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 "자산가격, 금리 대비 공정...인플레 대응 고려해야"[전문 독점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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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이 기사는 08월11일(10: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사진)은 "거시경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그는 거대한 시장조차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바라본다. 코로나19 이후 우후죽순 쏟아지는 '인플레이션 논쟁'에 대해서도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시장도, 연준도, 투자자들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영구적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결국 사람들의 '기대' 혹은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무엇을 알고 있을까? 막스 회장은 "시장은 앞날을 모르는 데다가, 종종 장기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서도 "그렇다고 시장을 완전히 무시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증시가 우리의 예상과 다른 성과를 낼 때는, 시장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아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 저점을 기록한 뒤 연말까지 68%나 오른 S&P500 지수가 그 방증이다. 예측과 해설을 마구 쏟아내는 전문가들보다 정부의 조치가 미칠 영향을 훨씬 잘 파악해낸 셈이다.
막스 회장은 이제 세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재정적자를 내면서도 별다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적자의 폭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가피하게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던 연준을 향해서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서는 '불간섭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위적으로 낮게 조정한 금리'가 자본시장을 왜곡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막스 회장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준비할 수는 있다"고 제언했다. 거시경제를 둘러싸고 수많은 '상반된' 논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는 말이다. 그는 "공격적 투자와 방어적 투자를 적절히 조합하는 게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는 미국 부실채권 전문 사모펀드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오크트리캐피털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80억달러(약 168조원)에 달한다. 막스 회장은 시장이 좋을 때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역행투자자(contrarian)로 유명하다.
아래는 막스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크트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메모의 전문. (강조(볼드체)는 막스 회장이, 밑줄은 편집자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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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에 대한 단상(Thinking About Macro)
"가치가 있는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그 의미가 중요해야 하며 알 수 있어야 한다."-워런 버핏
제 메모를 꾸준히 읽어 온 독자들은 오크트리와 제가 거시경제 예측에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오크트리 투자 철학의 6 대 신조 중에는 거시경제 예측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버젓이 포함돼 있습니다. 오크트리는 경제학자를 고용하지 않으며 경제학자를 사무실에 초대해 그들의 견해를 듣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버핏의 용어대로 표현하자면, 거시경제의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또는 전반적인 투자와 마찬가지로, 거시경제 예측은 컨센서스 정도로 들어맞기는 쉽지만 그보다 더 높은 적중률을 보이기는 매우 어려운 또 하나의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컨센서스 예측은 어떤 이점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높은 확률로 평균을 넘는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려면 투자자가 지식의 우위에 기반해 다른 이들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해야 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거시경제 전망을 형성하고 그 전망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 자신들의 직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주식 종목을 잘 고르거나 부동산을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투자 성공이 정확한 거시경제 예측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하지 않을 때에도 거시경제 전망에 관해 공공연히 의견을 밝히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거시경제 상황이 너무나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투자에서 이를 무시하는 것은 완전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 대다수의 거시경제 예측은 (a) 별 도움이 안 되는 컨센서스 예측이거나 (b) 맞는 일이 거의 없는 비(非)컨센서스 예측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제가 아는 투자자들 중 거시경제 예측을 토대로 투자 결정을 내려 성공을 거두는 투자자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머지 투자자들은 한 번에 한 건씩 상향식으로 투자합니다. 이들은 대체로 거시경제 예측과 상관없이 싼 종목을 발견했다고 판단될 때 사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될 때 파는 투자자들입니다.
• 자신이 거시경제의 미래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나 타인들에게 인정하는 것이 어려울지는 모르지만, 높은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분야에서는 아마도 불가지론이 자기기만보다 현명한 전략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은 권위 있는 견해들은 어떨까요?
"뭔가를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섭지만, 세상은 대체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자신이 정확히 안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굴러간다고 생각하면 더 무섭다." – 아모스 트버스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이 문제는 거시경제를 예측하는 사람들의 그간 실적, 혹은 실적의 부재라는 주제로 연결됩니다. 1970 년대에 한 선배가 제게 “경제학자는 자산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지 않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라는 말을 했는데 이 묘사는 지금도 매우 적절한 듯합니다. 경제학자나 거시경제 전략가가 “조만간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본다(그리고 나의 경기 침체 예측은 1년 내에 xx% 적중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운용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투자 운용사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신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거시경제 예측가들을 추종할 이유가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이와 동일한 비판이 대다수의 투자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저는 거시경제의 미래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하거나 의견 표명을 사양하는 투자자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요건 중 하나는 자기 평가입니다.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나의 거시경제 견해를 토대로 투자한다면 그 견해가 얼마나 자주 도움이 되었는가? 이런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가 아니면 중단해야 하는가?
예측의 단점을 모두 털어놓아 부담을 덜었으니 이제 이 메모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합니다. 왜냐고요? 이 메모의 서두에서 인용한 버핏의 명언을 순서만 바꾸어 적용해 보면, 거시경제의 미래는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하지 못할지 몰라도 중요해야 한다는 조건에는 들어맞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 이전 연도들을 돌이켜 보면 대체로 개별 기업들과 주식들을 둘러싼 사건들에 반응했던 시장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2000년의 IT 버블 붕괴 이후 시장은 주로 경제,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미국 재무부, 그리고 세계의 사건들을 고려하는 듯했습니다. 2008 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후로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저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는 주제에 관해 메모를 작성하는 이유입니다.
아래에서 저는 중요한 거시경제 이슈들을 열거하고, 그 전망에 대해 논하고, 그 이슈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몇 가지 조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우리 모두가 미래에 대해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저의 평소 소신이 떠오르지만, 오크트리에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의견을 갖는 것과 그 의견이 옳다고 가정하고 거기에 크게 베팅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입니다. 오크트리가 하지 않는 일이 그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이 메모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인플레이션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거시적 고려 사항들이 경제 논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16 개월 동안 연준, 재무부, 의회는 근로자, 기업, 주 및 지방 정부, 경제 전반, 금융시장을 지원하고 보조금을 제공하고 부양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는 (a) 강한 경기 회복 전망에 대한 확신, (b) 자산 가격의 급등, (c) 물가상승에 대한 공포를 낳았습니다. 위에 기술된 정책 조치들은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그러한 조치들이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 견고한 경제
• 더 높은 기업 이익
• 수요가 공급을 더 크게 초과하는 노동시장과 더 높은 임금
• 제한된 상품에 몰리는 더 많은 자금
• 상품 가격의 상승률 증가(물가상승), 그리고 결국
•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통화 긴축과 이로 인한 금리 상승
경제는 가변적이고 불확실하게 작동하지만 경제적 통설에서는 위의 과정이 매우 믿을 만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저는 잠시 인플레이션에 대해 생각할 때 수반되는 불확실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합니다.
• 저의 투자 초기를 특징지었던 결정적인 요소들 중에는 1970 년대 초부터 1982 년까지 연 5~15%를 오갔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있었습니다. 우울한 전망들을 쏟아내던 ‘닥터 둠(Dr. Doom)’과 ‘닥터 글룸(Dr. Gloom)’(각각 살로먼브라더스와 퍼스트보스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헨리 카우프만과 앨버트 워즈니로어 – 어느 쪽이 닥터 둠이고 어느 쪽이 닥터 글룸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는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복적으로 시인했습니다. 폴 볼커 연준 의장이 금리를 극적으로 인상해 문제를 해결하고 그 여파로 미국 경제가 1980~1982 년 더블딥 불황에 빠질 때까지 아무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보다 최근의 경험은 어떨까요? 수년 동안 미국,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장들은 견실한 2%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삼았지만 그 중 누구도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 상당 규모의 예산 적자,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 공급의 급속한 확대, 저금리 등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여건들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마지막으로, 대략 최근 60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실업과 인플레이션 간의 반비례 관계를 상정한 이른바 ‘필립스 곡선’을 신뢰해 왔습니다.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노동시장은 인력 공급보다 수요가 커지고 근로자들의 협상력이 높아지며 임금이 상승하고 소비재 가격의 상승 폭이 더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10 년 내내 하락해 결국 50 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제는 필립스 곡선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보고된 미국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부분적으로 최근 수십 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산출 방식이 변경된 것에 기인할지도 모르지만, 진실은 우리가 그 원인과 해결책을 포함해 인플레이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다른 분야보다도 인플레이션에 관한 예측에 훨씬 더 작은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중요한 와일드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전망
현 시점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다룬 많은 글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하기보다 간략하게 요약하겠습니다. 그 배경은 이렇습니다.
• 코로나 19 로 인한 지난해의 경제 봉쇄 기간 중 경제와 경제 참가자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연준, 재무부, 의회는 대공황에 견줄 만한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 이들은 개인 대상의 지원금, 기업과 정부 대상의 대출과 보조금, 실업보험의 강화, 대규모 채권 매입의 형태로 수조 달러의 유동성을 경제에 공급했습니다. 사실 저는 2020년이 ‘수조(trillions)’라는 단어가 처음 일상 언어로 편입된 해라고 생각합니다.
