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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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죄송합니다."

올해 9월 예식을 앞둔 한 예비 신랑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예식장 인원 제한과 실효성 없는 분쟁해결 대책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결송합니다라는 단어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 A 씨는 "'결송합니다'는 '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단어"라며 "1년 이상을 준비하는 결혼식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의 결혼은 축복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예비부부의 욕심으로 치부돼 '결송합니다'라는 말마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말이 생겼다는 사실이 예식을 앞둔 사람으로서 슬픈 현실"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 위약금마저 예비부부들이 떠안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A 씨는 먼저 "각 시설에 대한 기준, 형평성과 일관성 부족에 따른 피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4단계의 각 시설의 규제 방법을 살펴봤을 때, 시설면적에 따른 인원 제한, 수용인원에 대한 인원 제한 등이 일관성 없이 규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장은 최대 관객 수를 5000명으로 제한하며 실내 종교시설은 '종교시설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수치에 형평성 문제가 있어 99인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완화가 됐는데, 왜 예식장은 49인 이하로 규정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에서 언급한 세 시설의 코로나19 전파 감염 위험 정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결혼식장의 경우 오히려 합창이 없고, 마스크 벗을 일 또한 더 적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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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거리두기 4단계 예식 위약금 분쟁해결 기준과 관련해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졌을 경우 위약금 없이 예식일시 연기, 취소 보증 인원 조정을 권고한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예식 일의 거리두기 단계는 불과 1~2주 전에 알 수 있다"며 "현재 거리두기 단계는 2주 간격으로 정해지는데, 예식 일의 거리두기 단계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하객 인원, 답례품 등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이상을 준비해 온 날을 앞두고, 불과 1~2주 사이에 많은 것들이 바뀐다"며 "예식장은 지침과 계약서만 내세울 뿐 예비부부의 피해는 관심에도 없다"고 호소했다.

또 "공정위는 '권고'라는 단어로 손을 놓고 있다"며 "당연히 예식장은 코로나 관련 권고를 따르는 것보단 예식장의 이익을 따른다. '계약서'와 '위약금'이란 무기를 든 예식장과 '원만한 합의'라는 것은 시도조차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 씨는 정부에 '결혼식장 수용 가능 인원 재조정', '예식장 분쟁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A 씨는 "종교 시설이 시설 간 규모의 형평성 문제로 99인까지 허용됐다면, 예식 시설 또한 같은 형평성을 고려해 같은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며 "예식 일이 1개월 후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식장과 원만한 합의를 권고한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대책이다. 예비부부들이 예식 연기, 보증금 면제, 보증인원 조정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합의할 수 있는 기간과 지침을 대폭 강화해달라"고 했다.

끝으로 "방역 당국은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정했고, '공동체 의식,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라는 말로 따라줄 것을 장기간 요구해 왔다"며 "하지만 형평성에 어긋난 지침들과 일부 예식장의 배짱을 보고 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눈물을 머금고 이와 같은 글을 올렸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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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올해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지난 7월의 상담 건수는 542건으로 전월(172건) 대비 급증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의 감염병 발생 시 위약금 감면기준도 '무용지물'이라는 예비부부들의 토로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계약내용을 변경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는 권고에 불과할 뿐 합의가 좀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다만 공정위 측은 "당사자 간 계약이 원칙이긴 하지만 그 계약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거나, 해결 기준이 없어 소비자원, 소비자 단체에서 피해 구제나 분쟁 조정을 할 때 이 기준을 적용해 많은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6일 현행 거리두기 단계를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방역지침에 따르면 9일부터 종교시설은 수용 가능 인원에 따라 최대 99인, 콘서트장은 면적에 따라 최대 2000명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예식장에는 최대 49명까지만 참석이 가능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