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고위공직자와 선출직공무원 등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야당과 국내외 언론단체 등이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와중에 내놓은 ‘찔끔 완화’ 방안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의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 고위공직자, 선출직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아울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의중과실 추정의 주체임을 명확하게 하고, 열람차단청구권 조항은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열람차단청구권은 언론보도 피해자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을 통해 기사가 인터넷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규제 방식이다.

앞서 여야는 이날 진행할 예정이었던 전체회의를 취소하고, 오는 15일까지 야당 측의 자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받기로 합의했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가 미뤄진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15일까지 야당 측 대안을 달라고 했다”며 “17일쯤 전체회의를 재개해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다섯 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조항을 뺀 자체 개정안을 준비할 계획이다.

야당과 국내외 언론단체들은 연이어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SNS에 “독소 조항과 위헌적 색채로 가득한 여권발 개정안은 국민이 활용하긴 어렵고, 권력자가 남용하긴 쉬운 법”이라며 “최근 몇 년간 언론 오보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세계신문협회가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을 보내왔다”고 발표했다. 세계신문협회는 “한국 정부와 여당 등 관계기관은 허위 정보를 위해 성급히 마련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1948년 설립된 세계신문협회는 60여 개국, 1만5000개 언론사가 가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단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