• 복지 혜택이 강화된 덕분에 많은 이들이 2019 년보다 2020 년에 소득이 늘었습니다. 휴가를 가거나 저녁식사, 콘서트, 결혼식 등에 돈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2020년의 추세를 넘는 소득에도 불구하고 지출은 추세 미만이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결합해 소비자들의 대차대조표가 약 2조달러 불어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 연준과 재무부의 조치들로 금융시장에는 자금이 넘쳐나 강한 물가 상승세가 촉발되고 자본시장이 재개됐습니다. 수십조달러 규모의 주식시장 상승과 치솟은 주택 가격으로 인한 부의 효과는 소득 증가와 지출 감소가 소비자 대차대조표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가 초라해 보일 정도로 컸습니다.
다음 징후들은 우리가 상당 기간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 위에 기술된 모든 일들은 보통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향후 수년 간의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이전보다 빈번한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이 불안이 단지 경제 이론에 근거를 두었지만 2021년에는 경험적 증거들이 이런 불안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o 수입 부품의 부족으로 중고차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o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o 구리, 목재, 반도체 등 자재 및 부품 가격이 상승했다.
o 스마트폰이 공급 부족 상태였다.
• 일부 업종의 노동력 부족이 물가 상승의 위협을 가중시켰습니다.
•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월 4.2%, 5월 5.0%, 6월 5.4%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9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입니다.
• 투입물의 가격 상승(‘비용 인상’ 인플레이션)과 상품을 좇는 자금의 증가(‘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가 수요의 공급 초과와 이로 인한 물가상승을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도한 화폐 발행이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달러 가치를 약화시키고 미국 수입품들의 달러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이와 관련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확실한 예산 확보 방안도 파악하지 않고 수조달러를 쓰는 미국 정부 관료들의 최근 경향입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사실상 적자와 부채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현대통화이론(MMT)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발상들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반면,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transitory)’(요즘 ‘핫한’ 단어)인 현상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완제품과 제조 투입물에 영향을 미치는 부족 현상과 그로 인한 가격 상승의 다수는 경제,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재가동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모든 부분이 즉시 효율적으로 기능을 재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단 하나의 부품만 부족해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져 완제품 제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경제 재가동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 만큼 이 요인들은 금세 사라질 수 있습니다.
• 원재료나 완제품의 가격이 오로지 현재의 경제적 상황 전개에 의해 직접적, 기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 즉 주가가 항상 적정하지는 않은 것처럼 지배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물가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오히려, 상품의 가격은 경제 참가자들의 심리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쉽사리 오버슈팅이나 언더슈팅(주식시장에서처럼)할 수 있습니다. 존 몰딘이 ‘연준의 어리석음(Federal Reserve Folly)’(2021년 7월 23일)이라는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결국 인플레이션을 낳는 물가 상승은 미래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기대’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물가는 단지 현재의 공급과 수요의 결과일 뿐 아니라 미래의 물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나타냅니다. 이 점은 목재 가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는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 같지 않았던 2020년 4월의 저점과 다시는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2021년 5월의 고점 사이에 목재 가격은 약 540% 올랐습니다. 그 후 지난 2 개월 동안 60% 넘게 가격이 떨어졌고, 이제 목재 가격이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더 이상 자주 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 2021년 상반기에 목격된 인플레이션의 많은 부분이 코로나19 구제 조치들로 인한 민간소비 증가와 그로 인한 저축 및 부의 증가에 기인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정해진 추가 자금이 영원히 소비 확대를 창출할 수는 없으므로 이런 효과는 일시적일 것입니다.
• 9월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면 더 많은 근로자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노동력 부족이 임금과 나아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할 것입니다.
• 2020년의 억눌린 소비자 수요의 영향이 대폭 사그라질 2021년이나 2022년 후에는 틀림없이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입니다.
• 경제 확장이 지속됨에 따라 최근 수준의 부양, 적자 지출, 화폐 발행이 향후 수 년 내로 축소될(또는 최소한 그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즉 경제 규모 대비 이 요인들의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 기술, 자동화, 세계화는 계속해서 상당한 물가 하락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영구적인 것일지 일시적인 것일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이 논란에 대한 답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답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요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논쟁의 양 진영 모두에 똑똑한 사람들이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아는’ 일 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연준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책임이 있습니다(다른 책무들도 있지만). 그러나 연준 수뇌부는 자신들이 내놓는 예상에 관해 스스로도 확신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021년 6월 16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숫자나 정확한 시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인플레이션 하락을 예상하는 것은 맞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내 제 동료들의 2022년 및 2023년 예측을 보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가깝게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범위는 우리의 목표와 일치하는 2~2.3%가 될
것으로 봅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미국 경제가 “변동성이 많은 환경에 있고, 따라서 이 중 어느 것이라도 누군가가 얘기하고 있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전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6 월18일)"
우리에게 필요한 솔직한 발언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발언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라는 주제에 대해 ‘우리에게 해답이 있다’….거나 심지어 ‘해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시장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2016년 주식시장은 큰 폭의 하락으로 출발했는데, 제게는 이것이 비이성적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시장에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메모(투자자 심리 분석(On the Couch)), 2016년 1월 14일)를 쓴 바 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이 메모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 TV 에 출연한 저는 주식시장 하락이 뭔가 대단히 심각한 사태의 전조인지 답하라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시장은 우리가 집단적으로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않으니까요. 이 일에서 영감을 얻어 저는 5일 후 이 섹션과 같은 제목의 또 다른 메모(시장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What Does the Market Know?)), 2016년 1월 19일)를 작성했습니다. 현재 시장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몇 달 동안 빠른 물가상승의 조짐이 도처에서 목격되었고, 주가가 한 번씩 빠질 때마다 언론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예컨대 S&P 500 지수가 6월 18일까지 10거래일 동안 소폭 하락하자 다음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트레이더들이 통화 정책의 향방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연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금요일 미국 주식은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 월 30 일로 종료된 주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금요일, 우량주 지수인 다우존스는 전장보다 533.37 포인트(1.6%) 하락한 33290.08 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하락 폭은 3.45%였다.
S&P 500 지수는 금요일 55.41 포인트(1.3%) 떨어진 4166.45 를 기록하며 한 주간 1.9% 하락, 3주 연속 상승세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스닥 지수는 대형 기술주들의 약세 속에 130.97 포인트(0.9%) 내려앉은 14030.38 로 장을 마감했다. 주간 하락 폭은 0.3%였다.
수요일, 정책 당국자들은 이전 예측보다 이른 2023년 말 이전에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CNBC 인터뷰에서 첫 금리 인상이 그보다도 빠른 2022년 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히자 금요일 시장 심리는 다시 얼어붙었다....
싱크마켓(ThinkMarkets) 애널리스트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주가 하락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은 지난해 이후 연달아 사상 최고점을 찍으며 경기 회복 속도를 앞질러 왔다. 통화 정책에 대한 연준의 입장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트레이더들은 그런 ‘리플레이션 거래’의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그는 “일어날 일이었다”면서 “시장이 너무 성급하게 앞서 나갔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하락은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수 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데릭 할페니 MUFG 은행 유럽 지역 글로벌마켓 리서치 총괄은 “테이퍼링도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장은 2022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 겁을 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6월 19일)"
늘 그렇듯이 언론 매체의 해설자들은 시장 움직임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그들이 어디에서 그런 설명을 찾아내는지 저는 항상 궁금합니다). 또한 이들은 그런 시장 움직임이 미래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예외 없이 추론을 통해 기꺼이 알려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현재까지의 테마는 물가상승이었습니다. 물가상승과 그와 결부된 금리 상승에 대한 공포가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현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데 동원됐습니다. 지표들은 빠른 물가상승을 시사했고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비관론으로 돌아섰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주식시장이 상황의 전개와 전망을 효율적으로 반영했다고 평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채권 시장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금요일 채권 시장에서는 10 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전일 1.509%에서 1.449%로 하락했다. 10 년물 수익률은 5 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도시 거주자들이 지불하는 소비자 가격은 연율 환산 기준으로 4 월에는 9% 넘게, [5 월에는] 7% 넘게 올랐다. 이런 추세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1980 년대 이후 미국이 경험한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과 연준은 걱정할 것 없다고, 채권 시장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주 하락세를 보인 채권 수익률은 수요일에 있었던 제롬 파월[연준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상승한 후에도 여전히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이다. 시장이 걱정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도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 앨리슨 슈라거, 블룸버그 오피니언, 6월 18일) "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상승을 우려했지만, 주로 금리 전망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개의치 않는 듯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금리로 대응했습니다.
이쯤에서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선호되어 온 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인플레이션 징후에도 불구하고 금 시장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양호하다는 채권 시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요일에 10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던 금 선물은 다시 0.3% 하락하며 손실 폭을 확대했다. 이번 한 주 동안 금은 5.8% 하락, 2020년 3월13일로 종료된 주 이후 최악의 주간 성과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6월 19일)"
아마도 경제와 시장에 대한 연준의 엄청난 유동성 주입에 힘입어 금 가격은 2020년 8월6일에 온스당 2,067 달러까지 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 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듯했던 2021년 6월 18일, 금 가격은 10개월 전에 도달한 최고점에서 14% 떨어진 1773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금 가격 골드허브 제공)
따라서 6월, 주식 시장은 들리는 바로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한 번씩 몸살을 앓고, 채권 가격은 취약한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채권 매수자들의 확신에 기반한 듯한 상승세(수익률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던 바로 그 시점에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인 금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시장은 앞날을 모를 뿐 아니라, 종종 장기적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이곤 합니다.
