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Company] 항체 개발에 올인한 와이바이오로직스 “항체 라이브러리·이중항체로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도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7년 회사 설립 이후 항체 개발에 ‘올인’한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이중항체 플랫폼을 이용한 면역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보다 환자의 반응률이 높고 효능도 뛰어난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해 미충족 수요를 공략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저희의 T세포 이중항체는 면역항암제와 CAR-T의 장점을 합쳤다고 보면 됩니다. 암세포를 막는 수비수와 공격수가 힘을 합친 셈이죠.”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중항체 플랫폼인 ‘앨리스(ALiCE)’를 이렇게 설명했다.
앨리스는 한 쪽은 T세포를, 다른 한 쪽은 암세포와 결합하는 형태다. T세포가 공격수라면 암세포를 잡는 항체는 상대팀의 발 빠른 공격수를 전담 마커하는 수비수다. 암세포를 T세포에 가까이 위치시킨 뒤 T세포를 활성화시키면 사이토카인, 인터루킨 등 T세포가 분비하는 방어물질들이 암세포를 공격한다.
‘2:1 법칙’ ‘결합력 최적화’로 안전한 이중항체 확보
최근 항암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CAR-T는 T세포에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를 발현시키는 원리다. 기존 면역항암제보다 반응률이나 예후가 좋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해야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이중항체는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오프 더 셸프(off the shelf·기성품)’ 치료제다. 박 대표는 “CAR-T의 효능은 유지하면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이렇게 앨리스를 자신있게 소개하기까지는 10여 년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중항체만 해도 여러 가지 구조가 있다. 항체의 ‘두 팔’로 묘사되는 가변영역 두 곳을 서로 다른 결합부위로 구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 역시 처음에는 이런 형태로 제작했다. 하지만 효능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암세포를 잡는 쪽의 결합력이 예상보다 약했던 것. 실험 결과를 본 박 대표는 암세포 결합 부위를 2단으로 쌓아 올렸다. 한 쪽 팔이 더 길게 뻗은 비대칭 항체를 제작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다. 박 대표는 암 세포와 T세포의 결합 부위를 2대 1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능이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대칭 항체를 만드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박 대표는 “생산 과정에서 항체들이 엉겨붙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지금과 같은 구조를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앨리스 플랫폼으로 제작된 이중항체는 가변 영역, 즉 두 팔은 암세포 결합부위가, 불변영역의 자리에는 T세포 결합부위가 위치한다. 항체에 결합한 T세포와 암세포의 거리부터 가장 안전한 결합력까지 모두 계산해서 설계한 결과다.
박 대표는 “T세포는 강력한 무기인 만큼,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앨리스 플랫폼에서는 T세포에 결합하는 항체의 친화도를 조금 떨어뜨려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1000억 개 항체 개발 가능한 라이브러리…기술이전으로 이어져
이렇게 항체의 구조나 친화성 등을 자유롭게 조절해가며 실험할 수 있었던 것은 와이바이오로직스의 항체 라이브러리 ‘Ymax- ABL’ 덕분이다. 항체의 가변영역을 코딩하고 있는 유전자는 V, D, J라는 세 개의 영역으로 세분화된다. 이 세 영역의 유전자 조합으로 다양한 항체가 만들어진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사람의 B세포에서 항체 유전자를 영역별로 분할해 추출했다. 이 후 실험실에서 타깃 단백질에 맞는 조합을 찾아 제작하면 원하는 항체를 얻을 수 있다. 박 대표는 “구조를 최적화하는 과정까지 거 치면 약 1000억 가지의 항체를 제작할 수 있다”며 “인간항체 유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원성도 매우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라이브러리와 이중항체 플랫폼이라는 두 가지 핵심기술을 무기로 국내외 기업들과 기술이전 및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에는 프랑스의 3대 제약사 중 하나인 피에르파브르에 면역항암제인 ‘YBL-003’을 기술이전했다. 선급금, 단계별 성과금, 판매에 따른 로열티 등을 포함해 1164억 원 규모다. 전임상에 들어가기 이전인 초기 단계에 이 정도 규모의 딜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앨리스 플랫폼으로 개발한 이중항체 ‘YBL- 013’은 올해 1월 중국의 3D메디슨에 총 952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됐다.
