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남 배협 회장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사과
유애자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밤 "선수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배구 팬 여러분께 감사를 표현하는 자리였는데 제가 사려 깊지 못한 무리한 진행을 해 배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사태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대한배구협회 홍보부위원장의 직책을 사퇴하고 깊이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중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한남 대한배구협회 회장도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오 회장은 "올림픽 4강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달성함으로써 국민 여러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여자대표팀을 환영하고 국민 여러분들께서 궁금해하시는 사항을 김연경 선수의 인터뷰를 통해 전달해 드리고자 하는 자리였는데 사회자가 선수단에게 지급하는 포상금과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메시지에 관한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하는 무례한 표현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이어 "관련 내용을 부각시키거나 어떠한 정치적인 목적을 지닌 것이 아니었음을 정중히 말씀드린다"면서도 "평소 김연경 선수와 친분이 두터운 사회자가 배구 선배로서 스스럼없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발생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리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9일 유애자 부위원장은 여자배구 대표팀 입국 기자회견에 사회자로 나서 김연경에게 대표팀 포상금 액수를 집요하게 묻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강요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유 부위원장은 김연경에게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된 거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김연경은 "아 네. 알고있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유 부위원장은 "금액을 알고 있느냐", "얼마?"라고 또 질문했다. 이에 김연경이 짧은 침묵 뒤 "6억원 아니냐"고 답하자 유 부위원장은 포상금을 지원한 재계 인사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부탁했다.
더 나아가 유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언급하며 "특히 김연경 선수에 대해 따로 국민들께 감명을 준 것에 대해 격려를 해주셨는데 그것에 대해 답변해줬냐"고 물었다.
이에 김연경은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님께 뭐…"라고 운을 떼고는 "그냥 너무 감사한 것 같고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에 여자배구가 어찌 됐든 많은 분에게 좋은 메시지를 드렸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제가 한 건 크게 없는 것 같은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충분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유 부위원장은 "오늘 기회, 자리가 왔다"며 문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를 재차 요구했다. 이에 김연경은 "지금 하지 않았나"라고 했지만, 유 부위원장은 "한 번 더"라고 재촉했다. 결국 김연경은 "감사하다"고 말하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