투자자 심리 분석(On the Couch))에 실렸던, 제가 역대 최고 중 하나로 꼽는 아래의 오래된 만화가 시장의 사고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해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장은 사건들을 흡수하고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스스로의 반응을 공개하면서 매우 예민한 악기처럼 작동합니다. 보통 시장은 현재 전개되는 국면에 극도로 민감한 좋은 ‘관찰자’이지만 때로는 위에서 본 것처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렌즈를 통해 사건들을 보는(그리고 그 두 렌즈 사이를 계속 오가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다음에 발생할 상황에 대해 아는가라는 의미에서 시장이 좋은 ‘예언가’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단기적인 상황 전개에 대한 시장 반응이 과도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장은 그러한 사건들의 의미에 관해 사실이 아닌 많은 긍정적인 해석과 부정적인 해석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현재 전개되는 상황들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앞날을 충분히 멀리 내다보지 못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장을 완전히 무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증권 가격이 우리가 우리의 견해를 토대로 예상하는 것과 다른 성과를 낼 때에는 시장이 우리가 이해하고 있던 바에 의구심을 품게 하는 무엇인가를 알아챈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시장이 비범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3월 23일에 저점을 기록한 후 2020년 말까지 68% 상승한 S&P 500 을 보십시오. 이 상승세가 시작됐을 때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확실히 시장은 대다수의 해설자들보다 연준과 재무부 조치들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훨씬 잘 파악해 낸 것입니다.)
◆예측가들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보다는 주식시장 수익률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저의 가장 오랜 파트너인(함께 일한지 38주년이 막 지난) 셸던 스톤이 제공한 예측에 관한 일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셸던은 제프 소머가 쓴 ‘2020년에 대해 오리무중이었던 월가 예측가들, 다시 2021년 예측에 나서다(Clueless About 2020, Wall Street Forecasters Are at It Again for 2021)’ 제하의 뉴욕타임스 기사(2020년 12월 18일)를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9년 12월, 월가 전망치 중간값은 2020년에 S&P 500이 2.7% 상승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지수의 실제 수익률이 18.4%였으므로 이 예측은 16% 포인트가 낮았던 셈입니다. 그러나 팬데믹이 기정사실화된 후(그리고 연준, 재무부, 의회의 최초 조치들이 발표되고 개시된 후)인 2020년 4월, 컨센서스 수익률 전망치는 최종적으로 달성된 결과보다 거의 30% 포인트 낮은 마이너스 11%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아무도 팬데믹을 예측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책 대응의 완전한 성공 여부나 그에 따른 시장 반등의 시점과 정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소머는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 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폴 히키가 제공한, 더 의미 있는 장기 데이터를 소개했습니다. 사실 전달을 위해 주로 소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 2000년 이후 애널리스트 예측치 중간값을 기준으로 산정한 S&P 500의 평균 연 수익률은 9.5%였지만 실제 평균 상승률은 6.0%였다. “3.5% 포인트 차이밖에 안 나다니 괜찮군”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는 “엉망이군 – 평균 상승률을 58%(9.5/6.0 - 1)나 과대평가했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 “2000년 이후 매년 12월, 예측치 중간값은 다음 연도의 주식시장 하락을 예측한 적이 없다...”하지만 그 기간 중 6개 연도에 주식시장이 손실을 봤다.
• “예컨대, 2018년에 예측가들이 7.5% 상승을 점쳤음에도 시장은 6.9% 하락해 14.4%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2002년 예측은 12.5% 상승을 예상했지만 주가는 거의 36% 포인트의 격차를 나타내며 23.3% 떨어졌다.”
• “전체적으로 보면, 그 정도의 격차를 고려할 때 2000~2020년 월가 예측치 중간값은 평균 12.9*% 포인트 차이로 목표치를 빗나갔다. 이는 주식시장의 실제 평균 연간 성과 [6.0%]의 2배를 넘는 수치다. 해마다 이러한 예측은 100일 중 약 30일은 비나 눈이 오는 도시에서 항상 화창한 날씨를 예고하는 기상예보관과 비슷한 적중률을 보인다. 대단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첫 항목에서 언급된 평균 3.5% 포인트의 오차와 이 12.9% 포인트 오차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후자가 오차의 “절대값”의 평균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절대값을 기준으로 보면, 한 해에 예측을 3% 초과하고 다음 해에 예측에 2% 미달할 경우 두 수치가 상계되어 오차의 절대값이 1%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합산되어 5%가 되는 것입니다.)”
결론은, 틀리는 것이 예사이고 시장이 호황인 해에도 그렇지 않은 해에도 항상 플러스 수치를 고수하며 예측이 정확했더라면 가장 높은 수익을 냈을 시기에 목표치를 완전히 벗어나는 등 중간값 예측치가 아무런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전문적인 시장 예측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준의 역할
거시경제 전망을 두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많은 논쟁의 중심에는 연준 그리고 그 정책과 행동이 있습니다. 2020년 3월,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0~0.25%로 인하한 것은 물론 대출 및 보조금 지원을 시행하고 엄청난 액수의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기 회복에 불을 당겼습니다. 이 조합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경제와 금융시장의 강한 회복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는 인플레이션 상승의 위협을 만들어 낸 것 역시 바로 이 조치들입니다.
연준에는 두 가지의 주된 임무가 있습니다. (a)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정도로 경제를 성장시켜 완전고용에 이르게 하는 것과 (b)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이 두 임무는 어느 정도까지는 상충합니다. 빠른 경제 성장에는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따릅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구매력 감소를 보상하고도 남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됩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경기가 둔화될 수 있습니다.
경제 전망은 지난 여름 연준과 재무부 조치들로 긍정적으로 돌아섰고, 백신 개발 성공이 여기에 추가적인 지지대를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1분기 실질 GDP가 연율 6.4% 상승하는 등 경제는 강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며, 2021년 남은 기간은 물론 어쩌면 2022년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연준은 계속해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매월 1200 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왜 이처럼 강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일까요?
사실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교적 느긋해 보입니다. 처음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최근 지표들이 이 예측이 틀렸음을 입증해 주었지만)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그에 대응할 수단들이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고도로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연준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부진이 더 우려스럽다는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측통은 시행되고 있는 모든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률이 최근의 보통 수준인 2% 이하로 떨어질 경우 연준은 심각한 스태그네이션의 위험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a) 21 세기 들어 지속적으로 GDP 성장이 둔화되고 ‘장기적 스태그네이션’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있어왔으며 (b) 2009~2019년의 경기 회복이 사상 최장기 회복이었지만 동시에 제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느린 속도의 회복이기도 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의 최근 증언은 경기 회복이 수 개월 동안 진행된 현 상황에서 그가 여러 고려 사항들에 어떻게 우선순위를 매기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수요일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부터의 미국의 경제적 회복을 완료하기 위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최근의 물가 상승이 팬데믹 후 경제 재개와 연관된 것으로서 진정될 것이며 연준이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직장에 복귀하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팬데믹 전 일자리의 750만개가 여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연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속도를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경제 지원을 축소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여전히 한참 후 이야기”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7월 14일)"
그러나 경기 부진이 더 큰 위험이라고 하더라도 – 그리고 누가 연준에 반기를 들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겠습니까 –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실재하며 그 대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는 연준이 모자라기보다는 넘치는 부양을 하는 편이 모두를 위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파급 효과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취한 모든 조치들이 옳았다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조치들의 파급 효과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 투자자들이 플러스 실질 수익률을 요구함에 따라, 또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보다 긴축적인 통화 정책과 금리 인상이 시행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금리 상승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금리 상승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함으로써 금융 자산의 가격 하락과 시장 붕괴 가능성을 초래합니다(1972~1982년 사례 참고).
• 인플레이션 상승은 소득의 가장 큰 부분을 생필품에 소비하는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고 고정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은퇴자 등 수백만 명의 생활 방식을 위협할 것입니다.
• 금리 상승은 국가 부채의 이자 비용을 높여 연간 적자(와 그에 따른 국가 부채)를 확대할 것입니다.
• 적자 확대는 대주들(및 외국인 매수자들)이 미국의 채무증권에 훨씬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함으로써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 이자 지급과 적자 보전에 필요한 화폐를 계속해서 찍어낼 경우 결국 달러의 가치와 세계 기축통화라는 달러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 과거에 경험한 것처럼 빠른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게 함으로써 물가 상승을 스스로 영속화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 완화적인 통화 정책 자체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 연준의 지원금은 연준이 향후에도 시장을 구제할 것이라는 보장, 즉 ‘페드 풋(Fed put)’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도덕적 해이(투자자들이 결과를 책임지지 않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믿음)가 확산되고 시장의 안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위험 회피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 위의 상황들은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더 많은 차입금을 사용하도록 유도해 경기 둔화의 피해를 키울 수 있습니다.
• 지난 16개월 동안 보아 온 것처럼, 연준은 경제의 가치를 증가시키지 않고 경기를 부양할 수 없습니다. 그 혜택은 누가 누릴까요? 경제를 소유한 사람들(즉 주식, 기업, 부동산의 소유주들)이 누립니다. 따라서 부양과 그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은 과거에 비해 더욱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고 있는 부의 격차를 심화시킵니다.