박 대표는 “항체약물접합(ADC)이나 CAR-T 등 항체를 이용하는 모달리티를 개발하는 기업과도 공동연구나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며 “우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와 항암바이러스, 치밀한 암 조직을 느슨하게 만드는 약물과의 병용치료도 고려하고 있어 다른 기업과 협력관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현재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평가
“글로벌 빅파마에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 기대”
by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올해부터 해외 기업 대상으로 다수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플랫폼 기술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향후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빅파마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기술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
앨리스는 한 쪽은 T세포를, 다른 한 쪽은 암세포와 결합하는 형태다. T세포가 공격수라면 암세포를 잡는 항체는 상대팀의 발 빠른 공격수를 전담 마커하는 수비수다. 암세포를 T세포에 가까이 위치시킨 뒤 T세포를 활성화시키면 사이토카인, 인터루킨 등 T세포가 분비하는 방어물질들이 암세포를 공격한다.
‘2:1 법칙’ ‘결합력 최적화’로 안전한 이중항체 확보
최근 항암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CAR-T는 T세포에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를 발현시키는 원리다. 기존 면역항암제보다 반응률이나 예후가 좋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해야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이중항체는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오프 더 셸프(off the shelf·기성품)’ 치료제다. 박 대표는 “CAR-T의 효능은 유지하면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이렇게 앨리스를 자신있게 소개하기까지는 10여 년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중항체만 해도 여러 가지 구조가 있다. 항체의 ‘두 팔’로 묘사되는 가변영역 두 곳을 서로 다른 결합부위로 구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 역시 처음에는 이런 형태로 제작했다. 하지만 효능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암세포를 잡는 쪽의 결합력이 예상보다 약했던 것. 실험 결과를 본 박 대표는 암세포 결합 부위를 2단으로 쌓아 올렸다. 한 쪽 팔이 더 길게 뻗은 비대칭 항체를 제작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다. 박 대표는 암 세포와 T세포의 결합 부위를 2대 1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능이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대칭 항체를 만드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박 대표는 “생산 과정에서 항체들이 엉겨붙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지금과 같은 구조를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앨리스 플랫폼으로 제작된 이중항체는 가변 영역, 즉 두 팔은 암세포 결합부위가, 불변영역의 자리에는 T세포 결합부위가 위치한다. 항체에 결합한 T세포와 암세포의 거리부터 가장 안전한 결합력까지 모두 계산해서 설계한 결과다.
박 대표는 “T세포는 강력한 무기인 만큼,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앨리스 플랫폼에서는 T세포에 결합하는 항체의 친화도를 조금 떨어뜨려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1000억 개 항체 개발 가능한 라이브러리…기술이전으로 이어져
이렇게 항체의 구조나 친화성 등을 자유롭게 조절해가며 실험할 수 있었던 것은 와이바이오로직스의 항체 라이브러리 ‘Ymax- ABL’ 덕분이다. 항체의 가변영역을 코딩하고 있는 유전자는 V, D, J라는 세 개의 영역으로 세분화된다. 이 세 영역의 유전자 조합으로 다양한 항체가 만들어진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사람의 B세포에서 항체 유전자를 영역별로 분할해 추출했다. 이 후 실험실에서 타깃 단백질에 맞는 조합을 찾아 제작하면 원하는 항체를 얻을 수 있다. 박 대표는 “구조를 최적화하는 과정까지 거 치면 약 1000억 가지의 항체를 제작할 수 있다”며 “인간항체 유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원성도 매우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라이브러리와 이중항체 플랫폼이라는 두 가지 핵심기술을 무기로 국내외 기업들과 기술이전 및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에는 프랑스의 3대 제약사 중 하나인 피에르파브르에 면역항암제인 ‘YBL-003’을 기술이전했다. 선급금, 단계별 성과금, 판매에 따른 로열티 등을 포함해 1164억 원 규모다. 전임상에 들어가기 이전인 초기 단계에 이 정도 규모의 딜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앨리스 플랫폼으로 개발한 이중항체 ‘YBL- 013’은 올해 1월 중국의 3D메디슨에 총 952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됐다.
박 대표는 “항체약물접합(ADC)이나 CAR-T 등 항체를 이용하는 모달리티를 개발하는 기업과도 공동연구나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며 “우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와 항암바이러스, 치밀한 암 조직을 느슨하게 만드는 약물과의 병용치료도 고려하고 있어 다른 기업과 협력관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현재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평가
“글로벌 빅파마에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 기대”
by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올해부터 해외 기업 대상으로 다수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플랫폼 기술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향후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빅파마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기술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