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Company] 항체로 바이러스 잡는 이뮨메드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제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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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를 이용해 B형 간염 바이러스(HBV), 인플루엔자 등 항바이러스제를 개발 중이던 이뮨메드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내 톱라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뮨메드의 코로나19 치료제는 독특하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는 크게 항바이러스 치료제와 항체치료제로 나뉜다. 이뮨메드의 치료제는 항체를 이용한 항바이러스제다. 항체치료제이자 바이러스 치료제인 셈이다.
하나의 항체로 여러 바이러스 잡는다
‘잘 키운 강아지 한 마리, 열 자식 안 부럽다.’ 최근 인터넷상에는 이런 말이 떠돌아다닌다. 이뮨메드의 ‘잘 키운 강아지’는 바로 항바이러스제 hzVSF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여러 바이러스를 하나의 항체로 공격한다.
바이러스 종류에 관계없이 감염된 세포에서 공통 특징을 발견한 덕분이다. hzVSF는 감염 세포에서 발견되는 ‘vi-비멘틴’을 막는 항체다.
비멘틴은 세포의 골격을 유지해주는 단백질 중 하나다.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리보솜과 같은 세포소기관들이 제자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상세포에서는 비멘틴이 세포 내에서만 존재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암세포가 되는 경우 이 단백질이 슬금슬금 세포막으로 기어 나온다. 이것이 vi-비멘틴이다.
hzVSF가 달라붙은 감염 세포는 바이러스의 이동을 막고, 일부 항체는 세포 내부로 진입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고 염증 물질의 생성을 막는다. 안병옥 이뮨메드 대표는 “구조 단백질로만 알려졌던 비멘틴에 이렇게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매우 놀랐다”며 “감염 세포에서 비멘틴의 역할을 다룬 연구가 많지 않아 메커니즘부터 실제 효능을 확인하는 작업까지 우리 손으로 직접 했다”고 말했다.
기초 연구도 적은 상황에서 이뮨메드가 비멘틴의 역할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항체치료제 개발 방식과 180도 다른 접근법을 택한 덕분이다. 보통은 질병 단백질을 먼저 탐색한 뒤,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뮨메드는 정반대로 감염 세포에서 분비한 항체를 먼저 분리해낸 뒤, 항체가 결합하는 물질을 찾았다.
연구진은 우선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서 비장을 분리했다. 비장은 B세포와 T세포가 활성화되는 기관으로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여러 물질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T세포가 분비하는 여러 사이토카인과 인터루킨들 사이에서 hzVSF를 발견했다.
안 대표는 “정상 쥐의 비장과 감염 쥐의 비장에서 분비되는 여러 물질을 비교한 결과, 비장 내 항체가 결정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분비물질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hzVSF를 분리해냈지만 정말 이 항체가 바이러스의 작용을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회사는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hzVSF가 vi-비멘틴과 결합하는 부위의 구조를 바꾼 뒤, 감염 세포에 뿌려주니 항바이러스 효과가 사라졌다.
또 비멘틴이 없는 세포로 알려져 있는 유방암 세포인 ‘MCF7’에 뇌심근염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감염된 세포는 모두 사멸했다. 연구진은 이 세포에 인위적으로 비멘틴을 발현시킨 뒤, hzVSF를 주입하자 세포가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안 대표는 “여러 바이러스에서 동물실험 결과가 매우 좋다”며 “만성 B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효과 발휘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인 ‘hzVSF-v13’은 국내를 포함해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hzVSF-v13이 여러 치료 후보물질 중 주목을 받는 것은 바이러스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hzVSF-v13은 바이러스 감염 시 세포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기작을 표적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hzVSF-v13이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항바이러스제가 경증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안 대표는 “중증 환자들을 보면 더 이상 바이러스의 복제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염증에 의한 폐렴, 과도한 면역반응 등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즉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항바이러스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반면 hzVSF-v13은 감염 세포가 분비하는 염증 유발 물질들의 생성을 막아 중증 환자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 이뮨메드는 hzVSF-v13을 투여한 코로나19 중증 환자 7명의 사례를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학 저널>에 발표했다. hzVSF-v13은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치료목적사용 승인을 받아 일부 환자들에게 투여된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증세가 심각했던 한 남성(81세)은 3회에 걸쳐 hzVSF-v13을 투여받고, 6일 만에 혈장의 염증지표(CRP)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1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9일째에는 발열과 폐렴의 질병 지표인 산화지수까지 개선됐다.
안 대표는 “중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한정적이다 보니, 빠르게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안으로 2상을 완료하고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뮨메드는 8월 말 기술성 평가 결과가 나오면 올해 말 IPO를 신청할 계획이다.
