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앤드루 왕자  /사진=EPA
영국 앤드루 왕자 /사진=EPA
엘리자베스 2세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미국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고소인 측 변호인이 재판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앤드루 왕자를 고소한 버지니아 주프레 측 법률대리인 데이비드 보이스는 11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BBC 등 영국 언론에 "지난 5년 동안 앤드루 왕자 측에 접촉하려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왕궁 안에 숨어서 법정을 무시할 수 없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앤드루 왕자가 이제 답변해야 한다"며 "나나 의뢰인을 무시한 것처럼 법원을 무시하려 했다간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궐석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로부터 당시 미성년자인 17세임에도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에서 성범죄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주프레는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미성년 성범죄 사건과 관련한 핵심 증인이기도 하다.

엡스타인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갑부로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하는 등 수십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체포됐지만, 수감된 지 한 달 만인 2019년 8월 맨해튼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프레는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한 민사소송 소장을 통해 앤드루 왕자가 자신이 미성년자이며 엡스타인의 성적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알면서도 동의 없이 성관계를 맺는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으로부터 주프레를 소개받았다는 것.

앤드루 왕자는 처음 의혹이 불거졌던 2019년 BBC와 인터뷰에서 "주프레를 만난 기억이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증거로 제기됐던 주프레를 팔로 감싸 안은 사진에 대해서도 "조작됐을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은 앤드루 왕자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개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딕 청장은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우리 팀 한 번 더 들여다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런던 경찰은 "대체로 영국 밖에서 벌어진 활동과 관계라서 (런던 경찰은) 적절한 수사 주체가 아니다"는 이유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사가 시작되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앤드루 왕자가 다시는 공식 석상에 설 수 없으리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앤드루 왕자의 형인 찰스 왕세자는 설사 설사 주프레가 패소하더라도 앤드루 왕자와 엡스타인의 관계가 왕실의 평판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앤드루 왕자는 전처와 함께 여왕이 여름휴가를 보내는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지내고 있다.

앤드루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9위로 1986년 사라 퍼거슨과 결혼해 두 딸을 얻었으나 1996년 이혼했다. 딸 요크 공녀 베아트리스는 33세, 유제니는 31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