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메타버스를 조금 아는 남자
요즘 들어 모든 산업을 망라해 ‘메타버스’가 화두다.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에서 모임이나 회의를 진행하고 업무협약을 맺는다. 입시박람회를 열기도 하고 시상식이나 전시회도 개최한다. 명상 수업은 물론 명품몰, 패션쇼, 자동차 전시장을 구경하거나 놀이공원, 해수욕장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메타버스 열풍에 증권시장이 들썩이면서 관련주 역시 뜨겁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 간 만남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여행길 역시 막혔다. 학교 수업의 온라인 전환, 기업의 재택근무 활성화 등이 메타버스 열풍을 몰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 대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일보다 비대면 플랫폼에서 교류하는 일이 더 많아지면서 가상경제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는 우리 미래의 주역인 MZ세대(밀레니엄+Z세대) 젊은이들의 소통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MZ세대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며 게임하듯 즐긴다. 가상현실인 VR보다 더 진화한 개념으로 실제 사회와 같은 문화·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메타버스의 큰 장점이다.

지난 5월 처음 가상공간에서 경영진 회의를 하기 위해 메타버스에 탑승했을 때를 기억해보면 60대에게는 참 어색하고 생소한 공간이었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서투른 듯해도 흥미로웠다. 조직의 리더로서 항상 딱딱하고 적막한 분위기의 회의가 아니라 즐겁고 화기애애한 회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메타버스 안에서는 그 욕구를 실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회의 목적이라는 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공통된 목표를 향해 의견을 나누고 실행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기왕이면 재미있고 즐겁게, 딱딱하게 할 필요가 없다. 가상공간에서 개개인이 상상하는 캐릭터의 옷과 액세서리를 코인으로 구매하고 아바타를 멋지게 꾸미며 다양한 사람과 마주하고 대화하면 참 새롭지 아니한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연령을 뛰어넘어 가상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다면, 조직이나 지위가 만들어놓은 세대 간 소통의 벽도 허물 수 있지 않을까. 젊은 사람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맞춰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꼰대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MZ세대와의 소통은 필수불가결이다. 젊은 사람들 처지에 서서 사고하는 게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엄격한 규범에 따라 금지되는 게 많은 만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가상공간에서 소통하며 재미를 느끼면 참 좋겠다. 간혹 외국영화를 보면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마시기도 한다. 메타버스 안에서 경영진 아바타들이 가볍게 치킨을 뜯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회의하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