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크 아웃(고점 통과)’ 충격에 휩싸인 SK하이닉스가 5년간 지켜온 국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13일 장중 SK하이닉스 주가는 10만원 선 아래(9만8900원)로 내려앉았다. 10만원 아래로 주가가 내려온 것은 작년 11월 말 이후 처음이다. D램 가격이 연말께부터 하락 전환할 것이란 전망에 사흘째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전날 시총 3위 네이버와의 격차가 8000억원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는 이날 장 시작과 함께 3위로 밀려났다.

이날 오후 들어 엿새 연속 하락한 SK하이닉스에 반발매수가 유입되며 주가는 플러스로 전환해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 주가가 하락 마감해 2위를 지켜냈다.

연초만 해도 네이버 시총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1월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을 맞을 것이란 핑크빛 전망이 쏟아지면서 SK하이닉스는 ‘시총 100조원’ 고지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플랫폼을 앞세운 네이버가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동안 SK하이닉스는 8개월 새 시총이 30조원 넘게 줄었다. 이 중 10조원 남짓은 이달 11일부터 이틀간 증발했다.

SK하이닉스는 줄곧 D램 가격에 울고 웃었다. 2016년 11월 SK하이닉스가 현대차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라선 것도 D램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사양 게임용 PC 증가와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 회복 등으로 D램 가격이 한 달 새 25% 오르면서 시총 2위 자리를 꿰찬 SK하이닉스는 5년 넘게 삼성전자와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다. 반도체에 대한 비관적 전망 속에 SK하이닉스의 시총 2위 수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