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임원 전원 사표 내라"…소폭 교체 그칠 수도
이달 초 취임한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임원 전원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윤석헌 전 원장의 '색깔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권말 변화 보다 안정이 중요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일부 임원 교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원장은 최근 부원장 4명과 부원장보 10명 등 총 14명에게 일제히 사표를 내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부 임원들은 "정권 말 무리한 인력 교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금감원장이 임원의 전원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첫 민간 출신 원장이었던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2017년 9월 취임 후 임원 13명에게 일괄 사표를 받아 전원을 교체했다. 직전 윤석헌 원장도 전원 사표 제출을 요구한 뒤 3명의 부원장보를 바꿨다. 당시 임원 한명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직무 배제시키기도 했다.

정 원장의 사표 제출 요구도 금융권과 갈등을 일으켜 왔던 윤 원장의 색깔을 지우고 조직을 쇄신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사표를 일괄적으로 받는 것은 특정 인물들을 찍어서 내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형식적으로 하는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며 "임기를 많이 남기지 않은 임원 일부와, 소비자 보호·사모펀드·제재 등 윤 원장의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데 관여한 일부 임원이 교체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2년 이상 임기를 채운 임원들의 경우 우선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2019년 1월 선임된 김동성(전략감독)·이성재(중소서민금융)·장준경(공시조사) 부원장보 등은 2년 8개월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나머지 임원은 9개월~1년 5개월 가량 임기를 지났다. 통상 금감원 임원들은 2년 이상은 임기를 채워 왔다.

그러나 정권 말 상황과 가계부채 등 산적한 이슈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대규모 인사로 이어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감원 임원은 "조직 쇄신도 중요하지만, 임직원의 사기 진작도 못지 않게 중요한 수장의 역할"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요구하던 것은 후진적인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