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달·화성 땅 팔아먹는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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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시대
우주 땅 소유권 주장한 호프
달 토지 1에이커 당 24弗에 팔아
사기꾼일까…벤처사업가일까
유엔 우주조약 허점 파고들어
소송에서 이겨 합법적으로 판매
우주 땅 소유권 주장한 호프
달 토지 1에이커 당 24弗에 팔아
사기꾼일까…벤처사업가일까
유엔 우주조약 허점 파고들어
소송에서 이겨 합법적으로 판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요즘 우리는 돈 주고 물을 사먹습니다만, 누구나 길어다 먹을 수 있는 강물을 팔아먹었다는 김선달의 수완에 우리는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봉이 김선달과 대동강 물 이야기는 사기꾼과 사기 행위의 전형으로 회자되긴 하지만, 그의 탁월한 ‘사업 마인드’를 오늘날의 생수 및 공기 판매와 연결지어 보면, 우리는 새삼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김선달의 행위가 과연 사기이기만 했던 것일까?”
봉이 김선달의 사례를 우주로 확장해볼까요?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 어느 날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토끼가 사는 달 땅 사세요.’ 우주 부동산을 사라는 진짜 광고가 우리 눈앞에 딱 나타난 겁니다. 사기냐고요? 아닙니다.
1980년 데니스 호프라는 미국인은 루나 엠버시(Lunar Embassy·사진)라는 회사를 차리고 우주 부동산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판다는 천체 목록에는 달은 물론이고 화성, 수성, 금성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인터넷 창에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죠. 루나 엠버시를 통해 우주 부동산을 산 사람은 진짜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600만 명 이상이 구매했으며 한국 사람도 1만 명이나 됩니다. 유명인 중에는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영화배우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톰 행크스가 달 땅을 샀습니다. 가격이 얼마냐고요? 데니스 호프는 에이커(약 4047㎡)당 24달러를 받았습니다. 토지 가격 19.99달러, 보유세 1.5달러, 등기서류 비용 2.5달러를 더한 가격입니다. 봉이 김선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데니스 호프는 사기꾼일까요, 벤처 사업가일까요?
여러분이 상상하듯, 당연히 법률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장 먼저 우주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을까 하는 것이죠. 1967년 지구에 있는 나라들은 유엔에서 우주 개발과 관련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우주조약이라는 것인데요. 여기 제2조는 ‘달과 기타 우주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은 주권의 주장에 의하여, 또는 이용과 점유에 의하여, 또는 기타 모든 수단에 의한 국가 전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Outer space, including the moon and other celestial bodies, is not subject to national appropriation by claim of sovereignty, by means of use or occupation, or by any other means)’고 규정하고 있어요. 조약에 따르면 어느 국가도 우주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판매권을 가질 수 없어요.
우리의 봉이 김선달 데니스 호프는 우주조약의 허점을 파고들어서 달을 포함한 우주 천체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소송을 냈습니다. 그는 “우주조약은 국가 또는 단체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돼 있지, 개인은 빠져 있다”고 주장했고, “따라서 달 등의 소유권은 가장 먼저 주장한 나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소송의 결과가 어땠냐고요? 데니스 호프가 이겼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반박할 논리가 없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어요. 독일에서 이에 대한 사기소송이 제기됐으나 독일 법원 역시 “우주는 법원의 관할권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죄를 다툴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100여 개 나라가 서명한 유엔 우주협약을 고쳐서 개인의 소유권을 금지할 수 없냐는 의문이 들지만, 이미 소유권을 주장했고 인정됐기 때문에 소급입법을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 유엔우주업무사무국(UNOOSA)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데니스 호프가 지금까지 달 땅 등을 팔아서 번 돈이 무려 7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대동강물을 판 봉이 김선달보다 더 잘 버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달이나 화성에 있는 자원을 왕복 우주선을 통해 지구로 가져올 수는 없을까요? 기술적으로 인류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만, 새로운 기술을 만들기 좋아하는 인간의 기술본능을 감안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소유권, 이용, 점유, 전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조약에 따라 어느 한 나라가 단독으로 외계에서 자원을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훗날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조약이 개정된다면 지구적 차원에서 자원 활용 방안이 마련될 수는 있을 듯합니다. 이런 단계에 이르면 세계는 지구촌 경제를 넘어 우주 경제로 차원을 넓히게 될 겁니다. 우리는 이미 경계선에 도착해 있습니다. 일반인을 싣고 우주를 구경하는 우주관광 시대를 막 열기 시작했으니까요.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다녀온 때부터 이런 일은 예견돼 있었습니다. 시간과 기술, 경제성이 문제였던 것이죠. 축구장 크기의 달 땅을 3만여원에 사고파는 것. 봉이 김선달이 땅을 칠 일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② 미국인 데니스 호프는 우주조약의 어떤 허점을 파고들었을까를 알아보자.
