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자리 창출 당부에도…은행권 채용문 좁아질 듯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청년 채용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은행의 취업문은 활짝 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은행 점포가 줄어든 데다, 채용도 디지털 인력 확보에만 집중되고 있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NH농협·하나)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금융권이 상당한 수익을 거둬 사회에서 고용을 창출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질 좋은 금융 일자리 제공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권 중 은행권이 채용 규모가 가장 많다는 점에서 은행권에 채용문을 넓혀줄 것을 요구한 셈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9월 중순 이후 하반기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채용 규모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공채를 진행했던 NH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아직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공채 일정을 결정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는 탓에 신입 행원 채용 일정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채용 후 연수 등 교육 일정도 있는 만큼, 일정을 확정하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점포수 2배 가까이 줄어…채용도 '디지털' 인력 중심

하반기 채용 규모도 작년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낮게 점쳐진다. 코로나 여파로 은행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면서 지점이 많이 줄었다는 점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점포 수는 4398개로 1년 전보다 191개 감소했다.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감소한 점포 수(96개)보다 2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 은행에 필요한 인력은 IT경력직이지만, 이들은 은행에 오지 않는다"며 "일반 행원의 경우는 영업지점이 줄어 채용 규모를 확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정년이 보장되는 만큼 인건비 부담도 상당해 채용 규모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면서 채용 형태도 변화했다는 점도 일반 행원에 대한 채용 문을 더 좁히는 요인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매년 진행했던 상반기 일반직 공채를 지난해부터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디지털·ICT 인력 비중을 전체 채용 인원의 40~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인턴 채용조차도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초 디지털·IT 분야의 우수인력을 채용연계형 인턴 지원 모집을 완료했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운영 및 개발, 카드 디지털분야의 간편결제 등으로 채용을 한정했다. 하나은행도 올해 하계 대학생 인턴모집 규모를 두 자릿수로 축소하면서 디지털 부문만 뽑았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