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과 형제 기리는 광장도

안중근 의사가 111년 전 순국한 날인 지난 3월 26일 경기 남양주시에 일제 강점기 역사를 기록한 이색 역사체험관이 문 열었다.

이 체험관 이름은 '리멤버(REMEMBER) 1910'. 일제에 강제로 국권을 강탈당한 해인 1910년을 잊지 말자는 취지다.

그해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을 비롯한 6형제가 중국으로 망명하기도 했다.

친일파 단죄 법정·감옥 조성 '남양주 역사체험관'
◇ 일제에 국권 강탈당한 해 상기 '리멤버 1910' 명명
14일 남양주시에 따르면 이석영 선생 등은 중국으로 떠나면서 화도읍 일대 땅을 모두 팔아 항일무장투쟁의 요람인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이 땅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최소 2조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석영 선생은 일제의 지명수배 탓에 여러 도시로 피신하며 빈곤하게 생활하다가 상하이에서 80세 나이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가족들도 일제에 몰살당해 묘지는 방치됐으며 이후 이 일대가 개발돼 이석영 선생의 유해는 찾을 수 없다.

이석영 선생은 형제인 우당 이회영 선생, 초대 부통령 이시영 선생 등과 달리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남양주시는 이석영 선생을 기리는 광장을 조성하고 지하에 '리멤버 1910'을 건립했다.

특히, 이석영 광장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고종과 명성황후가 잠든 홍릉 앞에 들어서 의미를 더했다.

친일파 단죄 법정·감옥 조성 '남양주 역사체험관'
◇ 독립투사 수감 중국 뤼순 감옥·서대문형무소 재현
광장에 있는 체험관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남양주 출신 독립운동가 102명을 만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체험관은 역사 법정, 친일파 감옥, 미디어 홀, 콘퍼런스 룸 등으로 구성됐다.

역사 법정은 친일파를 재판하는 공간으로, 맨 앞에 3명의 판사석이 있고 그 아래 검사석, 변호인석, 피고인석 등이 있다.

방청석도 마련됐다.

판사석에는 이석영 선생과 그의 동생인 이회영·이시영 선생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이 판사, 검사, 변호사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친일파를 법정에 세운 뒤 가상 재판을 열어 단죄할 수 있다.

친일파 감옥은 법정 바로 옆에 있다.

안중근 의사 등 독립투사들이 수감됐던 중국 뤼순 감옥과 서대문 형무소를 재현했다.

감옥 한 곳에는 쇠사슬에 묶인 채 엎드린 형태의 친일파 조형물을 설치, 체험객들이 곤장을 칠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 홀에는 이석영 선생 형제와 신흥무관학교 관련 자료가 전시됐다.

친일파 단죄 법정·감옥 조성 '남양주 역사체험관'
◇ 누구나 편하게 드나드는 복합문화공간
조광한 시장은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한 치욕스러운 역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 등 특별한 날에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체험관을 도심에 건립했다.

누구나 오가다 편하게 들릴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했다.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편하게 쉴 수 있다.

USB 포트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도 설치돼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으며 콘퍼런스 룸이 마련돼 각종 모임이나 회의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주말마다 공연이나 영화 상영, 인문학 콘서트 등 문화행사도 열 수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가 연장되면서 행사를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개관 이후 지난 12일까지 6개월간 3만5천여 명이 다녀갔다.

남양주시는 이번 광복절에도 행사를 대폭 축소, 포토존을 설치하고 이석영 선생과 형제 등에 대한 낱말 풀이 이벤트를 소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 시장은 "1910년의 아픈 역사를 뼛속까지 새겨넣지 않으면 강대국 패권 다툼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독립적인 지위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국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시민 친화적인 역사 체험관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