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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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소송에서 패소에 따른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2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55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3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생명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33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3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93.9%나 급감한 수치다. 매출은 같은 기간 7.3% 증가한 8조1950억원, 순이익은 75.1% 줄어든 1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도 766억원으로 82.9% 하락했다.

2분기 이익이 급감한 데에는 즉시연금 소송 패소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액 2779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삼성생명은 지난 10일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제기한 미지급 연금액 청구 소송 1심 패소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5부는 지난달 21일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된 미지급 연금액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상속만기형 상품이 일부 금액을 떼어놓는다는 것을 특정해서 설명하고 명시해야 설명·명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내용이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삼성생명이 원고들에게 5억9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기본 보험 영업 실적은 양호한 편이라는 게 삼성생명 측 설명이다. 장래 이익 흐름을 나타내는 신계약 가치는 상반기 816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전년 동기(1조3162억원) 대비 10.2% 늘어난 1조4511억원을 집계됐다. 6월 말 총 자산은 337조3000억원이었으며, 지급여력(RBC)비율은 332%를 기록했다.

연간 실적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 않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낸 덕에 상반기 실적도 선방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7.9% 증가한 1조367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71.6% 급증한 1조2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71.6% 늘어난 1조1646억원을 기록했다.

또 즉시연금 소송 패소는 2018년부터 시작된 분쟁에 따른 결과인 데다, 충당금을 이미 쌓은 만큼 추가로 비용이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도 삼성생명의 올해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장성 보험뿐만 아니라 연금저축 판매가 증가하며 신계약이 증가하고, 유가증권 매각익 일부와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로 투자이익이 양호한 수준을 시현할 것"이라며 "당 분기 즉시연금 준비금 적립에 따른 일화성 비용 크게 인식됐으나, 1분기 전자배당이익 반영되며 연간 이익에 대해선 우려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즉시연금 소송 패소에 따른 충당금 적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악재이니만큼 주가 및 연간 실적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2분기 충당금 적립에도 1분기 대규모 이익에 힘입어 올해 연간 지배순이익은 1조 548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