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총액 크게 줄고
지방은행·2금융도 '조기 마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이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할 대출금을 제때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통상 입주철만 되면 주요 대형은행들이 2000억~3000억원을 들고 와 대출 예약 경쟁을 벌이던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수도권 마지막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는 3단계에 걸쳐 총 7만5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총 3만4000여가구로 이뤄지는 검단신도시 1단계 지역엔 30일 ‘검단 푸르지오 더베뉴’(1540가구)의 집들이에 이어 다음달 ‘검단 한신더휴 캐널파크’(936가구)와 ‘검단 유승 한내들 에듀파크’(938가구)가 줄줄이 입주를 시작한다. 입주 물량이 쏟아지지만 지역 내 대형 은행 지점의 잔금 대출 규모는 200억~500억원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작아졌다. 500억원이면 100여 가구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푸르지오 입주 예정자들이 주요 은행에 접수 예약을 신청하면서 대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자 검단 일대 은행 지점들은 예약 일정을 입주 1주일 전인 이달 24일로 미루거나 대출 한도 조정을 위해 접수를 잠정 중단하고 있다. SC제일은행 검단지점은 입주 예정자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한도가 마감돼 상담 예약이 완료된 고객만 대출을 진행하며 추가 한도 배정 때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규모 축소로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자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이 들어오는 이례적인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검단신도시와 무관한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은 물론 보령축협과 새마을금고 등이 각각 200억~300억원의 대출금을 끌어와 입주민 대출 예약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에선 13분 만에 대출 상담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별 대출 규모가 줄어든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을 강하게 죄자 은행들이 집단대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개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다.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개인이 지난달부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 이상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를 넘어서는 등 금리 인상도 부담이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검단지역 신규 물량이 너무 많아 은행별로 지역별 포트폴리오 안배 차원에서 대출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도 사실상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받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중도금, 잔금대출에 적극적 분위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은정진/김대훈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