• 연준이 제로 금리 유지를 포함해 현재 수준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경우, 향후 경기둔화로 점증적인 부양이 요구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됩니다. 일례로 금리 인하는 지난해에 시행된 구제 패키지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연준이 처음 대응에 나섰을 때 금리가 제로 수준이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어떤 이들은 연준이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경기 침체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해 영속적인 호황을 창출할지 궁금해합니다. 일부는 저금리가 영원히 높은 가격을 떠받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후에 의지할 수 있는 매수자로 연준이 기꺼이 개입하는 가운데 재무부가 필요한 만큼의 부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연방 정부 내 많은 이들이 그 결과로 초래되는 적자와 부채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대가 없이 무제한적인 액수의 자금을 지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해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제게 이런 가정들은 너무 꿈같은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이 가정들은 영구 기관, 또는 한도가 없고 잔액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신용카드의 양상을 보입니다. 정확히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 말할 수는 없지만 문제점이 없을 리는 없다고 봅니다. 혹은, 저라면 숨은 함정이 없다는 데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겠다는 편이 어쩌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1930년대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불황기에는 국가가 수요를 촉진하고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적자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적자 지출이 ‘케인스주의’라고 묘사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케인스조차도 적자 운영이 부진한 경제를 되살리는 합리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호황기에는 정부가 흑자 재정을 운영하고 불황기에 발생한 부채를 갚는 데 흑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1 세기에 재정 규율, 예산 흑자, 부채 상환 같은 개념은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20 년 넘게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해 왔고 적자 규모는 확대되어 왔으며 그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낮아 보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적자가 누적되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고 주장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010년대의 재정 적자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재정 적자는 단지 적자가 없었더라면 훨씬 더 부진했을 경제를 지탱하는 데 기여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시험의 시기에 들어섰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0년에 우리는 수조 달러 규모의 복지 혜택 확대, 연준의 채권 매입, 연준 대차대조표의 확대, 연방 재정 적자, 미국 국가 부채의 증가를 목격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는 앞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앨런 그린스펀은 1990년대부터 매우 개입주의적인 연준을 만들었고(‘그린스펀 풋’, 그리고 결국 ‘Fed 풋’의 개념을 탄생시키면서), 이런 연준의 입장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번 세기 들어 이미 발생한 세 차례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견고하게 유지됐습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연준의 구제 조치들은 반드시 필요했고 적절했지만 이 조치들이 영구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끊임없이 미세 조정하는 대신에 대부분의 경우에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경기를 부양하거나 제약을 가하는 연준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 독자들은 자유시장과 특히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자유시장의 능력을 믿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유시장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노동과 자본 등의 자원을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는 자금의 자유시장이 없으며, 최소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런 시장을 갖지 못했습니다. 연준이 2009년 1월에 연방기금금리를 제로로 인하하고 그 이후로 저금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금리를 인상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시장이 일련의 ‘발작’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지속적인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연준을 운영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저는 경기 부양이 끊임없이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덜 빈번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향후 경제가 부양 없이 자력으로 성장하는 경우보다 더 빠른 성장을 보여준다면 좋을지 모르지만,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통해 장기 성장률이 영속적으로 높아질 수는 없으며 부정적인 대가가 따를 위험 없이는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저는 보다 건전한 자본의 배분을 위해 자금의 자유시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게 이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금리를 의미합니다.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금리는 저축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차입자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자산 가격을 올리고 위험 감수 행위와 차입금 사용을 부추김으로써 자본시장을 왜곡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때가 아니면 개입을 꺼리는 연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팬데믹에 관한 첫 메모에서 저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은 바 있습니다.
처음으로 나타난 바이러스다보니 아무도 그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합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전염병학자 마크 립시치가 이 문제에 관한 팟캐스트에서 밝힌 것처럼, (a) 사실이 있고, (b) 다른 바이러스들과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 정보에 근거한 추론이 있고, (c) 의견이나 추측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들이 그런 추론을 사실로 전환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데이터가 없는 것 같습니다. (Nobody Knows II, 2020년 3월 3일)
“과학자”를 ‘경제학자’로 바꾸고 “코로나바이러스” 대신에 ‘인플레이션’을 넣는다면 이 문단은 현재 상황에도 잘 들어맞는 듯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생각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 사실들은 많지 않고 추론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미국의 이전 인플레이션 경험은 우리 일생 동안 단 한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향후 수년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누가 어떤 말을 하든, 이것을 립시치가 말한 “의견이나 추측”... 또는 제 표현이지만 ‘짐작’으로 간주합니다.
과거에 저는 꼭 메모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가까워질 때 아주 좋은 자료를 우연히 발견하곤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립시치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글의 일부를 소개하려 합니다. 탁월한 투자 실적을 보유한 전설적인 투자자 빌 밀러의 글입니다.
"미래에 대해 우선적인 접근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시장 예측의 정확성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맞추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다. 물론 현재 환경이 얼마나 과거의 역사적 데이터에 들어맞는지를 고려해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성공 여부는 미래가 실제로 얼마나 과거와 흡사할 것인지, 그리고 파악된 유사점들이 지배적인 유사점인지 아닌지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기록에 따르면 그러한 유사점들이 때로는 지배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때로는 그렇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우리는 다시 동전 던지기와 다름없는 상황에 처한다. (빌 밀러, 2021년 2분기 마켓레터, 2021년 7월 9일)"
다음 인용문은 이런 경우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어려움을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소양을 닦아도 지식은 모두 과거에 대한 것이고 결정은 모두 미래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 (이안 윌슨, 전 GE 임원)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에 관해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17년 전에 제가 적은 것처럼, ‘확신’은 [‘나는 안다’] 학파의 구성원들을 설명하는 키워드입니다. 한편 ‘나는 모른다’ 학파의 키워드는 ‘신중함’(특히 거시경제 미래에 대해 다룰 때)입니다. 이 학파의 추종자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알 수 없고, 알 필요가 없으며, 미래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가능한 한 가장 잘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 목표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Us and Them, 2004년 5월 7일)
그렇다면 이것이 오늘날의 투자자 행동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한동안 지속될지 알 수 없다면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2001년에 작성된 제 메모의 제목,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준비할 수는 있다(You Can’t Predict. You Can Prepare)’에 있습니다. 누구도 우리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확신을 갖고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런 예측을 한다면 중대한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2020년을 돌아보며 표명했던 시장 익스포저에 관한 의견을 잠깐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1월에 작성된 메모(가치 있는 어떤 것(Something of Value))에서 저는 저의 유전자 구성, 어린 시절의 경험, 몇몇 지속 불가능한 금융 혁신과 시장 과잉에 대한 경고가 들어맞았던 것이 어떻게 저를 자동반사적인 회의론자로 만들었는지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아들네와 합가해 사는 동안 제 아들 앤드류가 이 점을 지적했고, 저는 거기에 공감했습니다. 과거의 저였다면 아마도 지금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위험한 행동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버블과 그 후의 조정에 대해 경고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렌즈를 통해 시장을 보면서 저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위험 행동들이 있기는 하지만
• 실현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예측을 근거로,
• 몇몇 매우 긍정적인 반론에도 불구하고,
•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그에 반하는 대단히 설득력 있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여유 자금의 전액 투자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투자의 가장 중요한 규칙임을 알면서 시장 익스포저를 대폭 축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장의 가격 수준에 대해 잠깐 얘기하고자 합니다. 2020년 이전 4~5년 동안 저는 하이일드 채권이 지금 버블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채권시장이 버블이죠.”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채권 대비 하이일드 채권의 가격은 공정한 수준이었지만 저금리 때문에 모든 채권의 가격이 높았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모든 것이 버블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저는 대다수 자산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가격 결정에 있어 금리가 수행하는 강력한 역할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많은 자산 가격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예컨대 S&P 500의 PER이 20 초반대인데 ‘이익수익률’(PER의 역비)은 4~5%입니다. 약 1.25%라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비해 공정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PER이 제2차 세계대전 후 평균인 16이라면 이익수익률은 10년물 국채 대비 지나치게 높은 6.7%가 될 것입니다. 자산 가격이 금리 대비 적정한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자산 가격이 금리 대비 공정하다는 것과 앞으로 저금리가 지속된다는, 즉 가격이 높게 유지된다는(또는 상승한다는) 것은 매우 다른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다시 인플레이션이라는 주제로 연결됩니다. 연준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서, 아니면 물가상승으로 실질 수익률이 플러스가 되려면 금리가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또는 두 가지 모두를 이유로) 금리가 지금보다 오르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의 가능성은 우리 모두에게 골칫거리지만 현재의 자산 가격이 금리 대비 비이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언론 매체에서는 제 입에서 ‘사라’거나 ‘팔라’, 그리고 ‘(업종, 종목 등에) 들어가라’ 또는 ‘나오라’는 얘기를 이끌어 내려 애쓰지만, 반대로 요즘 저는 공격적인 투자와 방어적인 투자를 적절히 배합하는 방식으로 제 견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에서처럼 상반되는 의견들이 있는 만큼 오크트리는 두 요소 간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균형은 오크트리의 평소 입장(2020년 초에 유지했던 방어에 좀 더 치우친 입장이 아닌)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해 몇 가지 소소한 조정을 하는 것이 사리에 맞습니다. 위험을 중시하거나 그 사이의 가격 하락이(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놓칠 수 있는 상승보다) 더 걱정되는 투자자들은 다음을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변동 금리 부채
• 비용이 대체로 고정되어 있거나 비용 상승을 전가할 수 있거나 다른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일부 임대인처럼) 기업에 대한 투자
• 이익이 가격보다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
이상은 모두 인플레이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입니다. 투자자들이 물가상승의 가능성을 인정하되, 정확성을 장담할 수 없는 거시경제 전망에 따라 자산 배분을 크게 뒤바꾸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그렇다면 시장은 무엇을 알고 있을까? 막스 회장은 "시장은 앞날을 모르는 데다가, 종종 장기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서도 "그렇다고 시장을 완전히 무시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증시가 우리의 예상과 다른 성과를 낼 때는, 시장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아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 저점을 기록한 뒤 연말까지 68%나 오른 S&P500 지수가 그 방증이다. 예측과 해설을 마구 쏟아내는 전문가들보다 정부의 조치가 미칠 영향을 훨씬 잘 파악해낸 셈이다.
