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 사진=한경닷컴 DB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 사진=한경닷컴 DB
국민의힘 대권 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1일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느냐"고 발언해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대선의 가장 의미 있는 화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12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는 우리 정치의 행태는 이 화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세기 후반 이후 최대 논쟁은 바로 '국가가 국민 삶의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였다"며 "국민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잠재력을 전적으로 발휘하며 살 수 있도록 빈곤을 비롯한 각종 장애물을 치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원칙은 언제나 뚜렷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국가의 책임'은 '간섭과 통제'와 불가분 관계인지라 무턱대고 확대하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 역할에 대한 의미 있는 논쟁은 '국가가 책임지냐 아니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권력이 국민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달콤한 말은 무식하기도 하지만, 속뜻은 '내 밑으로 들어와 입 닥치고 있으면 필요한 걸 줄게'에 다름 아니다"라며 "통제받는 것을 망각시키기 위해 '돈 뿌리기'가 수반된다. 남미를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발전이 더딘 국가에서 전체주의와 포퓰리즘이 결합하곤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우리의 앞길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논쟁할 생각은 안 하고 말꼬리나 잡는 정치 세력'을 몰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한 짓을 떠올려 보라. 무분별한 개입으로 나라 경제와 국민 삶을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지금은 '언론재갈법'을 밀어붙이며 '표현의 자유'를 몰수하려 한다"며 "자유주의를 표방한 정치 세력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짓이다. 책임 운운하지만 그들의 실상이 '기본권 침해를 밥 먹듯이 하는 전체주의 세력'에 불과하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국민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공간을 지켜주면서, 뒤처지고 소외된 이들을 전심으로 돌보는 국가 어떻나. 이것이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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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원장은 전날 당내 초선의원 공부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 강연자로 참석해 "현재 이 정부의 목표 중 제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삶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고 현 정권을 작심 비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삶을 책임질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하는 게 북한 시스템이라는 분이 국민들에게 무슨 비전을 설명하고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하태경 의원은 SNS에 "최재형 후보님,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대통령의 기본 책무"라며 "우리가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도 정부에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막중한 사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