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 핵심' 중신궈지, 후강퉁서 퇴출…외국인 투자 막는 中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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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홍콩 교차매매(후강퉁)에서 16일부터 퇴출
금융당국, 페이퍼컴퍼니 활용한 홍콩 상장 구조 문제 지적
홍콩증시 상폐 가능성 제기
금융당국, 페이퍼컴퍼니 활용한 홍콩 상장 구조 문제 지적
홍콩증시 상폐 가능성 제기
중국 반도체굴기의 주력으로 꼽히는 중신궈지(SMIC)가 요건 미달로 상하이-홍콩거래소 교차매매 종목에서 퇴출됐다. 금융당국이 핵심 국유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삼는 이례적 상황 속에 중신궈지의 주가는 급락했다. 홍콩증시 상장폐지와 외국인 투자 제한 등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거래소는 16일부터 상하이-홍콩 교차매매 시스템인 후강퉁에서 중신궈지를 제외하기로 했다. 중신궈지는 상하이거래소 과학기술기업 중심 시장인 커촹반과 홍콩거래소에 중복 상장돼 있다. 제외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 중신궈지의 주가는 상하이에서 6%, 홍콩에서 4% 급락했다.
상하이거래소는 홍콩에 상장돼 있는 중신궈지의 법인 등록지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만군도여서 후강퉁 거래 요건에 미달된다고 설명했다. 상하이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후강퉁에 들어가려면 법인 등록지가 중국 본토 또는 홍콩이어야 한다. 후강퉁과 선강퉁(선전-홍콩 교차매매)은 해외 투자자들이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본토 투자자는 자국 거래소를 통해 홍콩 주식을 거래하는 주요 경로다.
중신궈지는 2004년 뉴욕과 홍콩증시에 중복 상장했다. 당시 상장 편의를 위해 케이만군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할 때 쓰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 기업을 외국인이 소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외국인이 지분을 매매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 등 해외 상장 중국 기업은 대부분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상장시켜 왔다.
중신궈지는 미·중 갈등이 깊어지던 2019년 뉴욕 상장을 자진 폐지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상하이증시에 입성했다. 중신궈지는 중국 1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5%로 5위다. 중국은 중신궈지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정부 지분율은 20% 안팎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시정부는 중신궈지에 수조원씩을 투입해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중신궈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미국의 기술이나 소재, 장비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중신궈지의 뉴욕 상장 폐지 결정은 이런 제재에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신궈지가 홍콩과 상하이에 모두 상장돼 있기 때문에 후강퉁에서 퇴출된 것만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가가 급락한 것은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중국 금융당국이 페이퍼컴퍼니 구조를 문제삼은 것을 볼 때 중신궈지가 홍콩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자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하기 위해 써온 페이퍼컴퍼니 구조를 그동안 명시적으로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아 왔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빅테크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지배구조 문제도 손볼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국유기업인 중신궈지가 '본보기'로 페이퍼컴퍼니 구조 해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중국 본토의 중신궈지 본사와 케이만군도 페이퍼컴퍼니 간 관계를 일시에 단절시키는 것보다는 홍콩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아 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중국이 자국 핵심기업 보호 차원에서 중신궈지의 홍콩 상장을 폐지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인 CATL, 통신용 반도체 설계업체 맥스센드 등 주력산업 기업들 상당수를 외국인 투자 제한 기업으로 묶어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15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거래소는 16일부터 상하이-홍콩 교차매매 시스템인 후강퉁에서 중신궈지를 제외하기로 했다. 중신궈지는 상하이거래소 과학기술기업 중심 시장인 커촹반과 홍콩거래소에 중복 상장돼 있다. 제외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 중신궈지의 주가는 상하이에서 6%, 홍콩에서 4% 급락했다.
상하이거래소는 홍콩에 상장돼 있는 중신궈지의 법인 등록지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만군도여서 후강퉁 거래 요건에 미달된다고 설명했다. 상하이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후강퉁에 들어가려면 법인 등록지가 중국 본토 또는 홍콩이어야 한다. 후강퉁과 선강퉁(선전-홍콩 교차매매)은 해외 투자자들이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본토 투자자는 자국 거래소를 통해 홍콩 주식을 거래하는 주요 경로다.
중신궈지는 2004년 뉴욕과 홍콩증시에 중복 상장했다. 당시 상장 편의를 위해 케이만군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할 때 쓰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 기업을 외국인이 소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외국인이 지분을 매매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 등 해외 상장 중국 기업은 대부분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상장시켜 왔다.
중신궈지는 미·중 갈등이 깊어지던 2019년 뉴욕 상장을 자진 폐지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상하이증시에 입성했다. 중신궈지는 중국 1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5%로 5위다. 중국은 중신궈지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정부 지분율은 20% 안팎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시정부는 중신궈지에 수조원씩을 투입해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중신궈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미국의 기술이나 소재, 장비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중신궈지의 뉴욕 상장 폐지 결정은 이런 제재에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신궈지가 홍콩과 상하이에 모두 상장돼 있기 때문에 후강퉁에서 퇴출된 것만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가가 급락한 것은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중국 금융당국이 페이퍼컴퍼니 구조를 문제삼은 것을 볼 때 중신궈지가 홍콩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자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하기 위해 써온 페이퍼컴퍼니 구조를 그동안 명시적으로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아 왔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빅테크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지배구조 문제도 손볼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국유기업인 중신궈지가 '본보기'로 페이퍼컴퍼니 구조 해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중국 본토의 중신궈지 본사와 케이만군도 페이퍼컴퍼니 간 관계를 일시에 단절시키는 것보다는 홍콩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아 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중국이 자국 핵심기업 보호 차원에서 중신궈지의 홍콩 상장을 폐지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인 CATL, 통신용 반도체 설계업체 맥스센드 등 주력산업 기업들 상당수를 외국인 투자 제한 기업으로 묶어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