막스 회장은 이제 세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재정적자를 내면서도 별다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적자의 폭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가피하게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던 연준을 향해서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서는 '불간섭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위적으로 낮게 조정한 금리'가 자본시장을 왜곡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막스 회장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준비할 수는 있다"고 제언했다. 거시경제를 둘러싸고 수많은 '상반된' 논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는 말이다. 그는 "공격적 투자와 방어적 투자를 적절히 조합하는 게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는 미국 부실채권 전문 사모펀드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오크트리캐피털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80억달러(약 168조원)에 달한다. 막스 회장은 시장이 좋을 때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역행투자자(contrarian)로 유명하다.
아래는 막스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크트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메모의 전문. (강조(볼드체)는 막스 회장이, 밑줄은 편집자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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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에 대한 단상(Thinking About Macro)
"가치가 있는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그 의미가 중요해야 하며 알 수 있어야 한다."-워런 버핏
제 메모를 꾸준히 읽어 온 독자들은 오크트리와 제가 거시경제 예측에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오크트리 투자 철학의 6 대 신조 중에는 거시경제 예측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버젓이 포함돼 있습니다. 오크트리는 경제학자를 고용하지 않으며 경제학자를 사무실에 초대해 그들의 견해를 듣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버핏의 용어대로 표현하자면, 거시경제의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또는 전반적인 투자와 마찬가지로, 거시경제 예측은 컨센서스 정도로 들어맞기는 쉽지만 그보다 더 높은 적중률을 보이기는 매우 어려운 또 하나의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컨센서스 예측은 어떤 이점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높은 확률로 평균을 넘는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려면 투자자가 지식의 우위에 기반해 다른 이들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해야 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거시경제 전망을 형성하고 그 전망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 자신들의 직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주식 종목을 잘 고르거나 부동산을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투자 성공이 정확한 거시경제 예측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하지 않을 때에도 거시경제 전망에 관해 공공연히 의견을 밝히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거시경제 상황이 너무나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투자에서 이를 무시하는 것은 완전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 대다수의 거시경제 예측은 (a) 별 도움이 안 되는 컨센서스 예측이거나 (b) 맞는 일이 거의 없는 비(非)컨센서스 예측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제가 아는 투자자들 중 거시경제 예측을 토대로 투자 결정을 내려 성공을 거두는 투자자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머지 투자자들은 한 번에 한 건씩 상향식으로 투자합니다. 이들은 대체로 거시경제 예측과 상관없이 싼 종목을 발견했다고 판단될 때 사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될 때 파는 투자자들입니다.
• 자신이 거시경제의 미래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나 타인들에게 인정하는 것이 어려울지는 모르지만, 높은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분야에서는 아마도 불가지론이 자기기만보다 현명한 전략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은 권위 있는 견해들은 어떨까요?
"뭔가를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섭지만, 세상은 대체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자신이 정확히 안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굴러간다고 생각하면 더 무섭다." – 아모스 트버스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이 문제는 거시경제를 예측하는 사람들의 그간 실적, 혹은 실적의 부재라는 주제로 연결됩니다. 1970 년대에 한 선배가 제게 “경제학자는 자산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지 않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라는 말을 했는데 이 묘사는 지금도 매우 적절한 듯합니다. 경제학자나 거시경제 전략가가 “조만간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본다(그리고 나의 경기 침체 예측은 1년 내에 xx% 적중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운용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투자 운용사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신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거시경제 예측가들을 추종할 이유가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이와 동일한 비판이 대다수의 투자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저는 거시경제의 미래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하거나 의견 표명을 사양하는 투자자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요건 중 하나는 자기 평가입니다.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나의 거시경제 견해를 토대로 투자한다면 그 견해가 얼마나 자주 도움이 되었는가? 이런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가 아니면 중단해야 하는가?
예측의 단점을 모두 털어놓아 부담을 덜었으니 이제 이 메모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합니다. 왜냐고요? 이 메모의 서두에서 인용한 버핏의 명언을 순서만 바꾸어 적용해 보면, 거시경제의 미래는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하지 못할지 몰라도 중요해야 한다는 조건에는 들어맞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 이전 연도들을 돌이켜 보면 대체로 개별 기업들과 주식들을 둘러싼 사건들에 반응했던 시장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2000년의 IT 버블 붕괴 이후 시장은 주로 경제,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미국 재무부, 그리고 세계의 사건들을 고려하는 듯했습니다. 2008 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후로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저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는 주제에 관해 메모를 작성하는 이유입니다.
아래에서 저는 중요한 거시경제 이슈들을 열거하고, 그 전망에 대해 논하고, 그 이슈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몇 가지 조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우리 모두가 미래에 대해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저의 평소 소신이 떠오르지만, 오크트리에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의견을 갖는 것과 그 의견이 옳다고 가정하고 거기에 크게 베팅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입니다. 오크트리가 하지 않는 일이 그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이 메모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인플레이션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거시적 고려 사항들이 경제 논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16 개월 동안 연준, 재무부, 의회는 근로자, 기업, 주 및 지방 정부, 경제 전반, 금융시장을 지원하고 보조금을 제공하고 부양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는 (a) 강한 경기 회복 전망에 대한 확신, (b) 자산 가격의 급등, (c) 물가상승에 대한 공포를 낳았습니다. 위에 기술된 정책 조치들은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그러한 조치들이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 견고한 경제
• 더 높은 기업 이익
• 수요가 공급을 더 크게 초과하는 노동시장과 더 높은 임금
• 제한된 상품에 몰리는 더 많은 자금
• 상품 가격의 상승률 증가(물가상승), 그리고 결국
•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통화 긴축과 이로 인한 금리 상승
경제는 가변적이고 불확실하게 작동하지만 경제적 통설에서는 위의 과정이 매우 믿을 만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저는 잠시 인플레이션에 대해 생각할 때 수반되는 불확실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합니다.
• 저의 투자 초기를 특징지었던 결정적인 요소들 중에는 1970 년대 초부터 1982 년까지 연 5~15%를 오갔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있었습니다. 우울한 전망들을 쏟아내던 ‘닥터 둠(Dr. Doom)’과 ‘닥터 글룸(Dr. Gloom)’(각각 살로먼브라더스와 퍼스트보스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헨리 카우프만과 앨버트 워즈니로어 – 어느 쪽이 닥터 둠이고 어느 쪽이 닥터 글룸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는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복적으로 시인했습니다. 폴 볼커 연준 의장이 금리를 극적으로 인상해 문제를 해결하고 그 여파로 미국 경제가 1980~1982 년 더블딥 불황에 빠질 때까지 아무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보다 최근의 경험은 어떨까요? 수년 동안 미국,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장들은 견실한 2%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삼았지만 그 중 누구도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 상당 규모의 예산 적자,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 공급의 급속한 확대, 저금리 등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여건들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마지막으로, 대략 최근 60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실업과 인플레이션 간의 반비례 관계를 상정한 이른바 ‘필립스 곡선’을 신뢰해 왔습니다.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노동시장은 인력 공급보다 수요가 커지고 근로자들의 협상력이 높아지며 임금이 상승하고 소비재 가격의 상승 폭이 더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10 년 내내 하락해 결국 50 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제는 필립스 곡선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보고된 미국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부분적으로 최근 수십 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산출 방식이 변경된 것에 기인할지도 모르지만, 진실은 우리가 그 원인과 해결책을 포함해 인플레이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다른 분야보다도 인플레이션에 관한 예측에 훨씬 더 작은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중요한 와일드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전망
현 시점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다룬 많은 글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하기보다 간략하게 요약하겠습니다. 그 배경은 이렇습니다.
• 코로나 19 로 인한 지난해의 경제 봉쇄 기간 중 경제와 경제 참가자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연준, 재무부, 의회는 대공황에 견줄 만한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 이들은 개인 대상의 지원금, 기업과 정부 대상의 대출과 보조금, 실업보험의 강화, 대규모 채권 매입의 형태로 수조 달러의 유동성을 경제에 공급했습니다. 사실 저는 2020년이 ‘수조(trillions)’라는 단어가 처음 일상 언어로 편입된 해라고 생각합니다.
• 복지 혜택이 강화된 덕분에 많은 이들이 2019 년보다 2020 년에 소득이 늘었습니다. 휴가를 가거나 저녁식사, 콘서트, 결혼식 등에 돈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2020년의 추세를 넘는 소득에도 불구하고 지출은 추세 미만이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결합해 소비자들의 대차대조표가 약 2조달러 불어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 연준과 재무부의 조치들로 금융시장에는 자금이 넘쳐나 강한 물가 상승세가 촉발되고 자본시장이 재개됐습니다. 수십조달러 규모의 주식시장 상승과 치솟은 주택 가격으로 인한 부의 효과는 소득 증가와 지출 감소가 소비자 대차대조표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가 초라해 보일 정도로 컸습니다.
