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공장 내부
현대자동차 공장 내부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직 노동조합이 출범 넉 달만에 휘청이고 있다. 노조 간부들은 서로를 징계해야 한다며 갈등을 빚고 있고, 노조 가입자를 불리겠다는 목표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단체교섭권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사무직들이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에 실망해 사무직 노조에 관심을 보였지만, 새로 만들려는 노조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사무직 노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찻잔 속 태풍'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의 임원 5명 중 4명은 징계 요청을 받은 상황에 처했다. 노조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징계해달라고 요청한 이들은 노조의 다른 임원들. 서로를 징계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사무직 노조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임원 5명 중 4명이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한데다 누가 징계 여부를 결정할 지도 애매하다.

한 부위원장은 위원장을 노조원의 개인정보를 외부(회사 측)에 넘겼고, 조합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임원은 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임원들은 위원장의 징계를 주장한 부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이 위원장의 명예를 훼손했고, 노조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임원 징계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의 리더십에 타격이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가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사무직 노조 가입인원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최대 계열사인 현대차 임단협이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사무직 노조가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등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무직 노조는 교섭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존재감이 약하다보니 노사 양쪽에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도 사무직 노조를 견제하는 분위기다. 기존 노조의 일부 대의원들은 최근 "사무직 노조가 기존 노조에 편입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정의선 회장과 만나고 싶다"는 사무직 노조의 요청을 거절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만들어진 사무직 노조는 우선 개별 회사별로 교섭권을 따내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교섭권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사무직 노조 설립 운동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