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실신하기 일보 직전이에요.
3시간 넘게 전혀 아기가 내려오지 못한 거면 수술해야 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저랑 자연분만하기로 약속했거든요.
자연분만해야 애가 똑똑하다던데... 나 때는 2박 3일 진통하고도 낳았어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나온 대사다. 후두후태위(태아가 임산부의 배 쪽을 보고 있는 것)로 자연분만이 어려워진 산모. 이에 산부인과 레지던트인 추민하(안은진 분)는 보호자들에게 응급 상황이고, 실신 직전인 산모도 수술을 원한다고 알렸지만 남편과 시어머니는 이를 막아선다.

"벌써 4시간째"라며 초조해하는 추민하와 달리, 두 사람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해보고 안 되면 그때 수술하면 되는 거 아니냐. 산모가 수술을 원하는 것은 아마 지금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위급 상황임에도 산모가 수술방으로 오지 않아 다급히 병실로 내려온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김대명 분)은 결국 보호자들에게 "자연분만이 목표인 것 같은데 우린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산모분이 건강하게 출산하는 게 목표다. 수술에 들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당 장면을 두고 유튜브 채널 '우리동네 산부인과, 우리동산'에서는 "보통 2~3시간 진행이 없으면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고 저산소증 때문에 뇌성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응급상황임에도 수술을 거부하고 자연분만을 원하는 보호자가 의료진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응급상황임에도 수술을 거부하고 자연분만을 원하는 보호자가 의료진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이어 "4시간 동안 힘주기를 했다면 정말 지쳤을 거다. 산모 잡을 일 있느냐.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면서 "순산은 아기와 산모가 건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 에피소드를 접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통해 힘들었던 출산 경험을 털어놓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특히 제왕절개하는 장면을 보고 놀랐다는 반응도 많았다. 안은진도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 통해 "제왕절개를 말로만 들었는데 연기를 하고 되게 놀랐다"면서 "엄마가 정말 대단한 걸 했다고 말해 드렸다"고 비하인드를 전한 바 있다.

최근에는 네티즌 A 씨가 드라마 속 인물과 동일한 상황을 경험했다고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A 씨는 "잊고 살다가도 어쩌다 불쑥 떠올라서 화가 나는 기억"이라면서 과거 유도 분만 중 문제가 생겨 급하게 제왕절개로 출산했던 때를 떠올렸다.

출산 후 회복에 전념하고 있던 중 A 씨는 남편과 시모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고. 시모는 중간에 제왕절개를 했다는 남편의 말에 "자연분만을 해야지"라며 버럭 화를 냈다. 남편이 반나절 진통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와서 수술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시모는 "의사 말을 믿냐"면서 고함을 쳤다.

A 씨는 "아기 태어났다는 말에 첫마디가 '자연분만했냐'라니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라. 내가 듣는지 모르고 한 말이라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 없을까.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환자의 동의만으로 치료에 필요한 수술 등의 처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라면 법정대리인에게 응급의료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며, 법정대리인이 동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동행한 사람에게 설명한 후 응급처치를 하고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응급진료를 할 수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1990년부터 2018년까지 154국의 출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21% 수준인 제왕절개 분만율은 2030년까지 29%까지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왕절개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보건복지부 'OECD 보건통계 2019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왕절개 건수는 출생아 1000명당 451.9건으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다.

WHO는 "산모가 제왕절개술의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숙지한 후 수술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출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기가 비정상적인 위치에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제왕절개를 권장하고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