다음 징후들은 우리가 상당 기간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 위에 기술된 모든 일들은 보통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향후 수년 간의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이전보다 빈번한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이 불안이 단지 경제 이론에 근거를 두었지만 2021년에는 경험적 증거들이 이런 불안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o 수입 부품의 부족으로 중고차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o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o 구리, 목재, 반도체 등 자재 및 부품 가격이 상승했다.
o 스마트폰이 공급 부족 상태였다.
• 일부 업종의 노동력 부족이 물가 상승의 위협을 가중시켰습니다.
•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월 4.2%, 5월 5.0%, 6월 5.4%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9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입니다.
• 투입물의 가격 상승(‘비용 인상’ 인플레이션)과 상품을 좇는 자금의 증가(‘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가 수요의 공급 초과와 이로 인한 물가상승을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도한 화폐 발행이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달러 가치를 약화시키고 미국 수입품들의 달러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이와 관련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확실한 예산 확보 방안도 파악하지 않고 수조달러를 쓰는 미국 정부 관료들의 최근 경향입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사실상 적자와 부채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현대통화이론(MMT)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발상들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반면,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transitory)’(요즘 ‘핫한’ 단어)인 현상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완제품과 제조 투입물에 영향을 미치는 부족 현상과 그로 인한 가격 상승의 다수는 경제,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재가동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모든 부분이 즉시 효율적으로 기능을 재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단 하나의 부품만 부족해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져 완제품 제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경제 재가동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 만큼 이 요인들은 금세 사라질 수 있습니다.
• 원재료나 완제품의 가격이 오로지 현재의 경제적 상황 전개에 의해 직접적, 기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 즉 주가가 항상 적정하지는 않은 것처럼 지배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물가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오히려, 상품의 가격은 경제 참가자들의 심리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쉽사리 오버슈팅이나 언더슈팅(주식시장에서처럼)할 수 있습니다. 존 몰딘이 ‘연준의 어리석음(Federal Reserve Folly)’(2021년 7월 23일)이라는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결국 인플레이션을 낳는 물가 상승은 미래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기대’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물가는 단지 현재의 공급과 수요의 결과일 뿐 아니라 미래의 물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나타냅니다. 이 점은 목재 가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는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 같지 않았던 2020년 4월의 저점과 다시는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2021년 5월의 고점 사이에 목재 가격은 약 540% 올랐습니다. 그 후 지난 2 개월 동안 60% 넘게 가격이 떨어졌고, 이제 목재 가격이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더 이상 자주 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 2021년 상반기에 목격된 인플레이션의 많은 부분이 코로나19 구제 조치들로 인한 민간소비 증가와 그로 인한 저축 및 부의 증가에 기인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정해진 추가 자금이 영원히 소비 확대를 창출할 수는 없으므로 이런 효과는 일시적일 것입니다.
• 9월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면 더 많은 근로자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노동력 부족이 임금과 나아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할 것입니다.
• 2020년의 억눌린 소비자 수요의 영향이 대폭 사그라질 2021년이나 2022년 후에는 틀림없이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입니다.
• 경제 확장이 지속됨에 따라 최근 수준의 부양, 적자 지출, 화폐 발행이 향후 수 년 내로 축소될(또는 최소한 그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즉 경제 규모 대비 이 요인들의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 기술, 자동화, 세계화는 계속해서 상당한 물가 하락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영구적인 것일지 일시적인 것일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이 논란에 대한 답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답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요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논쟁의 양 진영 모두에 똑똑한 사람들이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아는’ 일 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연준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책임이 있습니다(다른 책무들도 있지만). 그러나 연준 수뇌부는 자신들이 내놓는 예상에 관해 스스로도 확신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021년 6월 16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숫자나 정확한 시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인플레이션 하락을 예상하는 것은 맞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내 제 동료들의 2022년 및 2023년 예측을 보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가깝게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범위는 우리의 목표와 일치하는 2~2.3%가 될
것으로 봅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미국 경제가 “변동성이 많은 환경에 있고, 따라서 이 중 어느 것이라도 누군가가 얘기하고 있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전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6 월18일)"
우리에게 필요한 솔직한 발언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발언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라는 주제에 대해 ‘우리에게 해답이 있다’….거나 심지어 ‘해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시장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2016년 주식시장은 큰 폭의 하락으로 출발했는데, 제게는 이것이 비이성적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시장에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메모(투자자 심리 분석(On the Couch)), 2016년 1월 14일)를 쓴 바 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이 메모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 TV 에 출연한 저는 주식시장 하락이 뭔가 대단히 심각한 사태의 전조인지 답하라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시장은 우리가 집단적으로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않으니까요. 이 일에서 영감을 얻어 저는 5일 후 이 섹션과 같은 제목의 또 다른 메모(시장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What Does the Market Know?)), 2016년 1월 19일)를 작성했습니다. 현재 시장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몇 달 동안 빠른 물가상승의 조짐이 도처에서 목격되었고, 주가가 한 번씩 빠질 때마다 언론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예컨대 S&P 500 지수가 6월 18일까지 10거래일 동안 소폭 하락하자 다음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트레이더들이 통화 정책의 향방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연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금요일 미국 주식은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 월 30 일로 종료된 주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금요일, 우량주 지수인 다우존스는 전장보다 533.37 포인트(1.6%) 하락한 33290.08 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하락 폭은 3.45%였다.
S&P 500 지수는 금요일 55.41 포인트(1.3%) 떨어진 4166.45 를 기록하며 한 주간 1.9% 하락, 3주 연속 상승세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스닥 지수는 대형 기술주들의 약세 속에 130.97 포인트(0.9%) 내려앉은 14030.38 로 장을 마감했다. 주간 하락 폭은 0.3%였다.
수요일, 정책 당국자들은 이전 예측보다 이른 2023년 말 이전에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CNBC 인터뷰에서 첫 금리 인상이 그보다도 빠른 2022년 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히자 금요일 시장 심리는 다시 얼어붙었다....
싱크마켓(ThinkMarkets) 애널리스트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주가 하락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은 지난해 이후 연달아 사상 최고점을 찍으며 경기 회복 속도를 앞질러 왔다. 통화 정책에 대한 연준의 입장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트레이더들은 그런 ‘리플레이션 거래’의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그는 “일어날 일이었다”면서 “시장이 너무 성급하게 앞서 나갔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하락은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수 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데릭 할페니 MUFG 은행 유럽 지역 글로벌마켓 리서치 총괄은 “테이퍼링도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장은 2022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 겁을 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6월 19일)"
늘 그렇듯이 언론 매체의 해설자들은 시장 움직임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그들이 어디에서 그런 설명을 찾아내는지 저는 항상 궁금합니다). 또한 이들은 그런 시장 움직임이 미래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예외 없이 추론을 통해 기꺼이 알려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현재까지의 테마는 물가상승이었습니다. 물가상승과 그와 결부된 금리 상승에 대한 공포가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현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데 동원됐습니다. 지표들은 빠른 물가상승을 시사했고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비관론으로 돌아섰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주식시장이 상황의 전개와 전망을 효율적으로 반영했다고 평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채권 시장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금요일 채권 시장에서는 10 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전일 1.509%에서 1.449%로 하락했다. 10 년물 수익률은 5 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도시 거주자들이 지불하는 소비자 가격은 연율 환산 기준으로 4 월에는 9% 넘게, [5 월에는] 7% 넘게 올랐다. 이런 추세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1980 년대 이후 미국이 경험한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과 연준은 걱정할 것 없다고, 채권 시장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주 하락세를 보인 채권 수익률은 수요일에 있었던 제롬 파월[연준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상승한 후에도 여전히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이다. 시장이 걱정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도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 앨리슨 슈라거, 블룸버그 오피니언, 6월 18일) "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상승을 우려했지만, 주로 금리 전망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개의치 않는 듯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금리로 대응했습니다.
이쯤에서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선호되어 온 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인플레이션 징후에도 불구하고 금 시장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양호하다는 채권 시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요일에 10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던 금 선물은 다시 0.3% 하락하며 손실 폭을 확대했다. 이번 한 주 동안 금은 5.8% 하락, 2020년 3월13일로 종료된 주 이후 최악의 주간 성과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6월 19일)"
아마도 경제와 시장에 대한 연준의 엄청난 유동성 주입에 힘입어 금 가격은 2020년 8월6일에 온스당 2,067 달러까지 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 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듯했던 2021년 6월 18일, 금 가격은 10개월 전에 도달한 최고점에서 14% 떨어진 1773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금 가격 골드허브 제공)
따라서 6월, 주식 시장은 들리는 바로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한 번씩 몸살을 앓고, 채권 가격은 취약한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채권 매수자들의 확신에 기반한 듯한 상승세(수익률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던 바로 그 시점에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인 금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시장은 앞날을 모를 뿐 아니라, 종종 장기적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이곤 합니다.
