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KT, 카카오모빌리티 등 국내 자동차 및 정보기술(IT)업계 대표 기업이 자율주행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들 기업은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를 설립하고 시장 조사부터 연구개발(R&D), 사업화 과정까지 손을 잡기로 했다. 2035년 1조달러(약 1161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종 업종 간 협력에 나섰다.

자율주행 이종 업종 간 협력 강화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KAIA)는 지난 11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기인총회를 열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만도, 쏘카, 카카오모빌리티, KT, 컨트롤웍스, 토르드라이브,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10개 기업과 기관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완성차, 자동차 부품, 통신, IT, 서비스 등 자율주행 연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한 게 특징이다.

협회장엔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사진)이 선출됐다. 협회 측은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 기술 국산화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각각 설립 허가를 신청하고, 이르면 다음달 창립총회를 열기로 했다. 발기인 외 60여 개 기업·기관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협회 측은 “전기·전자, 통신, 소프트웨어(SW), 금융·보험, 로펌, 대학, 연구기관 등 업종과 관계없이 자율주행 연관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기관에 회원사 가입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레벨4 위해 규제 완화해야

자율주행차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엔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가 신차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벨3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부분자율주행 기술이다. KPMG는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020년 71억달러에서 2025년 1549억달러, 2035년 1조1204억달러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걸음마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이드하우스인사이트는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선두권 업체로 구글 웨이모, 엔비디아, 아르고AI, 바이두 등을 꼽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합작 설립한 모셔널이 그 뒤를 따라가는 정도다. 모셔널은 최근 운전자가 필요없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인증받았다. 2023년 완전자율주행을 상용화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해외 경쟁국은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대폭 풀며 산업 육성에 나섰다. 독일 연방의회는 최근 레벨4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반면 국내에선 운전석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불법이다. 국토부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지만 명문화된 요건이 없어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레벨4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경쟁력은 실제 도로에서 쌓은 데이터로부터 나온다”며 “테스트 베드를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