 바실러스균의 일종인 탄저균을 표적한다. 탄저균은 사망률이 높으며 생화학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 BAL200이 국방 비축 물자로 활용될 수 있어 개발 가치가 높다는 설명이다.
[유망기업] 인트론바이오, 박테리오파지 기반 면역치료제 개발 나선다
박테리오파지 기반 면역치료제 개발 착수
엔도리신 계열 치료제 개발이 순항 중인 가운데 인트론바이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박테리오파지 기반의 면역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및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박테리오파지가 단순히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넘어 면역체계를 조절한다는 확신을 기반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윤 대표는 “박테리오파지 내 일부 물질을 특정해서 면역을 조절하는 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면역체계를 끄거나 켤 수 있는 일종의 스위치 물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체내로 유입되는 물질을 인식하면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자연살해(NK)세포, 호중구 등 선천성면역이 작동해 제거한다. 선천성 면역을 작동하게 하는 물질들은 ‘병원체연관분자 유형(PAMPs)’ 혹은 ‘위험연관분자유형(DAMPs)’이라고 한다.

인트론바이오는 새로운 PAMP 중 하나로 박테리오파지에 주목하고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간 상호작용을 분석해 체내 면역을 조절하는 새로운 물질을 찾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면역시스템 조절을 통해 다양한 질병을 제어할 수 있는 면역치료제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향후 2~3년 후에는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고 핵심 기반 기술에 대한 준비도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박테리오파지 기반 면역치료제라는 큰 틀에서 글로벌 R&BD(사업화 연계 기술개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