투자자 심리 분석(On the Couch))에 실렸던, 제가 역대 최고 중 하나로 꼽는 아래의 오래된 만화가 시장의 사고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해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장은 사건들을 흡수하고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스스로의 반응을 공개하면서 매우 예민한 악기처럼 작동합니다. 보통 시장은 현재 전개되는 국면에 극도로 민감한 좋은 ‘관찰자’이지만 때로는 위에서 본 것처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렌즈를 통해 사건들을 보는(그리고 그 두 렌즈 사이를 계속 오가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다음에 발생할 상황에 대해 아는가라는 의미에서 시장이 좋은 ‘예언가’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단기적인 상황 전개에 대한 시장 반응이 과도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장은 그러한 사건들의 의미에 관해 사실이 아닌 많은 긍정적인 해석과 부정적인 해석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현재 전개되는 상황들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앞날을 충분히 멀리 내다보지 못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장을 완전히 무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증권 가격이 우리가 우리의 견해를 토대로 예상하는 것과 다른 성과를 낼 때에는 시장이 우리가 이해하고 있던 바에 의구심을 품게 하는 무엇인가를 알아챈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시장이 비범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3월 23일에 저점을 기록한 후 2020년 말까지 68% 상승한 S&P 500 을 보십시오. 이 상승세가 시작됐을 때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확실히 시장은 대다수의 해설자들보다 연준과 재무부 조치들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훨씬 잘 파악해 낸 것입니다.)
◆예측가들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보다는 주식시장 수익률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저의 가장 오랜 파트너인(함께 일한지 38주년이 막 지난) 셸던 스톤이 제공한 예측에 관한 일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셸던은 제프 소머가 쓴 ‘2020년에 대해 오리무중이었던 월가 예측가들, 다시 2021년 예측에 나서다(Clueless About 2020, Wall Street Forecasters Are at It Again for 2021)’ 제하의 뉴욕타임스 기사(2020년 12월 18일)를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9년 12월, 월가 전망치 중간값은 2020년에 S&P 500이 2.7% 상승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지수의 실제 수익률이 18.4%였으므로 이 예측은 16% 포인트가 낮았던 셈입니다. 그러나 팬데믹이 기정사실화된 후(그리고 연준, 재무부, 의회의 최초 조치들이 발표되고 개시된 후)인 2020년 4월, 컨센서스 수익률 전망치는 최종적으로 달성된 결과보다 거의 30% 포인트 낮은 마이너스 11%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아무도 팬데믹을 예측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책 대응의 완전한 성공 여부나 그에 따른 시장 반등의 시점과 정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소머는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 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폴 히키가 제공한, 더 의미 있는 장기 데이터를 소개했습니다. 사실 전달을 위해 주로 소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 2000년 이후 애널리스트 예측치 중간값을 기준으로 산정한 S&P 500의 평균 연 수익률은 9.5%였지만 실제 평균 상승률은 6.0%였다. “3.5% 포인트 차이밖에 안 나다니 괜찮군”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는 “엉망이군 – 평균 상승률을 58%(9.5/6.0 - 1)나 과대평가했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 “2000년 이후 매년 12월, 예측치 중간값은 다음 연도의 주식시장 하락을 예측한 적이 없다...”하지만 그 기간 중 6개 연도에 주식시장이 손실을 봤다.
• “예컨대, 2018년에 예측가들이 7.5% 상승을 점쳤음에도 시장은 6.9% 하락해 14.4%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2002년 예측은 12.5% 상승을 예상했지만 주가는 거의 36% 포인트의 격차를 나타내며 23.3% 떨어졌다.”
• “전체적으로 보면, 그 정도의 격차를 고려할 때 2000~2020년 월가 예측치 중간값은 평균 12.9*% 포인트 차이로 목표치를 빗나갔다. 이는 주식시장의 실제 평균 연간 성과 [6.0%]의 2배를 넘는 수치다. 해마다 이러한 예측은 100일 중 약 30일은 비나 눈이 오는 도시에서 항상 화창한 날씨를 예고하는 기상예보관과 비슷한 적중률을 보인다. 대단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첫 항목에서 언급된 평균 3.5% 포인트의 오차와 이 12.9% 포인트 오차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후자가 오차의 “절대값”의 평균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절대값을 기준으로 보면, 한 해에 예측을 3% 초과하고 다음 해에 예측에 2% 미달할 경우 두 수치가 상계되어 오차의 절대값이 1%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합산되어 5%가 되는 것입니다.)”
결론은, 틀리는 것이 예사이고 시장이 호황인 해에도 그렇지 않은 해에도 항상 플러스 수치를 고수하며 예측이 정확했더라면 가장 높은 수익을 냈을 시기에 목표치를 완전히 벗어나는 등 중간값 예측치가 아무런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전문적인 시장 예측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준의 역할
거시경제 전망을 두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많은 논쟁의 중심에는 연준 그리고 그 정책과 행동이 있습니다. 2020년 3월,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0~0.25%로 인하한 것은 물론 대출 및 보조금 지원을 시행하고 엄청난 액수의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기 회복에 불을 당겼습니다. 이 조합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경제와 금융시장의 강한 회복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는 인플레이션 상승의 위협을 만들어 낸 것 역시 바로 이 조치들입니다.
연준에는 두 가지의 주된 임무가 있습니다. (a)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정도로 경제를 성장시켜 완전고용에 이르게 하는 것과 (b)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이 두 임무는 어느 정도까지는 상충합니다. 빠른 경제 성장에는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따릅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구매력 감소를 보상하고도 남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됩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경기가 둔화될 수 있습니다.
경제 전망은 지난 여름 연준과 재무부 조치들로 긍정적으로 돌아섰고, 백신 개발 성공이 여기에 추가적인 지지대를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1분기 실질 GDP가 연율 6.4% 상승하는 등 경제는 강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며, 2021년 남은 기간은 물론 어쩌면 2022년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연준은 계속해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매월 1200 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왜 이처럼 강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일까요?
사실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교적 느긋해 보입니다. 처음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최근 지표들이 이 예측이 틀렸음을 입증해 주었지만)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그에 대응할 수단들이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고도로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연준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부진이 더 우려스럽다는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측통은 시행되고 있는 모든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률이 최근의 보통 수준인 2% 이하로 떨어질 경우 연준은 심각한 스태그네이션의 위험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a) 21 세기 들어 지속적으로 GDP 성장이 둔화되고 ‘장기적 스태그네이션’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있어왔으며 (b) 2009~2019년의 경기 회복이 사상 최장기 회복이었지만 동시에 제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느린 속도의 회복이기도 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의 최근 증언은 경기 회복이 수 개월 동안 진행된 현 상황에서 그가 여러 고려 사항들에 어떻게 우선순위를 매기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수요일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부터의 미국의 경제적 회복을 완료하기 위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최근의 물가 상승이 팬데믹 후 경제 재개와 연관된 것으로서 진정될 것이며 연준이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직장에 복귀하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팬데믹 전 일자리의 750만개가 여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연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속도를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경제 지원을 축소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여전히 한참 후 이야기”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7월 14일)"
그러나 경기 부진이 더 큰 위험이라고 하더라도 – 그리고 누가 연준에 반기를 들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겠습니까 –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실재하며 그 대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는 연준이 모자라기보다는 넘치는 부양을 하는 편이 모두를 위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파급 효과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취한 모든 조치들이 옳았다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조치들의 파급 효과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 투자자들이 플러스 실질 수익률을 요구함에 따라, 또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보다 긴축적인 통화 정책과 금리 인상이 시행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금리 상승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금리 상승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함으로써 금융 자산의 가격 하락과 시장 붕괴 가능성을 초래합니다(1972~1982년 사례 참고).
• 인플레이션 상승은 소득의 가장 큰 부분을 생필품에 소비하는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고 고정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은퇴자 등 수백만 명의 생활 방식을 위협할 것입니다.
• 금리 상승은 국가 부채의 이자 비용을 높여 연간 적자(와 그에 따른 국가 부채)를 확대할 것입니다.
• 적자 확대는 대주들(및 외국인 매수자들)이 미국의 채무증권에 훨씬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함으로써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 이자 지급과 적자 보전에 필요한 화폐를 계속해서 찍어낼 경우 결국 달러의 가치와 세계 기축통화라는 달러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 과거에 경험한 것처럼 빠른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게 함으로써 물가 상승을 스스로 영속화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 완화적인 통화 정책 자체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 연준의 지원금은 연준이 향후에도 시장을 구제할 것이라는 보장, 즉 ‘페드 풋(Fed put)’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도덕적 해이(투자자들이 결과를 책임지지 않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믿음)가 확산되고 시장의 안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위험 회피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 위의 상황들은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더 많은 차입금을 사용하도록 유도해 경기 둔화의 피해를 키울 수 있습니다.
• 지난 16개월 동안 보아 온 것처럼, 연준은 경제의 가치를 증가시키지 않고 경기를 부양할 수 없습니다. 그 혜택은 누가 누릴까요? 경제를 소유한 사람들(즉 주식, 기업, 부동산의 소유주들)이 누립니다. 따라서 부양과 그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은 과거에 비해 더욱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고 있는 부의 격차를 심화시킵니다.
