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칼럼] 가슴보형물 시장에도 불어오는 혁신의 바람
1962년 실리콘 가슴 보형물 수술이 성공하면서 가슴확대술 시장이 생겨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미용 목적의 외과수술이다. 2019년 국제미용성형학회(ISAPS)에서 집계한 1130만 건의 성형수술 중 가슴확대술은 16%인 170만 건을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가슴보형물 시장은 연평균 7% 성장하여 2027년 31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슴확대술에 사용되는 가슴보형물은 글로벌 4개사가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 시장이다. 몸에 칼을 대는 외과수술 시장은 의료시장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10년 이상 강력한 규제정책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가슴보형물은 액체형 실리콘으로 제작되었는데, 각종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규제당국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실리콘 가슴 보형물에 대한 모라토리움, 즉 제조 및 판매 중지를 선언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 상당히 축소됐고, 관련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참고로 현재 가슴보형물의 내부재료는 식염수를 거쳐, 반고체 실리콘인 코헤시브 젤 타입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구조조정이 완료된 시장은 매우 공고해졌다. 가슴 확대술은 생각보다 구형구축이나 파열 등의 부작용으로 인한 재수술률이 24~36%에 달할 정도로 높다. 그럼에도 이미 자리를 잡은 선도업체들의 점유율은 공고했다. 그런데 2018년 무렵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업계 선도 업체들의 가슴보형물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을 유발한다는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가슴 조직안에서 고정이 잘 되도록 표면을 거칠게 처리한 매크로-텍스처드 타입의 가슴보형물에서 이런 현상이 주로 발생하였다. 결국 시장 1위인 애브비(당시 앨러간)는 매크로-텍스처드 타입의 가슴보형물 리콜을 선언하고 영업지역을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으로 축소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가슴확대술 시장이 아무리 보수적인 시장이라도, 매크로-텍스처드 타입의 가슴보형물과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과의 상관관계 이슈는 환자와 의사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드러운 표면을 가진 가슴 보형물의 관심은 더욱 높아져 갔다. 굳건했던 가슴보형물 시장에 생긴 균열은 신생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부드러운 표면기술이 강점인 코스타리카의 에스타블리쉬먼트 랩스(티커명 ESTA)라는 기업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사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안전성이다. 10년 이상 160만 개의 가슴보형물이 이식됐는데, 올해 7월 기준 아직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생 사례가 없으며, 구형구축 및 파열사례는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시장 중 하나인 국내에 2016년에 출시돼 2년만에 점유율 1위로 올라섰고, 스웨덴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하는 등 많은 지역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에스타블리쉬먼트 랩스는 내년엔 중국, 2024년엔 미국 진출을 목표로 지역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안전성 이슈로 발생한 가슴확대술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가 어디까지 시장을 변화시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