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견도 옳지만 반도체·백신 역할 기대하는 국민도 많아"
침묵하던 文, 진보진영 반발 속 교통정리 나서…코로나 극복 절박성 강조
문대통령, 이재용 가석방 "국익위한 선택 이해 바란다"(종합)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된 것과 관련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여권 일각과 진보진영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논란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그동안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 백신 확보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다"며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로서는 이런 국민의 요구가 있으니 이 부회장이 이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찬반이 대립하고 있지만, 코로나 위기 극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 가석방으로 이어진 셈이다.

아울러 이번 사안을 두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계속 침묵을 이어갈 경우 논란이 계속 증폭돼 국론분열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에게 특혜를 준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며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언제 언급하는 게 좋을지 저희도 고민하고 있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 부회장이 실제로 가석방되는 날에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정권에서는 야권 인사로서 재벌 총수 가석방에 반대하다가 이제는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언급했다.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기업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추가 지원도 검토하느냐'는 물음에도 "가석방 결정 자체도 법무부가 법과 절차를 따라 진행한 것이며, 앞으로의 문제도 법무부가 절차에 따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