• 연준이 제로 금리 유지를 포함해 현재 수준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경우, 향후 경기둔화로 점증적인 부양이 요구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됩니다. 일례로 금리 인하는 지난해에 시행된 구제 패키지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연준이 처음 대응에 나섰을 때 금리가 제로 수준이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어떤 이들은 연준이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경기 침체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해 영속적인 호황을 창출할지 궁금해합니다. 일부는 저금리가 영원히 높은 가격을 떠받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후에 의지할 수 있는 매수자로 연준이 기꺼이 개입하는 가운데 재무부가 필요한 만큼의 부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연방 정부 내 많은 이들이 그 결과로 초래되는 적자와 부채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대가 없이 무제한적인 액수의 자금을 지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해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제게 이런 가정들은 너무 꿈같은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이 가정들은 영구 기관, 또는 한도가 없고 잔액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신용카드의 양상을 보입니다. 정확히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 말할 수는 없지만 문제점이 없을 리는 없다고 봅니다. 혹은, 저라면 숨은 함정이 없다는 데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겠다는 편이 어쩌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1930년대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불황기에는 국가가 수요를 촉진하고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적자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적자 지출이 ‘케인스주의’라고 묘사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케인스조차도 적자 운영이 부진한 경제를 되살리는 합리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호황기에는 정부가 흑자 재정을 운영하고 불황기에 발생한 부채를 갚는 데 흑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1 세기에 재정 규율, 예산 흑자, 부채 상환 같은 개념은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20 년 넘게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해 왔고 적자 규모는 확대되어 왔으며 그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낮아 보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적자가 누적되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고 주장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010년대의 재정 적자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재정 적자는 단지 적자가 없었더라면 훨씬 더 부진했을 경제를 지탱하는 데 기여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시험의 시기에 들어섰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0년에 우리는 수조 달러 규모의 복지 혜택 확대, 연준의 채권 매입, 연준 대차대조표의 확대, 연방 재정 적자, 미국 국가 부채의 증가를 목격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는 앞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앨런 그린스펀은 1990년대부터 매우 개입주의적인 연준을 만들었고(‘그린스펀 풋’, 그리고 결국 ‘Fed 풋’의 개념을 탄생시키면서), 이런 연준의 입장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번 세기 들어 이미 발생한 세 차례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견고하게 유지됐습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연준의 구제 조치들은 반드시 필요했고 적절했지만 이 조치들이 영구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끊임없이 미세 조정하는 대신에 대부분의 경우에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경기를 부양하거나 제약을 가하는 연준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 독자들은 자유시장과 특히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자유시장의 능력을 믿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유시장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노동과 자본 등의 자원을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는 자금의 자유시장이 없으며, 최소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런 시장을 갖지 못했습니다. 연준이 2009년 1월에 연방기금금리를 제로로 인하하고 그 이후로 저금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금리를 인상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시장이 일련의 ‘발작’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지속적인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연준을 운영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저는 경기 부양이 끊임없이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덜 빈번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향후 경제가 부양 없이 자력으로 성장하는 경우보다 더 빠른 성장을 보여준다면 좋을지 모르지만,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통해 장기 성장률이 영속적으로 높아질 수는 없으며 부정적인 대가가 따를 위험 없이는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저는 보다 건전한 자본의 배분을 위해 자금의 자유시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게 이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금리를 의미합니다.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금리는 저축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차입자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자산 가격을 올리고 위험 감수 행위와 차입금 사용을 부추김으로써 자본시장을 왜곡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때가 아니면 개입을 꺼리는 연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팬데믹에 관한 첫 메모에서 저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은 바 있습니다.
처음으로 나타난 바이러스다보니 아무도 그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합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전염병학자 마크 립시치가 이 문제에 관한 팟캐스트에서 밝힌 것처럼, (a) 사실이 있고, (b) 다른 바이러스들과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 정보에 근거한 추론이 있고, (c) 의견이나 추측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들이 그런 추론을 사실로 전환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데이터가 없는 것 같습니다. (Nobody Knows II, 2020년 3월 3일)
“과학자”를 ‘경제학자’로 바꾸고 “코로나바이러스” 대신에 ‘인플레이션’을 넣는다면 이 문단은 현재 상황에도 잘 들어맞는 듯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생각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 사실들은 많지 않고 추론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미국의 이전 인플레이션 경험은 우리 일생 동안 단 한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향후 수년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누가 어떤 말을 하든, 이것을 립시치가 말한 “의견이나 추측”... 또는 제 표현이지만 ‘짐작’으로 간주합니다.
과거에 저는 꼭 메모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가까워질 때 아주 좋은 자료를 우연히 발견하곤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립시치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글의 일부를 소개하려 합니다. 탁월한 투자 실적을 보유한 전설적인 투자자 빌 밀러의 글입니다.
"미래에 대해 우선적인 접근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시장 예측의 정확성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맞추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다. 물론 현재 환경이 얼마나 과거의 역사적 데이터에 들어맞는지를 고려해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성공 여부는 미래가 실제로 얼마나 과거와 흡사할 것인지, 그리고 파악된 유사점들이 지배적인 유사점인지 아닌지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기록에 따르면 그러한 유사점들이 때로는 지배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때로는 그렇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우리는 다시 동전 던지기와 다름없는 상황에 처한다. (빌 밀러, 2021년 2분기 마켓레터, 2021년 7월 9일)"
다음 인용문은 이런 경우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어려움을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소양을 닦아도 지식은 모두 과거에 대한 것이고 결정은 모두 미래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 (이안 윌슨, 전 GE 임원)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에 관해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17년 전에 제가 적은 것처럼, ‘확신’은 [‘나는 안다’] 학파의 구성원들을 설명하는 키워드입니다. 한편 ‘나는 모른다’ 학파의 키워드는 ‘신중함’(특히 거시경제 미래에 대해 다룰 때)입니다. 이 학파의 추종자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알 수 없고, 알 필요가 없으며, 미래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가능한 한 가장 잘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 목표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Us and Them, 2004년 5월 7일)
그렇다면 이것이 오늘날의 투자자 행동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한동안 지속될지 알 수 없다면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2001년에 작성된 제 메모의 제목,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준비할 수는 있다(You Can’t Predict. You Can Prepare)’에 있습니다. 누구도 우리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확신을 갖고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런 예측을 한다면 중대한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2020년을 돌아보며 표명했던 시장 익스포저에 관한 의견을 잠깐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1월에 작성된 메모(가치 있는 어떤 것(Something of Value))에서 저는 저의 유전자 구성, 어린 시절의 경험, 몇몇 지속 불가능한 금융 혁신과 시장 과잉에 대한 경고가 들어맞았던 것이 어떻게 저를 자동반사적인 회의론자로 만들었는지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아들네와 합가해 사는 동안 제 아들 앤드류가 이 점을 지적했고, 저는 거기에 공감했습니다. 과거의 저였다면 아마도 지금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위험한 행동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버블과 그 후의 조정에 대해 경고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렌즈를 통해 시장을 보면서 저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위험 행동들이 있기는 하지만
• 실현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예측을 근거로,
• 몇몇 매우 긍정적인 반론에도 불구하고,
•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그에 반하는 대단히 설득력 있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여유 자금의 전액 투자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투자의 가장 중요한 규칙임을 알면서 시장 익스포저를 대폭 축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장의 가격 수준에 대해 잠깐 얘기하고자 합니다. 2020년 이전 4~5년 동안 저는 하이일드 채권이 지금 버블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채권시장이 버블이죠.”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채권 대비 하이일드 채권의 가격은 공정한 수준이었지만 저금리 때문에 모든 채권의 가격이 높았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모든 것이 버블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저는 대다수 자산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가격 결정에 있어 금리가 수행하는 강력한 역할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많은 자산 가격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예컨대 S&P 500의 PER이 20 초반대인데 ‘이익수익률’(PER의 역비)은 4~5%입니다. 약 1.25%라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비해 공정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PER이 제2차 세계대전 후 평균인 16이라면 이익수익률은 10년물 국채 대비 지나치게 높은 6.7%가 될 것입니다. 자산 가격이 금리 대비 적정한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자산 가격이 금리 대비 공정하다는 것과 앞으로 저금리가 지속된다는, 즉 가격이 높게 유지된다는(또는 상승한다는) 것은 매우 다른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다시 인플레이션이라는 주제로 연결됩니다. 연준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서, 아니면 물가상승으로 실질 수익률이 플러스가 되려면 금리가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또는 두 가지 모두를 이유로) 금리가 지금보다 오르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의 가능성은 우리 모두에게 골칫거리지만 현재의 자산 가격이 금리 대비 비이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언론 매체에서는 제 입에서 ‘사라’거나 ‘팔라’, 그리고 ‘(업종, 종목 등에) 들어가라’ 또는 ‘나오라’는 얘기를 이끌어 내려 애쓰지만, 반대로 요즘 저는 공격적인 투자와 방어적인 투자를 적절히 배합하는 방식으로 제 견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에서처럼 상반되는 의견들이 있는 만큼 오크트리는 두 요소 간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균형은 오크트리의 평소 입장(2020년 초에 유지했던 방어에 좀 더 치우친 입장이 아닌)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해 몇 가지 소소한 조정을 하는 것이 사리에 맞습니다. 위험을 중시하거나 그 사이의 가격 하락이(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놓칠 수 있는 상승보다) 더 걱정되는 투자자들은 다음을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변동 금리 부채
• 비용이 대체로 고정되어 있거나 비용 상승을 전가할 수 있거나 다른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일부 임대인처럼) 기업에 대한 투자
• 이익이 가격보다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
이상은 모두 인플레이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입니다. 투자자들이 물가상승의 가능성을 인정하되, 정확성을 장담할 수 없는 거시경제 전망에 따라 자산 배분을 크게 뒤바꾸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