③ 기술이 발전해서 달과 화성을 쉽게 오가게 될 경우, 우주 부동산에 대한 개인 소유권 주장은 어떤 문제를 낳을지를 상상해보자.
봉이 김선달의 사례를 우주로 확장해볼까요?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 어느 날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토끼가 사는 달 땅 사세요.’ 우주 부동산을 사라는 진짜 광고가 우리 눈앞에 딱 나타난 겁니다. 사기냐고요? 아닙니다.
1980년 데니스 호프라는 미국인은 루나 엠버시(Lunar Embassy·사진)라는 회사를 차리고 우주 부동산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판다는 천체 목록에는 달은 물론이고 화성, 수성, 금성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인터넷 창에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죠. 루나 엠버시를 통해 우주 부동산을 산 사람은 진짜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600만 명 이상이 구매했으며 한국 사람도 1만 명이나 됩니다. 유명인 중에는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영화배우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톰 행크스가 달 땅을 샀습니다. 가격이 얼마냐고요? 데니스 호프는 에이커(약 4047㎡)당 24달러를 받았습니다. 토지 가격 19.99달러, 보유세 1.5달러, 등기서류 비용 2.5달러를 더한 가격입니다. 봉이 김선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데니스 호프는 사기꾼일까요, 벤처 사업가일까요?
여러분이 상상하듯, 당연히 법률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장 먼저 우주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을까 하는 것이죠. 1967년 지구에 있는 나라들은 유엔에서 우주 개발과 관련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우주조약이라는 것인데요. 여기 제2조는 ‘달과 기타 우주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은 주권의 주장에 의하여, 또는 이용과 점유에 의하여, 또는 기타 모든 수단에 의한 국가 전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Outer space, including the moon and other celestial bodies, is not subject to national appropriation by claim of sovereignty, by means of use or occupation, or by any other means)’고 규정하고 있어요. 조약에 따르면 어느 국가도 우주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판매권을 가질 수 없어요.
우리의 봉이 김선달 데니스 호프는 우주조약의 허점을 파고들어서 달을 포함한 우주 천체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소송을 냈습니다. 그는 “우주조약은 국가 또는 단체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돼 있지, 개인은 빠져 있다”고 주장했고, “따라서 달 등의 소유권은 가장 먼저 주장한 나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소송의 결과가 어땠냐고요? 데니스 호프가 이겼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반박할 논리가 없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어요. 독일에서 이에 대한 사기소송이 제기됐으나 독일 법원 역시 “우주는 법원의 관할권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죄를 다툴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100여 개 나라가 서명한 유엔 우주협약을 고쳐서 개인의 소유권을 금지할 수 없냐는 의문이 들지만, 이미 소유권을 주장했고 인정됐기 때문에 소급입법을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 유엔우주업무사무국(UNOOSA)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데니스 호프가 지금까지 달 땅 등을 팔아서 번 돈이 무려 7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대동강물을 판 봉이 김선달보다 더 잘 버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달이나 화성에 있는 자원을 왕복 우주선을 통해 지구로 가져올 수는 없을까요? 기술적으로 인류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만, 새로운 기술을 만들기 좋아하는 인간의 기술본능을 감안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소유권, 이용, 점유, 전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조약에 따라 어느 한 나라가 단독으로 외계에서 자원을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훗날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조약이 개정된다면 지구적 차원에서 자원 활용 방안이 마련될 수는 있을 듯합니다. 이런 단계에 이르면 세계는 지구촌 경제를 넘어 우주 경제로 차원을 넓히게 될 겁니다. 우리는 이미 경계선에 도착해 있습니다. 일반인을 싣고 우주를 구경하는 우주관광 시대를 막 열기 시작했으니까요.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다녀온 때부터 이런 일은 예견돼 있었습니다. 시간과 기술, 경제성이 문제였던 것이죠. 축구장 크기의 달 땅을 3만여원에 사고파는 것. 봉이 김선달이 땅을 칠 일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1967년 유엔이 만든 우주조약을 직접 찾아보고 내용을 토론해보자.② 미국인 데니스 호프는 우주조약의 어떤 허점을 파고들었을까를 알아보자.
③ 기술이 발전해서 달과 화성을 쉽게 오가게 될 경우, 우주 부동산에 대한 개인 소유권 주장은 어떤 문제를 낳을지를 상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