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보장성 강화 수혜자들의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허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보장성 강화 수혜자들의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허문찬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수입이 2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료가 매년 크게 인상되면서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10년 간에 비해 평균 건보료율 상승률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자의적인 기간 설정으로 의도적으로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건보료 수입 53조→73조원

1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공단의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은 73조8834억원이다. 지난해 69조4682억원에서 6.4% 증가해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었다. 여기에는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본인부담금과 직장부담금,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등이 모두 포함된다.

건보료 수입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 50조6847억원에서 출범 첫해 53조6939억원으로 증가했고, 현 정부가 건보료율을 정하기 시작한 2018년 57조8209억원으로 뛰었다.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본격 작동하기 시작한 2019년에는 전년보다 10.8% 증가한 64조853억원의 건보료 수입을 거뒀다.

같은 기간 정부가 세금으로 건보 재정을 보강하는 규모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국고지원금, 차상위지원금, 과징금지원금, 기타보조금, 재난적의료비지원사업수익 등이 포함되는 보조금 항목의 수입액은 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5조9964억원에서 2017년 5조7105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8년부터 6조1635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2019년에는 전년보다 1조원 늘어난 7조1635억원, 작년에는 1조7400억원 증가한 8조9281억원이었다. 올해는 약 5000억원 증가한 9조4876억원의 예산이 잡혀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3조원 넘게 재정 투입액이 증가한 것이다. 정부의 보조금은 재원이 세금이라는 점에서 건보료처럼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건보료 인상률 낮다는데 정말일까

이같은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비판에 정부는 과거에 비해 건보료율 인상률을 낮게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건보료율은 보장성 대책 시작 전 10년(2007~2016) 동안의 평균(3.2%)보다 낮은 평균 2.91%만 인상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몇 가지 허점이 있다. 우선 기간 설정 문제다. 복지부가 제시한 보장성 대책 시작 전 10년은 2007~2016년으로 돼있다.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7년 건보료율은 2016년 문재인 케어와 관련 없이 정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전 10년은 2008~2017년으로 계산되는 것이 정확해 보인다.

기간을 2008~2017년으로 바꾼 후 직전 10년간의 연평균 건보료 인상률을 다시 계산하면 2.53%라는 수치가 제시된다. 복지부가 제시한 문 케어 이후 평균 인상률 2.91%보다 낮다. 이는 2017년과 2007년의 건보료율 인상률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의 건보료 인상률은 0%. 동결이었다. 반면 2007년 노무현 정부 때의 인상률은 6.5%에 이른다. 2017년 0% 대신 2007년 6.5%를 가져와 10년의 연평균 건보료 인상률을 높게 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권별로 따져보면 이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의 4년간 연평균 건보료 인상률은 0.99%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3.01%)보다는 현 정부의 인상률이 낮았으나 건강보험 보장률 최고치는 이명박 정부 때 65.0%(2009년)로, 현 정부의 64.2%(2019년)보다 높았다.

그리고 약간의 계산 방식에 대한 의심. 복지부가 제시한 문 정부 4년간의 인상률 2.91%는 4년간의 인상률을 더한 후 4로 나눈 산술평균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산술평균상 2.905가 나오고 반올림해 2.91%로 계산된다. 하지만 연평균 인상률은 기하평균으로 계산한다. 문 정부 4년간의 인상률을 기하평균으로 계산하면 2.903%다. 반올림해도 2.91%가 나오지 않는다. 2.90%로 제시하는 것이 정확하다.

2007~2016년의 평균 인상률은 소수점 이하 첫째자리까지만 제시돼 정확히 어떤 계산방식인지 알기 어렵다. 이를 소수점 이하 셋째자리에서 반올림해 둘째자리까지 제시하면 산술평균으론 3.21%, 기하평균은 3.18%다. 둘째자리까지 제시할 경우엔 동일하게 3.2%가 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