<바이러스와 함께 hzVSF를 세포에 주입한 경우> ●벤처캐피털리스트 평가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 가능, 기술이전 가능성 기대”
by 유티씨인베스트 김승용 이사
hzVSF-v13은 코로나19 중증도 환자 7명에게 투약해 6명이 완치되는 극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고, 기존 타깃 질환인 HBV 바이러스 치료제로 임상 2상 승인도 받았다.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가져 기술이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
하나의 항체로 여러 바이러스 잡는다
‘잘 키운 강아지 한 마리, 열 자식 안 부럽다.’ 최근 인터넷상에는 이런 말이 떠돌아다닌다. 이뮨메드의 ‘잘 키운 강아지’는 바로 항바이러스제 hzVSF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여러 바이러스를 하나의 항체로 공격한다.
바이러스 종류에 관계없이 감염된 세포에서 공통 특징을 발견한 덕분이다. hzVSF는 감염 세포에서 발견되는 ‘vi-비멘틴’을 막는 항체다.
비멘틴은 세포의 골격을 유지해주는 단백질 중 하나다.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리보솜과 같은 세포소기관들이 제자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상세포에서는 비멘틴이 세포 내에서만 존재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암세포가 되는 경우 이 단백질이 슬금슬금 세포막으로 기어 나온다. 이것이 vi-비멘틴이다.
hzVSF가 달라붙은 감염 세포는 바이러스의 이동을 막고, 일부 항체는 세포 내부로 진입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고 염증 물질의 생성을 막는다. 안병옥 이뮨메드 대표는 “구조 단백질로만 알려졌던 비멘틴에 이렇게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매우 놀랐다”며 “감염 세포에서 비멘틴의 역할을 다룬 연구가 많지 않아 메커니즘부터 실제 효능을 확인하는 작업까지 우리 손으로 직접 했다”고 말했다.
기초 연구도 적은 상황에서 이뮨메드가 비멘틴의 역할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항체치료제 개발 방식과 180도 다른 접근법을 택한 덕분이다. 보통은 질병 단백질을 먼저 탐색한 뒤,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뮨메드는 정반대로 감염 세포에서 분비한 항체를 먼저 분리해낸 뒤, 항체가 결합하는 물질을 찾았다.
연구진은 우선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서 비장을 분리했다. 비장은 B세포와 T세포가 활성화되는 기관으로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여러 물질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T세포가 분비하는 여러 사이토카인과 인터루킨들 사이에서 hzVSF를 발견했다.
안 대표는 “정상 쥐의 비장과 감염 쥐의 비장에서 분비되는 여러 물질을 비교한 결과, 비장 내 항체가 결정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분비물질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hzVSF를 분리해냈지만 정말 이 항체가 바이러스의 작용을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회사는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hzVSF가 vi-비멘틴과 결합하는 부위의 구조를 바꾼 뒤, 감염 세포에 뿌려주니 항바이러스 효과가 사라졌다.
또 비멘틴이 없는 세포로 알려져 있는 유방암 세포인 ‘MCF7’에 뇌심근염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감염된 세포는 모두 사멸했다. 연구진은 이 세포에 인위적으로 비멘틴을 발현시킨 뒤, hzVSF를 주입하자 세포가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안 대표는 “여러 바이러스에서 동물실험 결과가 매우 좋다”며 “만성 B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효과 발휘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인 ‘hzVSF-v13’은 국내를 포함해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hzVSF-v13이 여러 치료 후보물질 중 주목을 받는 것은 바이러스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hzVSF-v13은 바이러스 감염 시 세포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기작을 표적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hzVSF-v13이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항바이러스제가 경증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안 대표는 “중증 환자들을 보면 더 이상 바이러스의 복제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염증에 의한 폐렴, 과도한 면역반응 등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즉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항바이러스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반면 hzVSF-v13은 감염 세포가 분비하는 염증 유발 물질들의 생성을 막아 중증 환자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 이뮨메드는 hzVSF-v13을 투여한 코로나19 중증 환자 7명의 사례를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학 저널>에 발표했다. hzVSF-v13은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치료목적사용 승인을 받아 일부 환자들에게 투여된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증세가 심각했던 한 남성(81세)은 3회에 걸쳐 hzVSF-v13을 투여받고, 6일 만에 혈장의 염증지표(CRP)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1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9일째에는 발열과 폐렴의 질병 지표인 산화지수까지 개선됐다.
안 대표는 “중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한정적이다 보니, 빠르게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안으로 2상을 완료하고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뮨메드는 8월 말 기술성 평가 결과가 나오면 올해 말 IPO를 신청할 계획이다.
<바이러스와 함께 hzVSF를 세포에 주입한 경우> ●벤처캐피털리스트 평가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 가능, 기술이전 가능성 기대”
by 유티씨인베스트 김승용 이사
hzVSF-v13은 코로나19 중증도 환자 7명에게 투약해 6명이 완치되는 극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고, 기존 타깃 질환인 HBV 바이러스 치료제로 임상 2상 승인도 받았다.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가져 기술이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