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가 13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1라운드 12번홀에서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박민지가 13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1라운드 12번홀에서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대세’ 박민지(23)가 ‘잠정구’ 한마디를 깜빡했다가 프로 무대에선 보기 드문 ‘퀸튜플 보기(+5)’를 적어냈다. 13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CC(파72·6551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1라운드 6번홀(파5)에서다. 그는 이 홀에서만 10타를 쏟아내 최하위로 밀려났다.

한 홀에서만 4벌타…‘퀸튜플 보기’

"잠정구" 한 마디 깜빡했다가…4벌타 받은 박민지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그는 경기 중반까지 순항했다. 자신의 14번째 홀인 5번홀(파4)까지 2언더파를 쳐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참사는 6번홀에서 벌어졌다.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지만 파를 잡기엔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민지가 당겨 친 두 번째 샷이 숲속으로 사라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아웃오브바운즈(OB)인 줄 알았던 박민지는 ‘프로비저널(provisional) 볼’, 이른바 잠정구를 쳤다.

이때 동반자에게 잠정구를 친다고 알리지 않은 게 문제였다. 골프 규칙(18.3b)은 “플레이어는 반드시 ‘프로비저널 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잠정적으로 볼을 플레이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박민지는 이를 깜빡했다.

벌타는 박민지가 그린 옆 나무 아래에 숨어 있던 자신의 원래 공을 찾아 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동반자인 오지현(25)과 박현경(21)은 박민지의 잠정구 플레이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공은 유효하지 않았다. 잠정구가 박민지의 ‘인 플레이 공’이었고 원구는 이미 ‘남의 공’이 된 상태였다.

자신의 것이 아닌 공을 친 대가로 그는 2벌타(오구 플레이)를 받았다. 여기에다 인 플레이 상황이던 공을 집어들었다. 그가 잠정구라고 믿고 집어든 공은 당시 상황에선 더 이상 잠정구가 아니었다. 이 행동으로 또 1벌타를 받았다. ‘잠정구’를 외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친 원래 공도 OB 처리됐다. 결국 이에 대한 1벌타도 받았다.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깨달은 박민지는 동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경기위원을 불렀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KLPGA 관계자는 “프로비저널 볼 선언이 없었기 때문에 앞서 친 잠정구가 인 플레이 볼이 됐고 원래 공은 분실된 볼로 취급된다”고 설명했다.

말 한마디를 깜빡한 대가는 혹독했다. 결국 박민지는 8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린 뒤 2퍼트를 했고 10타 만에 가까스로 악몽의 홀을 탈출했다. 박민지는 2019년, 2020년에 이어 이 대회 3연패를 노렸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당장 커트 통과가 급해졌다. 올 시즌 6승을 포함해 상금, 대상, 평균타수 1위를 달리고 있는 박민지는 경기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5오버파가 퀸튜플 보기인 것을 12년 만에 처음 알았다”며 “오늘을 교훈 삼아 앞으로 평생 프로비저널 볼을 잘 말하고 다니겠다”고 밝혔다.

신인 지수진, 7언더파 단독 선두

‘늦깎이 신인’ 지수진(24)이 7언더파를 몰아쳐 깜짝 선두로 나섰다.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 치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2017년 프로로 입회한 그는 4년 만인 올해 시드순위전(13위)을 통해 정규투어 무대를 밟았다. 지수진은 올해 참가한 14개 대회에서 커트 통과가 다섯 번뿐이었다. 최고 성적은 개막전이던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기록한 33위다.

지수진은 “정규 투어가 처음이라 핀 위치도 어려웠고 적응하기 힘들었다”며 “오늘은 아이언 샷이 잘돼 파를 넘어 버디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2라운드도 1라운드처럼 플레이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