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선수, 진중권 전 교수 /사진=인스타그램, 연합뉴스
안산 선수, 진중권 전 교수 /사진=인스타그램,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안산 선수의 페미니즘 논란을 계기로 이별한 커플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지난 11일 진중권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산 때문에 헤어진 커플'의 대화 캡처가 담긴 콘텐츠를 게재했다.

커플의 대화에서 남성은 안산과 관련해 "금메달 딴 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대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페미니스트 논란을 언급했다.

여성은 "대박. 오빠가 이런 생각하는 사람인지 몰랐어. 오빠 설마 펨코(남초 커뮤니티 fm코리아)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지?"라고 물었다.

'이런 생각'이 뭐냐고 질문하자 여성은 "시대에 뒤쳐지는"이라며 "뭔가 정 떨어진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남성은 "아니 왜 그렇게 말해? 자기야말로 페미 이런 거 아니야?"라고 반박했다.

여성이 '웅앵'이라고 반응을 보이자 "'웅앵' 이런 거 페미 티를 낸 거다"라고 했다. 이어 여성은 "웅앵, 오조오억 이런 말 썼는데 그런 게 페미라면 난 페미"라고 말했다.

남성은 "네가 페미가 아니라 주변 친구들 때문에 물든 것"이라며 "넌 연애도 하고 화장도 하는 거 좋아하는데 친구들은 숏컷도 하고, 인스타에 보면 그런 거 올리는 친구도 많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빠 소원이다. 네가 더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별 갈등 없이 그냥 잘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가 이같은 사연을 게재한 데는 안산 선수를 통해 젠더 갈등에 불을 붙인 정치권을 겨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산 선수는 20세로 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다. 안 선수가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화제가 되자 숏컷 헤어스타일과 재학 중인 학교, 여기에 세월호 추모 배지를 양궁 조끼에 달고 있는 모습이 재조명되며 몇몇 남초 사이트에서 "안산 선수도 페미냐"는 반응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안 선수가 과거 SNS에 '웅앵웅', '오조오억' 등의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으면서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진중권 페이스북
/사진=진중권 페이스북
이후 안 선수의 페미니즘 논란을 두고 정치권의 갈등이 격화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해당 논란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안산 선수의 땀과 눈물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의 정신은 공정한 경쟁이다. 땀과 눈물의 가치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존중받아야 할 원칙"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안산 선수, 힘내시라. 오늘도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겨달라"며 "그 단호한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뚫어버리시라"고 전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숏컷 사진을 공개하며 "'페미 같은' 모습이란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며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으로 치환하는 것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정의당 측은 "'남혐'으로 지목된 단어를 사용한 것이 문제라며 사이버 폭력의 책임을 안산 선수에게 돌리는 발언까지 했다"며 양 대변인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남근의 힘?"이라면서 "공당의 대변인이 여성혐오의 폭력을 저지른 이들을 옹호하고 변명하고 나서는 황당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선수에 대한 공격은 여성 혐오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뉴욕타임스에서 그런 남성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굳이 누구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다.

안산 선수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웅앵웅', '오조오억' 등은 대표적인 남혐 단어로 꼽힌다. '웅앵웅'은 2016년 한 트위터리안이 잘 안 들리는 영화의 대사를 '웅앵웅 초키 포키'라고 표현한 것에서 시작됐다. 2020년대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성들이 말할 때 논리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오조오억'은 '아주 많다'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2017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에게 한 팬이 '십 점 만점에 오조오억점'이라고 칭찬한 글이 화제가 되면서 각종 팬덤에서 '오조오억점', '오조오억년' 등으로 사용해 왔다. 반면 메갈, 워마드 등 남혐 사이트에서는 남성의 정자 수를 비하하는 의미로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